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이화학당서 최초 착용, 男교복은 1889년 배제학당
1983년 ‘교복 자율화’ 선언…3년 만에 ‘학교재량‘으로 보완
1990년 후반 ‘슬림핏’ 디자인 대세…불편함 호소 학생 증가

교복은 학창시절에만 입을 수 있는 ‘추억’이다. 10대들에게는 유대감을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각에서 정한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율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왔다. 활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더해지며 규제와 불편함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교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우리나라 교복 역사의 시작은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교복은 1886년 제정된 이화학당의 교복이다. 다홍색 무명천으로 된 치마 저고리를 입었다. 남학생 교복의 시초는 1889년 미국인 선교사 H.G.아펜젤러에 의해 배재학당에서 입힌 당복(堂服)이다. 이 당복은 당시 일본의 학생복과 비슷한 밴드칼라(쓰메이리) 형태로 소매끝, 바지의 솔기 부분, 모자에 청‧홍선을 두른 것이었다. 색은 주로 검은색, 짙은 감색, 짙은 쥐색 등이었다.

이후 1904년 개교한 한성중학교는 순 한국식의 검은 두루마기에 검은색 띠를 두른 교복을 입었다. 최초의 양장교복은 1907년 숙명여학교에서 처음 실시했지만 1910년경 한복을 착용하게 했다.

1960년대 후반 교복을 입은 학생들 (사진=국가기록원 자료)
1960년대 후반 교복을 입은 학생들 (사진=국가기록원 자료)

1930년대에는 여러 학교에서 블라우스‧스웨터‧주름치마‧세일러복‧타이‧모자 등으로 이뤄진 양장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1940년대에는 일본이 전투태세를 갖춘 제복을 통일해 착용하도록 해 여학생들은 ‘몸빼’라는 작업복바지에 블라우스를 입었고 남학생은 국방색 교복을 입도록 했다.

8‧15 광복과 6‧24 전쟁을 겪으며 상하 검은색 혹은 짙은 감색 중심의 교복을 착용했다. 이후 1969년 문교부의 중학교 평준화 시책이 실시면서 시도별로 획일화된 교복이 등장했다. 학교별 특성을 없애기 위해 삭발에 검은 양복과 양철 단추, 이름표, 학교 배지와 학년 마크를 단 일정한 교복 형태가 1982년까지 유지됐다.

한편 교복 착용은 한 때 폐지된 적이 있었다. 1983년 문교부가 교복 자율화를 선언하며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유복을 입을 수 있었던 것. 이 조치는 심리적·신체적·사회적 발달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위축감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개성 신장과 민주의식 함양 등을 통해 책임감을 심어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행 3년 후인 1986년 2학기 때부터 다시 복장자율화 보완조치를 채택,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도록 했다. 이는 자유 복장에 따른 교외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탈선행위 및 가계 부담 증가 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교복은 이전의 획일적이고 딱딱한 모습이 아닌 학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교복은 ‘패션’…날씬하고 키 커보이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교복은 학생들의 ‘패션’이 됐다. 여러 교복 브랜드가 생기면서 인기 연예인들 모델을 맡기 시작했고 이들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에 ‘다리가 길어보이는’, ‘라인과 비율을 살려주는’, ‘슬림핏’ 등의 디자인을 살린 교복이 등장했다. 바지 통은 좁아졌고, 상‧하의 길이는 짧아졌다.

늘씬하게 보이는 디자인만을 강조한 탓에 불편함도 속출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교복을 개선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학교 재학중이라고 밝힌 청원자 A씨는 “이미 교복이 후드티로 바뀌어 편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지마나 그런 학교는 극소수”라며 ”학교에서 최소 8시간 이상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데 이렇게 긴 시간 입기에는 불편함이 크다“라고 말했다.

A씨는 교복의 불편함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여자의 경우 상의는 △기장이 짧고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 팔을 올리기 어려움 △잘 비쳐서 속옷 위에 여려겹을 껴 입어야 해 여름에 매우 더움 등을 지적했고 하의는 △H라인의 치마는 다리를 움직일 범위가 좁음 △여름의 경우 땀이나면 치마가 다리에 달라붙음 등이 있었다. 남자의 경우 신축성이 부족해 활동하다가 자주 바지가 터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질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쌈 △신체 조건이 모두 다름에도 키와 허리 둘레에 따라 정해진 사이즈가 있음 △학교에서 정해진 동복, 하복, 춘추복을 입는 시기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 △여학생에게는 치마, 남학생에게는 바지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성차별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편리한 교복에 대한 필요성 대두

최근 교복의 형태로는 일반 정장 교복, 체육복 외에 생활복이 등장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맨투맨이나 후드 집업을 교복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정부는 한복 교복 시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복은 변화하고 있다. 바로 ‘편리함’이다.

‘핏’되게 줄여입고 예뻐보이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편리함을 외치고 있다. 어른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이 시대의 정장 교복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원하는 편안함과 실용성의 방향은 무엇일까.


* 참조

여중‧고등학생의 교복에 대한 만족도 및 선호하는 교복 디자인 / 임주희 / 2004.2 / p8-9

서울특별시교육청 편안한 교복 공론화 결과 보고서 / 서울특별시교육청 편안한교복공론화추진단 / 2018.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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