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요양원·교도소·소규모 사교모임 등 거리두면 발병률 줄어
7월 韓 우세종된 ‘델타 변이’ 등장...‘위드 코로나’ 시대 오나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점...추가 대책 필요성 언급
저소득층 학생·노인 등 취약계층이 거리두기로 가장 큰 피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정책 패러다임을 치명률 중심의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 논란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효과 입증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내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파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연구결과들은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어려운 요양원과 교도소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최대 6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그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요양원의 노인(85세 이상) 7만 8,60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집계한 결과 이 기간에 5,21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452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27.8%에 달했다. 이는 요양원 밖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치명률이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美 매사추세츠주 교도소 14곳의 모든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해당 기간에 6,876명의 수감자 가운데 2,49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률은 인구 10만 명당 956건 수준. 같은 기간 교도소 밖 매사추세츠주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인구 10만 명당 150건이었다. 밀집된 공간에 있는 교도소 수감자의 코로나19 감염률이 6배 이상 높았다.

초·중·고등학교 휴교가 코로나19 감염률을 주당 62% 낮추고, 사망률을 3배 가량 낮춘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는 코로나19 집단발병을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연령대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일 등 비공식적인 소규모 사교모임이 코로나19 감염률을 31%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실제 시민들의 실천으로 이어져 코로나19 확산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자가격리 명령(stay-at-home policies)을 발표했다. 이후 50개 주와 컬럼비아특별구에 거주하는 4,500만 명의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들이 실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감소했다. 해당 연구는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지침을 준수해 코로나19 발병률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델타 변이의 등장...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점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4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때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이에 따라 18시 이후 3인 이상 모임과 행사가 금지된다. 집회는 1인 시위만 허용된다. 1그룹 시설에 해당하는 유흥시설 등은 집합금지 조치를 받는다. 2그룹 시설인 식당이나 카페, 노래연습장, 실내 체육시설 등은 샤워실 운영이 금지되고 22시 이후 운영이 제한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외에 추가적인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7월 들어 국내 델타 변이 확산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어서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에서는 확진자 증가 추세를 주시하고 있고 특히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발생해서 국내의 확진 양상이 좀 변화했다”며 “현재 전문가들이 방역 관리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4단계 외에 추가적인 거리두기 단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델타 변이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지난 6월까지 우리나라의 우세종이었던 알파 변이보다 1.6배 전파력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7월 이후 우리나라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는 △7월 2주 39.9%(알파 12.4%) △7월 3주 51%(알파 6.9%) △7월 4주 64%(알파 5.8%) △8월 1주 74.7%(알파 2.5%)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1,823명(7일) △1,728명(8일) △1,492명(9일) △1,536명(10일) △2,222(11일) △1,987명(12일) △1,990명(13일) 등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 확진자는 이달 초 전주 대비 2,555명 증가해 신규 확진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자영업자비대위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창호 공동대표 제공)
지난 14일 전국자영업자비대위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창호 공동대표 제공)

고사(枯死) 직전 자영업자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 패러다임 바꿔야”


정부의 운영시간 규제 등으로 고사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델타 변이의 등장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알리는 시발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지난달 2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확진자 숫자는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게 과연 올바른 방역 정책인지 정부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 제한, 영업장 제한을 계속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델타 변이라든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인류와 함께 같이 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명률이 점차 낮아져서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 중심의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은 △19세 이하 0% △20~29세 0.01% △30~39세 0.03% △40~49세 0.06% △50~59세 0.24% △60~69세 1.02% △70~79세 5.24% △80세 이상 17.73% 등으로 집계됐다. 50세 미만에서는 치명률이 0에 수렴하는 것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의 취약계층이 더욱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적 지원과 돌봄이 끊긴 장애인과 노인, 무료급식소 중단으로 한 끼 식사도 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는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병률을 높이고, 노화를 촉진하는 건강상의 문제도 일으킨다. (김성일, 2020.)

초·중·고등학교의 휴교와 온라인 학습 강화는 사회경제적 수준 차이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늘릴 우려가 있다. 또 학생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돌봄 문제에 따른 여성의 가사 부담 증가도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집단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노동자,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훨씬 큰 피해를 입는다. (권순만, 2020.)

뉴스포스트는 2부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외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살펴보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정책 효과를 짚어본다.
 


※참고자료
김성일,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율성 재고를 위한 인식 전환 연구, 인문사회21, 제11권6호, pp.1411-1424, 2020.
권순만, 지속가능한 COVID-19 대응 정책을 위하여, 보건학논집 57(2), pp.25-37, 2020.
Abigail I. Leibowitz et al., Association Between Prison Crowding and COVID-19 Incidence Rates in Massachusetts Prisons, April 2020-January 2021, JAMA Intern Med, 2021.
Kevin A. Brown et al., Association Between Nursing Home Crowding and COVID-19 Infection and Mortality in Ontario, Canada, JAMA Intern Med, 181(2):229-236, 2021.
Christopher M. Whaley et al., Assessing the Association Between Social Gatherings and COVID-19 Risk Using Birthdays, JAMA Intern Med, 81(8):1090-1099, 2021. 
Katherine A. Auger et al., Association Between Statewide School Closure and COVID-19 Incidence and Mortality in the US, JAMA, 324(9):859-870, 2020.
Song Gao et al., Association of Mobile Phone Location Data Indications of Travel and Stay-at-Home Mandates With COVID-19 Infection Rates in the US, JAMA Netw Open, 3(9):e202048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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