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김동관 오너3세 첫 격돌 수주전서 HD현대중공업 고배
임단협 정상 진행 중 부분파업으로 2000대·530억 손실 현대차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현대家 기업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과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등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는 민주노동 산하 양사 산별노조의 파업 타이밍과 구호를 놓고 ‘정치파업’이라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 아직 임단협 쟁점도 없는데...‘민주노총 힘 싣기’


지난 12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현대자동차가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의아한 점은 울산지역 노동계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타이밍이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까지 7차례에 걸친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쟁점도 나오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 노조의 이번 부문파업이 임단협과는 무관한 민주노총 총파업 힘 싣기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2일 현대차 노조는 오전조(1직)와 오후조(2직) 조합원들에게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오전조 조합원들이 본래 퇴근 시간보다 2시간 빨리 퇴근하면서 20분간 퇴근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1만여 명의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줄지어 퇴근하면서다. 

이 가운데 현대차 일부 노조 조합원은 금속노조 울산지역 총파업 대회에 참가했다. 총파업 울산대회 참가자들은 “검찰독재 민주주의 파괴”, “윤석열 대통령 퇴진하라”, “국민안전 내팽개친 대통령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4시간 부분파업으로 현대차 울산 5개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췄다. 업계는 이날 부분파업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만 2000여대 이상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총 53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오션’에 첫 군함 수주 뺏긴 HD현대중공업, 노조까지 발목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 측은 파업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 생산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한 바 있다. 

역시 HD현대중공업 노사도 정상적인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재 HD현대중고업 노사는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정상적인 교섭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 여름휴가 기간은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지만, 이달 28일이 노조창립기념일인 까닭에 늦어도 27일까지는 임단협이 타결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9년 만에 불거진 노조의 정치파업 이슈가 더 뼈아프다. 최근 한화그룹에 편입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외부의 적’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경쟁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어서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맞붙은 첫 군함 수주전에서 밀린 바 있다.

지난 14일 군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기존 업계 1위 HD현대중공업을 누르고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방위사업청은 해군 차기 호위함으로 불리는 울산급 배치3 5∼6번함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군함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을 따돌리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이번 수주전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차기 오너3세들의 첫 격돌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날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1.88점을 받아 총 91.74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0.14점 차이로 따돌렸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0.97점 앞섰지만,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으로 한화오션에 고배를 마셨다.

한편, 여당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정치파업’과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문종형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민노총의 정치투쟁은 스스로 불법 정치세력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정치 현안에 노동자 조직을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며 “노동자의 탈을 쓰고 정치 괴담과 반정부적 선동까지 일삼는 민노총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조원이 수만에 달하는 현대차 노조의 경우 노조 쟁의권 확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5개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노동조합법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