롯데하이마트, 효자 계열사에서 창사 첫 적자
한샘·중고나라 인수 후 실적 부진·시너지 묘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3사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했던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인수·합병(M&A) 이후 매출 증가에 효자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이 있는 반면 기대했던 사업 시너지는 물론이고 실적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뉴스포스트는 유통 3사가 M&A로 품에 안은 기업들의 현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롯데그룹은 대규모 M&A를 통해 규모를 확장한 기업 중 하나다. 신동빈 회장 체제로 들어서며 그룹의 큰 틀을 다지게 되는 굵직한 딜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대표적인 사업 분야가 화학군이다. 2010년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사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1조5000억원) 인수와 2015년 삼성SDI 케미컬 사업부문 및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부문(3조)를 인수했다. 지난해 초에는 2조 5000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품에 안으며 롯데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다만 본업이었던 유통 부문의 사정은 다르다. 사업 다각화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전략적 인수·투자를 했던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캐시카우에서 아픈손가락으로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하이마트다. 롯데쇼핑은 2012년 1조2480억원을 투자해 유진기업으로부터 하이마트 지분 65.2%를 인수했다. 당시 2011년 신 회장 취임 이후 1조원 대의 인수합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롯데백화점과 마트 등에 숍앤숍 형태로 규모를 확장했던 하이마트는 2020년까지 연매출 4조원대를 유지했고, 1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쇼핑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업황 불황이 이어지며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5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3조3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9% 줄어들었다. 시장점유율도 2015년 48.7%에서 2022년 32.7%로 줄어들며 경쟁자인 삼성전자판매(33.8%)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실적 부진 및 경쟁력 약화로 주가도 하락세다. 인수 초반 8만원 대였던 주가는 16일 오후 1시 기준 9710원으로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 회복을 위해 희망퇴직 및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는 롯데하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다. 이번 조치로 인수 이후 10년 이상 유지하던 등급이 떨어지게 됐다.

한신평은 “제조사 판매법인의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과 백화점 입점을 통한 고객접점 확대로 오프라인 시장 경쟁강도도 심화되며 카테고리 킬러의 업태 매력도가 감소하고 하이마트의 집객력은 저하됐다”며 “사업경쟁력 및 집객력 회복을 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집객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익창출력 회복에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전경(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전경(사진=롯데쇼핑 제공)

2021년 다시 큰 손으로…협업 시너지는 ‘글쎄’

롯데하이마트 이후 굵직한 투자는 약 10년 후에나 진행됐다. 롯데쇼핑은 2021년 3월 300억원을 투자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3100억원을 출자해 한샘을 품에 안았다.

중고나라 인수 당시 신 회장은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의 예를 들며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이후 중고나라의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2022년 매출은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12억에서 95억원으로 늘어났다. 플랫폼 내에서 마땅한 수익화 모델이 없어 적자만 쌓이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롯데와 중고나라의 협업은 지난해 1월에서야 첫 선을 보였다. 관계사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을 활용한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다. 다만 롯데백화점, 마트 등 롯데쇼핑과의 시너지를 낼만한 사업 계획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한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2995억원을 들여 한샘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롯데쇼핑 외에 롯데하이마트도 5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양사의 협업으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인수 해였던 2021년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력으로 ‘리빙 사업’이 꼽혔던 시기로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과 오프라인 유통 강자 롯데의 만남은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듬해 한샘과 롯데는 TF팀을 구성하고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몰 등에 한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시작으로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몰 ‘홈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에 한샘리하우스를 입점시키고 인테리어 상담 중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온은 한샘과 지난해부터 ‘희망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다만 이러한 양사 협업에도 한샘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 해인 2021년 69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지난해는 1분기 157억원의 손실 이후 2분기 12억원, 3분기 4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지만 연간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도 인수 당시 11만7000원에서 48000원대로 폭락했다.

이 외에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는 코리아세븐은 2022년 3월 3143억원을 들여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미니스톱 점포 2600여개와 물류센터 12개를 확보하며 CU, GS25와 편의점 3강 체제를 꿈꿨다. 다만 브랜드 전환 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통합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아직 통합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고나라의 경우 유통 관계사인 편의점을 시작으로 추후 협업군을 확장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한샘도 22년부터 진행된 사업 협의체를 현재도 운영하며 시너지 창출을 모색 중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