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오피스텔 전입신고는 복불복”
세금 부담 줄이려는 오피스텔의 꼼수

부동산 패닉 시대. 최근 몇년 간 수도권 집값이 무섭게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권이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세보증금보험제도 등을 내놓지만 집주인vs세입자의 대결 구도는 여전히 첨예하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늘 대결할 수밖에 없을까. 민간 임대업자를 포용하면서도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주는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도보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A 오피스텔. 보증금 140만 원에 월세 140만 원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A 오피스텔은 3~6개월 단기 계약만 가능했다. 세입자가 원하면 연장이 가능하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B오피스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교대역에 자리 잡은 B 오피스텔은 보증금 95만 원에 월세 95만 원을 지불하는 대신 3~6개월 단기 계약만 가능했다. 1년 이상 계약할 시 월세는 4배 이상 뛰었다. 인근의 A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전입신고는 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오피스(office)와 호텔(hotel)의 합성어인 오피스텔(Officetel)은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 지역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주택 시장에 등장한지 20년이 지난 현재 오피스텔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중요한 주거 선택지가 됐다. 직장 밀집 지역에 위치한 데다 대중교통도 편리해 오피스텔의 수요는 점점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주거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법률상으로는 업무용과 주거용의 경계선에 놓여 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시설로, 주택법상으로는 준주택으로 분류된다. 구분은 입주자가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방식에 따라 나뉜다. 실제로 거주하면 주거용, 사무실로 이용하면 업무용이다. 

오피스텔은 주거용과 영업용 사이 경계선에 놓여있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시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금전적 상황이 마땅치 않고 당장 거주할 곳을 찾아야 하는 사회초년생들은 편리성과 가격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업자들의 꼼수 거래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꼼수는 법의 허점을 파고든다

상당수 임대인들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차인에 오피스텔을 임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집을 계약할 때에는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데, 임대인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주지를 제공하는 대신 신고를 못 하게 막는 것이다. 전입신고를 할 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간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땅값이 비싼 서울 강남 3구의 상황은 심각하다.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부동산 앱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지역 일부 오피스텔에서는 거래 조건으로 ‘전입신고 가능’이라는 문구를 따로 적었다. 해당 문구가 없는 다수 오피스텔은 전입신고가 불가했다. 강남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일대 오피스텔의 전입신고는 복불복”이라면서 “되는 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 3구 이외 서울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계약도 전입신고가 가능했다.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한 임대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신고가 불가능했다. (사진=부동산 앱 ‘다방’ 캡처)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한 임대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신고가 불가능했다. (사진=부동산 앱 ‘다방’ 캡처)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남 지역 오피스텔 임대업자 대부분 이미 주택을 갖고 있거나 투잡인 경우가 많다. 다주택자일 시 주택 중과세를 받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꺼린다”면서도 “유독 강남 지역 임대업자들이 왜 전입신고를 꺼리는지는 전용 면적이나 등 다른 사항들을 고려해봐야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구로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강남에는 부유한 임대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유독 전입신고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집주인 세금 회피에 피해는 세입자가

주거용과 업무용 오피스텔은 세제 부담이 다르다. 지난해 7·10 대책 후속 입법이 시행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의 취득세와 양도세 등이 대폭 강화됐다. 수도권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보유하고 다른 주택을 샀다면 8%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한 채 더 구매하면 12%까지 뛴다. 아울러 다주택자로 분류돼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된다. 반면 업무용 오피스텔은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부가세 환급 대상이라는 이점도 있다. 집주인이 업무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았을 경우, 건물가액의 10%를 환급받을 수 있다. 만약 나중에라도 임차인이 전임신고를 하면 집주인은 환급받은 부가세 10%를 다시 뱉어내야 한다.

세금이 부담된다면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만 거래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임대업자들은 공실을 두기보다는 불법 임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법 임대가 판을 치게 된 데에는 주거용과 업무용 오피스텔을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세무 당국은 전입신고의 유무만으로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한다.

그나마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통해 일부 지자체에서 전입신고 불가 오피스텔을 찾아내기도 한다. 경기도는 지난 2019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 사람이 사는 오피스텔을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 정기 조사가 아닌 1회성 조사에 그쳤다.

전입신고가 원천 차단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등 불법 임대로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밖에도 연말정산 혜택도 전혀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직장 때문에 급히 전입신고 없이 오피스텔에 거주하게 됐다”며 “부모님은 ‘보증금 정도는 잃어도 되는 돈’이라고 했지만, 돌려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주택임대 업계에서도 정상적인 주택임대사업자라면 전입신고는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9일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택용으로 돌리면 중과세 등 피해가 돌아오니 전입신고를 꺼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등록된 주택임대인의 경우 처음부터 주택용으로 오피스텔을 등록하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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