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시 코로나] “캐나다 오후 7시엔 ‘코로나타임’ 있어요”
[오버시 코로나] “캐나다 오후 7시엔 ‘코로나타임’ 있어요”
  • 김혜선 기자
  • 승인 2020.05.1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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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시 코로나(Overseas COV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국외 98국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2만7253명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생계나 각자의 사정으로 귀국하지 않고 남은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을까. 이들이 바라보는 K방역은 어떨까. <뉴스포스트>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재외국민들의 코로나 생존기를 전하고자 한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밴쿠버 거리는 환호와 북치는 소리, 음악 소리로 가득 찬다. 큰 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외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온갖 소리가 뒤섞여 소음이 가득한데, 기묘할 정도로 거리에 사람은 없다. 코로나19로 수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코로나 타임’ 때문이다.

(영상=독자제공)
텅 빈 거리는 저녁 7시만 되면 온갖 응원 소리가 울려퍼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코로나 타임'이다. (영상=독자제공)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5일 기준 7만3401명으로 매일 수천여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퀘백주 4만여 명, 온타리오주 2만1천여 명으로 동부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집중돼있다.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확진자수 2392명(15일 기준)으로, 일일 확진자수도 두자릿수에 머물러 그나마 양호하다.

6년 전 밴쿠버에 정착한 김진선(31·여)씨는 현지 상황에 대해 묻자 ‘K방역’부터 꺼내들었다. 15일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아주 대단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면서 “(주변에서) 마스크도 질 좋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민들이 잘 따라줘서 예방을 잘 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주변 캐나다 지인들은 한국의 ‘공항 검역’에 특히 놀라워 한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입국자들 열체크 정도는 하는데, 한국에서 특히 공항 검역을 철저하게 하는 부분이 인상 깊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15일 0시 기준 해외유입 확진자는 1150명으로, 이중 482명이 공항 검역 단계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모든 입국자에 특별검역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입국 심사를 받기에 앞서서는 스마트폰에 ‘자가진단’ 앱을 설치해야 하고,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밝히는 ‘건강상태 질문지’와 국내 연락처 등을 밝히는 ‘특별검역신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 밖에 인천공항 검역소에서는 터미널 진입→출발층→탑승게이트에 걸쳐 세 단계로 발열도 체크한다.

인천공항 검역소에서만 수만 건이 넘는 진단검사가 실시됐는데 현재까지 직원 감염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 씨는 “한국이 일일이 소독하고 워킹스루 진단검사장을 만들고 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어떤 캐나다인 친구는 한국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데, 자기가 외국인이라고 가게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불평했다”며 “그 친구는 ‘외국인 출입금지는 인종차별적인 것이라 실망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은 어떠느냐고 물으니 밴쿠버에는 ‘코로나 타임’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저녁 7시가 되면 동네마다 북을 치거나 환호하는 소리가 울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다. 김 씨는 “한적한 주택가에서도 노래를 부르거나 응원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번화가는 더 소리가 크다. 거리가 시끄러운데 텅 비어있는 모습이 묘하게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다들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일단 밖에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거리에 다니는 차가 조금 많아졌지만 그래도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은 ‘무료’로 바뀌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버스는 앞문이 아닌 뒷문으로 타야 한다. 또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지정해 탑승객이 일정 간격을 두고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상황에 어려운 것은 없느냐고 묻자 “아시아계의 인종차별이 심해져서 고민”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최근 뉴스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묻지마 폭행사건이 종종 보도된다. ‘고 백 투 차이나(Go Back to China)’라는 소리를 듣거나 한다. 아직 나는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밴쿠버 대형 체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김씨는 두달 간 일을 쉬다가 지난 14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코로나가 확산되던 3월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훅 떨어지고, 일하던 직원들도 걱정이 되어 그만두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게 문을 닫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이 진정세여서 매니저급 이상 직원들에 출근 의사를 묻고 다시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대신 손님들은 문 앞에서 태블릿 PC로 주문을 하고, 뒷문으로 주문한 커피를 받아간다.

김씨가 실직 기간동안 캐나다 정부와 BC주에서 받은 보조금은 약 3천 불(한화 약 263만 원). 정부 보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매달 약 2천불 씩 4개월 간 지급되고, 일회성 지원금인 BC주 지원금은 1천불 정도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학생 보조금과 집 월세 보조금, 전기세 보조금도 있고, 3월에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정기권을 환급해줬다고 한다.

김씨는 “정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수익이 줄었을 경우 직원 급여 75%를 보조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라며 “평소에 행정력이 느린데 위기상황에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신속하게 진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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