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보수 상한요율 인하안 19일 계약부터 적용
서울 지역 현장 가보니…거래 절벽에 인하 체감 아직 
중개업계 “정부 정책 실패 책임소재 중개업계로 돌린 것”
전문가 “이해관계자들 의견수렴 통한 원만한 조정 필요”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매매, 임대차할 것 없이 거래 자체가 사실상 절벽인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까지 인하되니까 상실감에 처해 있는 상황이죠”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공인중개 업소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 업소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지난 19일부터 부동산 중개 보수 상한을 최대 절반 가까이 낮춘 보수 기준이 적용되면서 중개업계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부동산 중개 보수 상한을 낮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개정안)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부동산 중개 보수 개선안의 후속 조치로, 중개업자에게 가는 수수료가 최대 절반까지 줄어드는 것이 핵심이다.

▲ 중개 보수 상한 요율 대폭 인하

개정안에 따르면, 6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의 경우 요율 상한이 기존 0.5%에서 0.4%로 줄어든다. 9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은 기존 0.9%에서 0.5%, 12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은 0.6%, 15억 원 이상의 경우 0.7%의 상한 요율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10억 원 아파트 매매 거래 수수료는 9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6억 원의 경우 30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상한 기준이 낮아지게 된다. 

임대차 거래도 3억 원 이상 거래부터 상한 요율이 내려간다. 3억 원에서 6억 원 사이는 0.3%, 6억 원에서 12억 원 사이는 0.4%, 12억 원에서 15억 원 사이는 0.5%, 15억 원 이상은 0.6%이다. 모든 요율은 최대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수수료는 그 안에서 협의해 정할 수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0일 서울 소재의 부동산 중개소들을 방문해 정부의 중개 보수 인하 조치에 대한 중개업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A 씨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A 씨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이달 매수 문의 한 건도 없어…체감 안돼”

서울 노원구의 공인중개사 A 씨는 “집주인들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고, 매수자들은 부담이 커져 사실상 거래가 절벽인 상태다”며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한 건도 없어 중개 수수료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매매와 임대차 시장 모두 거래가 뜸한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당장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 또 정부의 중개 수수료 인하 결정 직후부터 이미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한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B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중개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을 준비해 방문한다”며 “정부의 중개 보수 인하 얘기가 나온 직후부터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는 문의도 많았고, 실제로 적용한 중개업소도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20년 경력의 공인중개사 C 씨는 “현장에서는 계약자들과 협상도 하고 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중개 보수를 상한선에 맞춰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조치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구도 증가할 것이고, 매수·매도인간의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중개업계 “정책 실패 희생양 된 듯”

중개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공인중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중개업소 대표 D 씨는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을 취득세나 양도세 등 세금 부분에도 혜택을 준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중개 수수료 인하에 초점을 맞추니 중개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뜩이나 최근 공인중개사에 대해 ‘하는 것 없이 돈만 받아 간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를 중개업계로 돌리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서울 흑석동의 공인중개사 E 씨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은 대부분 요율이 자율화돼 있지만, 유독 공인중개사만 타이트하게 관리한다고 느껴진다”며 “부동산 중개 보수와 관련된 지나친 규제 강화는 중개업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개업계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보수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유례없는 거래 절벽 상황에 상한 수수료율까지 인하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 급상승해 세금 관리 시에도 변동이 있었고, 상위 부분은 당연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중개인들 사이에서도 얘기해왔다”며 “하지만 매매와 임대차 거래가 모두 뜸한 ‘거래 절벽’의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까지 인하된 ‘이중고’를 겪는 상황으로, 많은 중개소들이 상실감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정요율이 아닌 상한요율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고가주택일수록 최고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실직적으로는 중개 수수료 인하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개 수수료와 관련해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키’는 없지만,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수렴을 통한 원만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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