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수업 활용해 실기 준비...코로나 진학 고민 늘어
- 종이보다 패드가 편해, 입시서적은 나만의 꾸미기
- 수험생이 원하는 응원선물과 듣고 싶은 말은?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지는 수능을 앞두고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교시 전염병 영역 – 마스크와 온라인 수업

코로나19로 화상 수업의 비중이 늘었다.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선생님이 올린 EBS 강의를 마감날짜 전까지 수강완료를 하면 되는 등 학교와 과목마다 수업의 방식도 다르다.

화상수업을 위한 장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덕분에’ 라고 할 만한 장점도 있었다. 우선 개개인의 입시 전략에 맞춰 시간을 분배할 수 있었다. 정인경(20) 씨는 “비주요과목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많이 줄이고 반영과목에 더 비중을 둘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수업을 잘 활용하기도 했다. 정 씨는 “실기, 미술 학원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피드백을 온라인에서 포토샵같은 어플로 진행하고 서로의 작업을 큰 화면으로 공유해 볼 수 있어 그 시기에 실기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외모보다 학업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정 씨는 “많은 수험생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외모에 덜 신경 쓰고, 그만큼 학업에 더 신경 쓰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 또한 방역과 위생에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 = 반가혜)

면접이나 실기 시험은 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응시생을 위한 체제를 마련했다. 캠퍼스 내에 방역소독은 물론, 발열검사소를 세우고 외부인의 입장을 통제했다. 면접 시간대를 나누어 진행해 수험생이 학교에 머무는 대기 시간을 줄였다. 실기의 경우, 2인용 책상을 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강의실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에도 교실 당 최소인원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대학교는 실기시험 기간 동안 응시생과 관계자 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국의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정 씨는 “어차피 대학에 가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재수나 반수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예 하고 싶은 진로를 찾는 친구들도 늘었다. 비대면 수업의 비중이 큰 만큼, 가정환경이 대학 진학에 더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학교수업이 화상수업으로 대체되며 수험생은 ‘스터디카페’나 학원가로 몰렸다. 정 씨는 “작년 한해 코로나19로 야간자율학습이 금지돼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했다. 자습을 하는 공간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카공족’은 드물다”고 전했다. 우선, 시간당 사용요금으로 결제하는 스터디카페와 달리, 일반 카페는 비용이 더 든다. 또한 식사 시간을 챙기기도 애매하며, 무엇보다 조용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카페를 찾는 건 수험생에게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2교시 Z세대 영역 – 종이보다패 드가 더 편한 ‘디Zl털’ 세대

정 씨는 “학급의 8할이 아이패드를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교재와 자료를 다운받아 필기를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고, 스터디 플래너로 활용할 수도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교내 패드 사용을 허가하는 학교도 있다.

Z세대 수험생은 지면 문제집보다 패드로 문제를 푸는 게 더 익숙하다.(사진제공=안수빈)
Z세대 수험생은 지면 문제집보다 패드로 문제를 푸는 게 더 익숙하다.(사진제공=안수빈)

안수빈(19) 씨는 “기출문제들을 출력해서 풀 때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자료를 볼 수 있다. 수정이 편하고 펜 자국이 남지 않는 것도 패드의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EBS에서 ‘수능특강’ 시리즈의 PDF 파일을 업로드하기 때문에 필기 어플을 이용한다면 지면문제집과 동일하게 문제풀이를 하고 오답노트를 만들 수도 있다.

수능특강에 맞춰 스티커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사진제공=양혜인)
수능특강에 맞춰 스티커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사진제공=양혜인)

Z세대는 종이 문제집도 그냥 쓰지 않는다. 표지에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의 사진을 붙여 꾸민다. 표지 이미지에 맞춰 스티커를 주문제작해 커스텀하는 수험생도 있다. 매해 수능특강의 표지가 정해지면 트위터에서는 표지에 아이돌이 돋보일 수 있도록 제작된 ‘수능특강 스티커’ 공동구매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패드를 활용한다면 문제집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지만, 표지를 꾸미기 위해 일부러 종이문제집을 사는 수험생도 있다. 주문제작한 스티커로 표지를 꾸민 양혜인(19) 씨는 “그냥 수능특강 책은 존재자체로 정떨어지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로 꾸미면 예쁘기도 하고 책을 볼 때마다 기분도 좋다”고 전했다.

수험생을 위한 매너모드를 준수해주십시오

수험생 자녀나 지인이 있다면 어떤 말로 응원을 해야 할지,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 고민일 것이다. 수험생이 듣기 싫은 말과,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일까.

우선 음식 선물은 한 번 더 고려해야 한다. 반가혜(19) 씨는 “선물로 음식류를 많이 주시는데, 바로바로 먹지 않으면 쌓이게 되어 죄송하게도 다 먹지 못하고 처치 곤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특히 떡류는 유통기간도 짧고 보관도 어렵기 때문에 기왕이면 교환권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 씨는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장갑, 목도리 같은 방한용품도 좋은 것 같다. 다만 가격대가 너무 높은 선물은 이 시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시험이 끝난 뒤에 받으면 더 고마울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수험생은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가장 원하는 선물은 말없이 주시는 ‘현금’이 가장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수험생을 생각해서 건넨 염려의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다. 특히 부모님의 지원 속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만큼 입시비용이나 부모님을 언급하는 응원은 부담스럽다. 정 씨는 ‘올해 대학 못 가면 부모님 뵐 면목이 있겠냐’는 말이 압박감이 들었고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정 씨는 “한 번에 대학 못 들어간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담을 준다고 수험생에게 득 되는 건 없다”고 전했다. 공부벙법과 공부량을 언급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반 씨는 “각자 목표하는 전략대로 다양하게 입시를 준비하는 만큼 과정이 다를 텐데,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을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고 했다.

어떤 위로와 응원의 말들보다 수험생을 향한 믿음이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반 씨는 “‘힘내’, ‘넌 잘할 거야’라는 말보다도 아무 내색하지 않고 ‘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가자’라는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정 씨는 가장 듣고 싶은 말로 ‘입시 결과가 네 전부는 아니야’, ‘떨어져도 괜찮아’를 꼽았다. 정 씨는 “어떤 친구들은 응원조차 부담으로 느끼기도 하는데, 입시를 하다보면 맹목적인 긍정의 말을 들을 일이 많이 줄어든다. 얼마 전 친구가 ‘시험에 붙고 떨어지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중요한 거지. 삼수해도 괜찮아’라고 써 준 편지를 보고 울었다”고 전했다.

수험생에게 사소한 배려는 크게 기억에 남는다. 올해로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정 씨는 “작년 실기 시험 당일에 배가 아파 실기장 스태프께 의무실을 여쭤봤는데, 약과 생수, 그리고 본인의 사탕을 같이 가져다 주셨던 배려 덕에 시험도 무사히 치르고, 재수할 용기도 얻었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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