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유력 김동관 사장, 신재생에너지 속도
한화솔루션, 100% 재생에너지 전환 ‘한국형 RE100’ 참여
美 텍사스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준공’ 등 해외 사업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내년 창립 7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친환경 경영에 방점을 찍으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 나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진=한화그룹 제공)
지난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 나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솔루션의 이 같은 친환경 경영 배경에는 김동관(38) 한화솔루션 사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김동관 사장은 지난해 한화솔루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동관 사장은 이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과 한화큐셀 전무, 환화솔루션 부사장 등을 거치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수소기술로 2050년 ‘탄소중립’ 천명


한화솔루션은 지난 2일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Climate Tech)’을 활용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달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 중인 고효율 태양광셀 △수전해 기반 그린 수소 △수소 혼소 등 기술을 총동원해 글로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연간 총 358만 톤의 온실가스를 오는 2050년까지 전량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탄소 배출량 246만 톤과 신규사업으로 추가 발생할 112만 톤을 합친 수치다. 한화솔루션의 모든 사업 부문이 동참해 제품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위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한국형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모든 사업 부문이 단계적으로 참여한다고 전했다. 앞서 큐셀 부문은 지난 2월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RE100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1% 미만인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을 2030년 21%, 2040년 37%, 2050년 100% 등 단계적으로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큐셀 부문이 개발하고 있는 고효율 태양광 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온실가스 감축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수전해 기술로 생산한 ‘그린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당 기술은 현재 케미칼 부문이 2024년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계열사인 한화임팩트가 올해 6월 미국 PSM과 토마센 에너지로부터 인수한 수소 혼소 기술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수소 혼소는 기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에 수소를 혼합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 발전 기술이다.

전력 이외에 사업장 가동에 필요한 다른 에너지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해 조달할 계획이다. 케미칼 부문은 이를 위해 2023년부터 LNG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보일러를 도입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스팀을 생산한다. 또 2030년부터는 ‘탄소포집 저장활용 기술(CCUS)’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예정인 국립공원의 북한산 생태탐방원 조감도. (사진=한화그룹 제공)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예정인 국립공원의 북한산 생태탐방원 조감도. (사진=한화그룹 제공)

구체적인 ESG 협력 모델도 나왔다. 한화솔루션은 16일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생물종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내 탄소 저감을 위해 주요 시설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국립공원공단과 ‘탄소중립 구현과 지속 가능한 자연 생태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력 배경엔 매년 약 3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국가 전체 탄소 저장량의 10%에 달하는 56억 톤의 탄소를 수용하는 국립공원의 역할이 있었다. 

한화솔루션은 오는 2022년부터 지리산 아고산대(해발 1300~1900미터)에서 집단 고사하는 구상나무 등 침엽수의 실태 조사와 복원을 위한 전문 인력 채용과 연구 예산을 지원한다. 공단은 올해 지리산국립공원 세석대피소에 설치한 ‘기후변화 대응 스테이션’에서 기상을 관측하고 아고산대 침엽수의 생장 변화를 조사, 집단 고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생태 보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현재 국립공원 고지대 일부 시설은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경유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내년 상·하반기에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산 생태탐방원과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에 최대 97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 친환경 에너지 공급원을 확대해 탄소 저감은 물론 대기 오염으로부터 공원 생태계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설명이다.


美 현지 태양광 발전소 준공 등 해외 활동도 활발


한화큐셀 건설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큐셀 건설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솔루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한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미국 텍사스 주 북동쪽에 자리한 패닌 카운티(Fannin county)에 168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최근 준공했다. 

168MW는 국내 기준 약 23만 8천 명이 연간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써 한화큐셀은 지난 2018년 텍사스 내 최대인 235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한 데 이어 미국에서 100MW 규모 이상의 발전소 준공 실적을 새로 추가하게 됐다. 한화큐셀은 해당 발전소를 직접 운영한다.

현재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발전소 EPC 분야와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에서 높은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2019년 미국 태양광 분야 유력 매체인 솔라파워월드(Solar Power World)가 선정한 ‘태양광 EPC 어워드(Top Solar EPC Award)’에서 상위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타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에서도 한화큐셀은 2020년 미국 태양광 발전소 EPC 실적(누적 523MW)에서 역시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향후 한화큐셀의 미국 시장 성장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는 기후 문제를 국가 중요 과제로 설정하고 탄소 배출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2025년까지 연간 평균 30GW(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계획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총 15GW에 달했다.

한화큐셀은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개발과 EPC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화큐셀이 소유한 전 세계 발전 사업권은 총 15GW다. 지난 8월에는 스페인 남부 헤레스데라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지역 5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유지관리를 수주한 바 있다. 오는 2022년 3분기까지 발전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를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도 한창이다. 한화솔루션은 24일 데이터센터 전력관리 전문 기업인 미국 스타트업 랜시움 테크놀리지(랜시움) 지분 인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랜시움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로 랜시움 이사회에 의석을 확보해 향후 경영에도 참여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에너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정보기술(IT) 기반의 전력 운영 노하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랜시움은 텍사스 북서부 애빌린시에 데이터센터를 조성한 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최적 가격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핀테크, 가상 화폐 채굴 등 전력 소모가 많은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장비를 운영하는 IT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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