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6천만원·월세 30만원 이상 신고 대상
월세 낮추고 관리비 올려...세입자 부담 그대로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원룸은 월세 25만 원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관리비가 15만 원으로 책정돼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사실상 매달 4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 서울 봉천구 신림동의 한 원룸은 배꼽이 배만큼 컸다. 월세는 15만 원으로 저렴했지만, 관리비 역시 월세와 같은 값이었다.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월 30만 원의 월세를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DB)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임대차 시장에서는 관리비를 올려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이 신고를 피하기 위해 기준에 맞춰 월세를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편법 거래’가 이어지는 것이다.

임대차 3법의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는 계약을 할 때 30일 내에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의 계약 내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시행일인 지난 6월 1일부터 체결되는 신규·갱신 임대차 계약이 신고 대상이다. 수도권과 광역시, 도·시 지역에서 전세보증금 6천만 원 또는 월세 30만 원을 넘는 거래가 신고 기준이다. 다만 관리비는 신고 내역에 제외된다.

실제로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월세 가격은 신고 기준에 미달하는 30만 원 미만인 반면, 관리비는 10만 원 이상 호가하는 원룸 이상 방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월세를 25만, 28만, 29만 원 등으로 책정한 대신 관리비를 10~15만원 선으로 받아 사실상 세입자는 매달 30~40만 원 선의 거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뉴스포스트>가 부동산 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원룸은 월세와 관리비가 모두 15만 원으로 같았다. 강남구 역삼동의 원룸은 월세 28만 원에 관리비만 12만 원을 받아 세입자는 매달 총 40만 원을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한다. 해당 건물은 난방비 등 공과금은 별도로 부과되는 사용료라고 표시돼 있고,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순서대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강남구 역삼동의 부동산 거래 가격. 관리비가 월세와 같거나, 전·월세 신고 기준을 피하려는 월세 가격이 눈에 띈다. (사진=부동산 앱 ‘다방’ 캡처)
순서대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강남구 역삼동의 부동산 거래 가격. 관리비가 월세와 같거나, 전·월세 신고 기준을 피하려는 월세 가격이 눈에 띈다. (사진=부동산 앱 ‘다방’ 캡처)

“위원회 조정? 세입자한텐 형식적”

집주인들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일종의 ‘편법 거래’를 불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고 자료가 과세의 근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의 신고 자료를 과세 근거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임대차 3법 도입에도 세입자 부담은 그대로인 샘이다.

더 큰 문제는 세입자들이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설명자료를 통해 부당·과다한 관리비 요구 등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 위원회를 통해 법률적 조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원회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중간자 입장에서 조정하다 보니까 적극적인 조정보다는 상담이나 중재를 해주는 정도 수준”이라며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형식적이라고 느껴진다. 위원회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관리비 부분이 임대차보호법 상 임대료에 빠져있는데, 저희는 그것도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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