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가구 기업 인수해 리빙 사업 강화
지난해 부동산 침체 및 원자재비 증가 영향에 부진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미비…각 사 전략은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현대‧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리빙 사업이 부진한 모양새다. 코로나 특수로 승승장구하던 리빙 사업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유통 빅3, 리빙 사업 경쟁 중
최근 리빙·인테리어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19년 24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6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탓이다.
이에 유통 3사도 리빙 사업 강화에 나섰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유통과 리빙 분야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와 2019년 한화L&C(현 현대L&C)를 품으며 일찍이 리빙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역대 최대 규모 인수 합병 금액인 7747억원에 인수했다. 지누스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매출 규모는 3조6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롯데그룹은 2021년 가구업계 1위 한샘을 품었다. 한샘 인수에 나선 IMM프라이빗에큐티(PE)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롯데쇼핑과 하이마트가 각각 2595억원, 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롯데쇼핑은 “향후 한샘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계열사인 하이마트, 건설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2018년 까사미아(현 신세계까사)를 1837억원에 인수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까사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진행한 첫 인수합병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인수 당시 신세계는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신세계까사 매출을 2023년까지 45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신세계까사는 외형 성장 기조 아래 인수 첫해 1000억원 대였던 매출을 2021년 2300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또한 인수 당시 72개였던 매장은 작년 말 104개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성적표는
코로나 특수에 기대감이 커졌던 리빙 시장은 주택 시장 불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던 유통 3사들은 리빙 사업 확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줄었다. 매출액은 1조15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8%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93억원으로 전년 대비 43.14% 줄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18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현대백화점에 인수 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당기순이익도 508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만 매출액은 1조4957만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1억원, 영업손실 2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년 영업이익 692억)로 돌아섰다. 한샘이 적자를 기록한 건 2002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실적 하락세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한샘 매각 시점이었던 2021년 7월 12만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5만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당시 2조7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1조원대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실적과 주가 하락에 재무약정 미준수 위기를 맞은 한샘은 지난해 말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 공동 인수자인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각각 359억원, 69억원, 572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신세계까사는 지난해 매출 26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지만, 영업적자폭은 커졌다. 신세계까사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전년 대비 188억원 늘어난 277억원이다.
신세계까사는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신세계까사 영업손실액은 ▲2018년 4억원 ▲2019년 173억원 ▲2020년 107억원 ▲2021년 89억원으로 누적액이 600억원을 넘어섰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모기업인 신세계의 자금 수혈도 이어졌다. 신세계는 지난해 신세계까사가 진행한 20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지난달 4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전망 어둡지만…수익성 개선 총력
다만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고 고금리가 계속되는 만큼 단기간에 실적 회복은 무리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위축된 업황 속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우선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와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다. 특히 현대백화점 유통망을 기반으로 국내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지누스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66% 증가한 516억원을 기록한 만큼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올해 지누스는 프리미엄 매트리스 시장을 겨냥한 고품질 매트리스 시리즈를 출시한다.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과 제품 공동 개발 등 협업도 추진한다. 지누스는 제품 라인업 확대와 영업망 강화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사업 매출 규모를 3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도 한샘과 협업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해 롯데그룹과 한샘은 사업별 협의체 15개를 조직해, 월간 정기 회의를 가지며 협력 사업 계획을 논의해왔다. 오프라인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전국 15개 지점에 한샘 매장이 입점되어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한샘과 리빙과 가전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형태의 매장 출점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사업 협력도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 롯데온은 한샘과 ‘희망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온과 한샘몰을 연동해 한샘 제품 구매 시 도착일을 지정할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세계까사는 공격적인 외형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부문을 강화해 매트리스와 침대 등 가구를 ‘캄포 소파’ 시리즈 같은 대표 상품군으로 육성한다.
판매 채널 다각화도 나선다. 올해 초 신세계까사는 SK매직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렌털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신세계까사는 캄포 소파를 시작으로 거실장, 침대 프레임 등 전반적으로 가구 렌탈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외부 업체의 인프라를 활용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올해 10개의 신규 매장도 오픈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