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학점 성취도 E이상 이수해야 졸업
“제도 개선 없는 고교학점제는 공염불”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 교육과정이 ‘학점제’로 운영된다.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혁신하고, 고교서열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거라 기대 중이다. 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고교학점제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갈매 고등학교를 방문해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발표하고,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교육부 제공)
지난 17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갈매 고등학교를 방문해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발표하고,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교육부 제공)

지난 17일 교육부는 교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 갈매 고등학교를 방문해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발표하고,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교학점제란?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한다. 학생은 학교가 짜주는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대학생들처럼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이야기다.

고교학점제는 지난해부터 전국 51개의 마이스터고에서 우선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오는 2022년부터 특성화고에 학점제를 도입하고, 일반계고에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에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적용된다.

학생이 원할 경우 특목고 수준의 심화 과목과 직업계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소속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은 타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이나 연구 기관과 연계하면 다양한 과목 이수가 가능해질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한다.

학생이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과목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채워야 하고,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학업 성취율은 90% 이상에서 40% 미만까지 등급을 나눠 성취도 A~I로 나타낸다. 과목 당 성취도가 E(성취율 40% 이상~60% 미만) 이상을 받아야 이수 처리된다. I를 받으면 미이수다.

전국 51개교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현행 고교학점제와 2025년 시행될 고교학점제 학업성취율 기준 표. (표=교육부 제공)
전국 51개교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현행 고교학점제와 2025년 시행될 고교학점제 학업성취율 기준 표. (표=교육부 제공)

졸업하기 위해서는 3년간 누적 학점이 192학점 이상이어야 한다. 만약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보충 이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보충 이수는 별도 과제 수행이나 보충 과정 등 본 과목의 내용이나 수업량을 축소해 수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성적은 공통 과목을 배우는 1학년과 선택 과목을 배우는 2~3학년이 다른 방식으로 산출된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배우는 공통 과목은 성취도와 함께 석차 등급을 표기한다. 하지만 선택 과목을 배우는 2~3학년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절대 평가가 도입된다. 학생들이 과목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진로와 연계한 과목 다양화, 소인수 담임제 등 학급 운영 변화,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 강화, 학점제형 공간 조성 등의 변화가 기대된다”며 “이미 연구·선도학교 등 학교 현장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교총 “교사 수급부터”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는 달리 교원 단체들은 고교학점제 시행이 발표되자마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뉴스포스트>에 “대입제도 개선이 먼저다. 성취평가제를 모든 선택 과목으로 확대 도입하겠다는 내신평가 제도 개선은 있으나 대입제도 개선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안정적인 교사 수급 대책 마련이 먼저다. 지금도 정규 교사 발령은 줄고 기간제 교사와 강사 채용이 늘고 있다. 수급 대책 없이 기간제 교·강사를 확대하는 임시방편으로 효과를 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수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때문에 교육자들의 노동 환경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역시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부족한 교육 인프라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논평을 통해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는 공감한다”면서도 “고교학점제는 교육 과정과 학사 운영, 교원 조직, 공간,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화와 준비가 이뤄졌을 때에만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총이 이달 초 전국 고교 교원 2,3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무려 67.2%가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를 고교학점제 운영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고교학점제는 머지 않아 시행된다. 교육부는 교원 확충에 대해 “개설 과목 증가와 학업 설계 지원, 미이수 지도 등 학점제로 교원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오는 2022년까지 마련한다”며 “다양한 학습·지원·공용공간이 학교에 마련될 수 있도록 학점제형 학교 공간 조성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