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살아있다’로 수사력 집중 분위기

2인자 강태용에 이어 돈 받은 경찰까지 검거
‘7년 도피생활’ 강태용 검거로 수사 급물살 탈듯
풀리지 않는 ‘조희팔 사망’ 의문들…목격담 이어져
바실련 “조희팔은 살아있다’ 100% 믿고 있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단군 이래 최대규모로 5만 명에게 4조 원의 피해를 남기고 잠적한 희대의 다단계사기꾼 조희팔. 그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최근 중국 공안에 검거돼 국내 송환이 임박함에 따라 조희팔을 둘러싼 각종 의문이 해소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수사는 새 국면을 맞게 됐으며 검찰은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죽었다는 ‘조희팔이 살아있다’, ‘중국 현지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어서 조희팔의 사망을 둘러싼 미스테리도 풀리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 검거...진실 밝혀지나...

조희팔의 2인자이자 조 씨가 운영한 다단계회사의 행정부사장 직함을 가지고 있던 강태용이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검거됐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11일 강 씨가 10일 낮 중국 장쑤성 우시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번에 중국 현지에서 강 씨를 체포하게 된 데는 중국 공안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국내 검찰의 강 씨 검거 요청을 받은 후 이례적으로 10여명의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어 공안은 대검 국제협력단과 주중 대사관 내 법무협력관과 핫라인을 구축, 대구지검이 검거를 요청한 지 4일 만에 강 씨를 체포했다.

과거 중국으로 도주한 조 씨 측근에 대한 검거 요청 때는 현장을 제때 포착하지 못해 번번이 눈앞에서 놓쳤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강태용은 중국 산둥 성과 상쭈성에서 고급아파트에서 은신하며 골프장과 룸살롱 등을 다니며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2008년 11월 초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자 당시 조 씨가 운영하는 유사수신회사의 사업단장이던 친동생 강호용과 중국으로 도주했다. 동생은 4년 뒤 중국에서 검거된 후 국내로 송환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회사의 재무관계는 모두 강 씨의 손을 거쳐야했다. 그렇다보니 사실상 조 씨 사기사건의 핵심인물이다. 피해자들도 강 씨가 다단계 조직 및 자금 관리, 배당금 지급, 투자처 물색 등 주요 업무를 도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수사선상에서 봤을 때는 강 씨는 중요한 인물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당시 4조원대로 알려졌던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 씨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검·경을 비롯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도 강 씨와 대구 영신고 동기생이고, 조 씨의 돈 15억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대구지검 오모 검찰 서기관도 강 씨의 고교 1년 선배였다.

강 씨에 이어 지난 15일 대구지방경찰청은 강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정모(40) 전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씨는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 씨측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인 이모(41)씨와 동업으로 제과점을 했는데 이 씨가 투자한 1억원이 조 씨나 강 씨측에서 나온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경찰은 정 씨가 13일 오전 9시 10분 인천발 중국 광저우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 중국 공안의 협조를 받아 광저우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토록 했다. 이어 인천공항으로 돌아온 정씨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검거했다.

경찰은 정 씨가 광저우행 편도 티켓만 갖고 있던 점으로 미뤄 도주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친구 이 씨가 조 씨 관련 업체 말단 직원이었고, 이 씨 명의로 제과점을 개설했으나 실제로는 정 씨 부모가 운영한 것 등을 감안할 때 형식상 동업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경찰은 정 씨가 ‘스크린 골프 사업을 위해 중국에 갔다’고 진술했지만 2007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중국만 무려 23차례 드나든 것을 확인, 조 씨측과 접촉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21차례가 조 씨가 중국으로 밀항한 2008년 12월 이후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희팔 사망 둘러싼 미스터리 여전

▲ 조희팔 장례식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10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의료기 재임대 사업과 기업차원의 재테크 사업이라는 명목의 유사수신 행위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을 가로챈 뒤 은닉 후 도주, 밀항한 사건이 바로 ‘조희팔 사건’이다.

우리나라 국민 1000명 중 1명 꼴로 경제적인 파탄에 빠뜨린 조 씨 일당이 사용한 사기 수법은 불법 다단계 방식과 유사한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

조 씨는 명목상 ‘건강보조기구를 모텔과 찜질방 등에 임대하고 발생한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사업’으로 광고해 의료보조기구를 구매하면 회사가 임대해 투자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재임대 방식으로 8개월에 35%의 이자를 주겠다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한 만큼의 임대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방식이 투자자 모집의 한계에 부딪치자 재건출, 시행사, 부동사 임대업, 환경사업, 관광레저사업 등 기업재테크를 통한 확정금리를 보장하겠다며 투자를 강요했다.

씨엔을 비롯해 BMC, 엘틴, 벤스, 티투, 리젠, 리브, 리드앤, 챌린, 리버스 등으로 다양한 업체명으로 일부 법인이 유사수신행위로 걸려도 다른 법인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 이러한 피라미드 업체들이 수사를 피하고 규모가 축소되어 보이게 하기 위한 사기 수법을 사용했다. 조 씨는 전국적으로 수조원대 천문학적인 액수의 사기를 벌였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재임대용 의료기 1대를 440만원에 계약하면 회사에서는 7일의 임대처 확보 기간을 거쳐 7일 후부터 임대수익금이 은행 영업일 기준 매일 꼬박 꼬박 지급되었으며, 한 번도 이 임대료 지급이 밀리지 않자 사람들은 수억원씩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8년 조희팔과 주요 임원진은 임대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해지는 D-Day를 전산시스템을 돌려 사전 예측했으며 2008년 10월 말 대구 본사에 있는 전산망을 파기하고 돈을 챙겨 도주했다.

국내에 숨어 있던 조 씨는 동해안과 서해 화성지역 등 몇 가지 밀항 루트를 사전 기획했고 2008년 12월9일 3번째 시도 끝에 태안 마검포항에서 밀항에 성공했다.

경찰, 조희팔 사망 발표 3년 만에 “과학적 근거 없어”

▲ (사진=뉴시스)

강 씨가 중국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조 씨의 생존설이 난무하고 있다. 조 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 이후에도 ‘조영복’이라는 가명으로 현지 골프장과 식당에서 수 차례 목격됐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2년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에 대한 사망 소식을 발표했던 경찰이 3년 만에 사실상 이를 번복하고 나섰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조희팔에 대해 “중국 측에서 보낸 자료가 있는데, 이걸 보고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명확한 것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살아있다는 반응(생존반응)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이고 부족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살아있다면 주변 발언, 중국측의 첩보 등으로 어떻게든 생존반응이 감지가 됐을텐데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명수배를 유지한 것은 조 씨의 사망을 전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외국에서 작성된 사망진단서, 시신화장증 등으로 (사망) 선언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고고 조희팔의 가족들이 아직까지 사망신고를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이지만 중국 공안 측의 확인은 받았다”며 “당시에는 우리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고 중국 공안을 통해 사망사실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 당시에는 왜 경찰이 당시 서둘러 사망 사실을 밝혀야 했는지를 둘러싼 의문들이 증폭되고 있다.

조 씨의 생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경찰이 4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유착비리 의혹과 부실 수사 문제, 은폐 목적성 여부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경찰은 다단계 사기의 핵심 인물인 조 씨가 밀항 후 3년이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12월18일 중국 청도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한국에서 온 여자친구 등 지인들과 식사를 했다. 이후 인근 호텔 지하에 위치한 주점에서 과 술을 마시고 호텔방으로 들어간 후 호흡곤란과 흉통을 호소하면 쓰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조 씨의 지인들은 120 구급차를 요청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이송 중 맥박이 정지됐고 한 시간 뒤 사망진단서가 발부됐다.

조 씨의 시신은 유족들이 참관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른 후 3일 후인 21일 중국 소재의 장의장에서 화장 후 23일 국내로 들어와 모 공원묘지에 안치됐다. 이후 경찰 발표에 의해 세간에 사망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조 씨의 사망이 세상에 알려지자 피해자 측과 여론은 시끌벅적했다. 조 씨의 사망이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시신이 조 씨가 확실한가?’ ‘조 씨의 사망설은 계속 돌던 이야기다’ ‘사망설을 퍼뜨려 사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사망자가 조 씨라는 검증이 된 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희팔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호텔에서는 “2011년 12월에 호텔에서 죽은 한국인이 없었다”고 공식발표를 해 논란은 점차 커졌다.

이 같은 의혹에 경찰은 “조 씨의 사망은 중국에서 작성된 사망진단서, 화장증을 통해 확인됐다”며 “위장 사망극일 가능성을 낮아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증거는 유족이 찍었다는 동영상 하나에 불과하지만 경찰은 ‘장례식 장면’이라는 동영상 속 화장 직전 관 속에 누워있는 남자의 모습이 조희팔과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조희팔 사망’을 기정사실화했다.

‘한수진의 SBS 전망대-조희팔은 100% 살아 있다’에 출연한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김미현 사무국장은 “‘조희팔은 계속 살아있다’고 100%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조희팔은) 결코 죽지 않았다. 100% 죽었다 라고 납득할 만한 정황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며 “목격담도 아주 많다. 이미 신분세탁을 했기 때문에 사실은 편하게 어느 인근 국가라든지 사실은 제주도를 통해서 많이 국내에 들어와서 대구 원래 본거지인 대구도 활보하고 있다고 저희가 다 증언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 범죄 전문가 표창원의 발언도 눈길을 끌고 있다.

표창원은 “이 나라 정계와 관계, 사법계에서 힘깨나 쓰고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치고 조 씨가 검거돼 그의 입을 통해 열려질 ‘판도라의 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많지 않은 듯 하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몸이 날렵하지도 않고 현지 언어에 능통하지도 않으며 한국과의 연결·연락없이 장기간 버텨내기 어려운 그가 이토록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은 채 꼭꼭 숨어있을 수 있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표창원은 “조 씨가 숨진 게 맞다면, 그가 더 이상 도피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과 여건이 조성되면서 꼬리를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그와 관계를 맺은 측에서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청부살해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하고 청렴하며 결코 타협하지 않는 동시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과 검사, 판사의 연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 결의와 협조도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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