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미래부터 현재까지...주요 계열사 김 부회장 손에
재계 총수들과 경영현장 누비는 ‘차기총수’ 김동관 부회장
태양광서 거둔 성과, 한화오션도 12분기 만에 흑자로 증명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 2022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진들과 잇달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사진=한화)
지난 2022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진들과 잇달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사진=한화)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그야말로 경거숙로(輕車熟路)다. 갑진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재계의 차기 총수 후보들 가운데 가장 묵직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공식적인 그룹 총수는 아니지만,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함께 누비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재계와 그룹 내 영향력만큼은 현직 총수들 못지 않은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다보스포럼 첫 참석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된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지난 2022년 김 부회장은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에 포함돼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동년배로 유력한 차기 총수들인 정기선(1982년생) HD현대 부회장이나 장선익(1982년생) 동국제강그룹 전무 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 부회장의 확고한 재계 내 존재감은 ‘워커홀릭’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한 김 부회장의 일에 대한 집념과 성과에 기반한다.


낭보, 낭보, 낭보...입사 초부터 부회장까지 성과 도출


김 부회장은 2010년 차장으로 한화그룹에 입사했는데, 입사 후 1년 만인 2011년 그룹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맡게 된다. 2022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 부회장은 현재까지 14년간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한화그룹은 미래 역점사업으로 태양광 부문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10년 4300억 원을 투자해 미 나스닥 상장 중국 태양광기업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49.99%를 인수한다. ‘솔라펀파워홀딩스’는 인수 이후 ‘한화솔라원’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김 부회장은 사명 변경 직후인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한화그룹은 다시 한 번 태양광 사업에 변화를 준다. 2012년 인수한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해 태양광 사업 파이를 키운 것이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한 뒤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와 전략부문 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을 맡았을 당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한 한화큐셀은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5GW 모듈 수출로 흑자 전환했다. 그해 12월 6일 김 부회장이 한화큐셀 영업실장(전무)로 승진한 뒤 한화큐셀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8%, 166.3% 등으로 늘었다.

지난 2023년 1월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가 신년 미디어데이에서 태양광 북미 시장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지난 2023년 1월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가 신년 미디어데이에서 태양광 북미 시장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의 가장 큰 낭보는 갑진년 신년에 들려왔다. 지난 9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총 12GW 규모의 장기 태양광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해당 계약은 미국에서 이뤄진 태양광 파트너십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이다. 계약에는 발전소 EPC 서비스도 포함됐다.

한화큐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력을 구매할 태양광 발전소에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연간 최소 1.5GW의 모듈과 EPC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계약은 2023년 1월의 후속 계약으로, 규모가 당초 2.5GW에서 12GW로 대폭 늘었다. 12GW는 미국에서 약 18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2년 기준 1년간 미국 전역에서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약 21GW)의 약 60%에 달한다.

현재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의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1일 한화솔루션은 신년 미디어데이에서 2019년 모듈 양산을 시작한 달튼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1.7GW에서 지난해 말까지 5.1GW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반기까지 1.4GW 규모 생산라인 증설을 끝내고, 연말까지 2GW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최근 완성됐다.

한화솔루션이 내년 말 달튼 공장과 카터스빌 공장의 신증설을 완료하면,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이 총 8.4GW로 늘어난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로, 미국 가구 기준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이 가능한 전력량이다. 카터스빌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말부터 한화큐셀은 북미 최초로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을 확보한 기업이자, 북미 최대의 실리콘계 모듈 제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 된다.


방산부터 한화오션까지...주요 계열사 모두 쥔 김동관


일찍부터 태양광 사업으로 능력을 입증한 김 부회장이 재계에서 본격적인 입지를 확보한 시기는 지난 2022년 8월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9개 계열사 승진인사를 발표했는데, 해당 인사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다. 

또 이날 김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함께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겸임하게 됐다. 신사업에 더해 한화그룹의 기존 먹거리였던 방산부문과 지주사 전체 전략까지도 김 부회장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김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인수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기타비상무이사도 겸직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승계 구도를 굳히고 있다. 김 부회장이 그룹의 육·해·공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그룹 전체 비즈니스를 이끌게 된 것이다.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 참여 배경에는 김 부회장이 그룹에서 맡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방산, 우주항공 등의 기존 역할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이사회 일원으로 피인수기업의 빠른 경영정상화와 해외시장 확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6월 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6월 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지난해 6월 7일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출범 이후 처음으로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화오션 임직원들과 만남을 갖고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같은 해 5월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김 부회장은 새롭게 선임된 설계 생산 임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후 생산본부, 기술본부 등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새로 보임을 받은 신임 팀장들과는 오찬을 함께 했다.

현재까지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와 함께 해외시장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재계는 김 부회장의 한화오션 경영 참여가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한화오션이 12분기 만에 흑자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한화오션은 매출 1조 9169억 원, 영업이익 74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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