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속에서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평이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사회 탐구 영역 한국사 20번 문항이 난이도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 이날 오전 수험생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3일 이날 오전 수험생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4일 대성마이맥과 메가스터디, 스카이에듀, 유웨이, 이투스, 종로학원, 진학사 등 7개의 입시 업체는 지난 3일 전국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마무리되자 국어 영역부터 과학 탐구 영역까지 각 과목의 등급 컷을 발표했다.

7개의 입시 업체가 발표한 등급컷을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은 87~89점 이상을 1등급으로 전망했다. 수학 가형은 92점 이상, 나형은 88점~92점 이상, 절대 평가인 영어 영역은 90점 이상이다. 사회 탐구는 과목마다 다르지만 최소 40점에서 50점 만점 이상까지 1등급으로 보았다. 과학 탐구는 과목마다 43~50점 이상을 1등급 컷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능은 예년보다 특별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라는 엄중한 시국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확진 환자와 자가 격리 대상자 역시 별도로 마련된 시험실에서 응시할 수 있었다.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책상 앞 칸막이 설치, 체온 측정, 타 수험생과의 접촉 금지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초유의 사태에서 진행된 수능의 난이도는 국어 영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평이했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의 국어 영역 1등급 컷은 91점으로 올해 예상 등급 컷이 80점대 후반에 머문 것과 비교해 다소 높다.

수학 영역은 교육 과정이 변경됐기 때문에 지난해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응 이다. 하지만 수학 나형은 지난해 1등급 컷인 84점보다 크게 올랐다. ‘불수능’이라고 불렸던 작년 수학 나형보다 무난했다고 볼 수 있다. 수학 가형의 예상 등급 컷은 지난해 등급 컷과 동일하다.

영어 영역과 탐구 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했거나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탐구 영역은 과목별로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측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인 난도는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작년 수능 영어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등교 수업 연기와 온라인 학습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험생 간의 학력 격차가 벌어진 것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간 학력격차의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어려워지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강조했다.

2021학년도 사회 탐구 영역 한국사 20번 문항.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021학년도 사회 탐구 영역 한국사 20번 문항.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코로나19로 몸사린 수능? 변별력 논란도

수능이 끝난 후 출제 문항에 시비가 붙는 일은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 수능에서는 단 한 문제의 차이로 진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답안이 애매할 경우 논란이 크게 번진다. 실제로 2004, 2008, 2010, 2014, 2015, 2017학년도 등 무려 6차례나 수능에서 ‘복수 정답’이 나오기도 했다. 무난한 난이도였다고 평가받는 ‘코로나 수능’도 출제 문항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논란이 된 문항은 한국사 20번이다. 문항은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라는 내용이다. 보기에 나오는 내용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이다. 통일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 문제의 정답은 5번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냈다’였다.

나머지 보기 답안은 ▲ 당백전 발행 ▲ 도병마사 설치 ▲ 노비안검법 시행 ▲ 대마도 정벌 등으로 5번 답안과 달리 고려와 조선시대에 시행된 정책들이다. 시험이 끝난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해당 문항의 배점은 무려 3점으로 변별력을 가려야 하는 수능 시험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시각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문항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후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물었다. 답글에는 “수험생에게 뻔한 답을 주는 환심 구매용”, “정권 홍보지. 시험 문제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현재까지 이의제기가 없어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의 신청 기간은 시험 당일인 전날부터 오는 7일까지 5일간이다.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출제위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3인 이상이 참여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가 관련 학회에 자문을 구한다. 평가원은 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검토한 후 이달 14일 최종 정답을 확정·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23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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