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사장, 국내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기조연설 맡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육·해·공 통합비전 넘어설까
尹대통령 경제사절단 동행 등 건설부문 글로벌 포석 마련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오는 2024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시작한 CES는 1995년부터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연례 행사로 열리고 있다. 내년 CES에는 국내 500여 기업이 참여한다. 뉴스포스트가 기업별 CES 2024 이슈를 미리 짚어본다. - 편집자주

정기선 사장이 올해 1월 열린 'CES 2023'에서 HD현대 프레스 컨퍼런스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정 사장은 지속가능한 해상 비즈니스 비전을 선보였다. HD현대는 내년 1월 열릴 CES 2024에서 '육상 비즈니스' 청사진을 선보일 전망이다. (사진=HD현대)
정기선 사장이 올해 1월 열린 'CES 2023'에서 HD현대 프레스 컨퍼런스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정 사장은 지속가능한 해상 비즈니스 비전을 선보였다. HD현대는 내년 1월 열릴 CES 2024에서 '육상 비즈니스' 청사진을 선보일 전망이다. (사진=HD현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 ‘해상’에 집중했던 HD현대는 CES 2024에서 ‘지속가능한 육상 비즈니스’ 비전을 선보인다. 특히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내년 CES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 HD현대의 미래 청사진을 소개할 예정이다. HD현대의 CES 기조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조연설을 맡은 바 있다.


HD현대, 국내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기조연설


HD현대는 CES 202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내 기업이다. 정기선 사장이 그간 국내 4대그룹이 독식했던 CES 기조연설자로 선정되면서다. HD현대는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세 번째로 기조연설을 맡게 됐다.

지난 26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HD현대가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그룹의 건설장비와 에너지 솔루션 중심의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30일 뉴스포스트에 “내년 열리는 CES에서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등 그룹의 건설기계 부문의 비전을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 CES에서 해상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육상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정기선 사장도 “건설 부문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향상하는 게 우리 문명이 직면한 많은 인간안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HD현대는 CES 2024에서 해상보다 육상 비즈니스 모델에 방점을 둔 청사진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사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기존 강점인 해상을 넘은 육상 비전을 선보인 데는 동년배 라이벌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김 부회장이 최근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이끌며 11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하면서다. 

앞서 HD현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지만, EU의 기업결합 불허 등으로 최종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정 사장의 ‘동년배 절친’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이 최근 한화오션 사내이사 합류해 한화그룹의 육·해·공 비전을 이끌고 있는 만큼, 정기선 사장도 HD현대 차기 오너로서 그룹의 비전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정 사장이 보이는 글로벌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CES 앞서 건설부문 실적 제고하고 글로벌 포석 깔아


HD현대가 글로벌에 선보일 육상 비즈니스 비전은 친환경과 AI가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가 기존 비전인 ‘지속가능한 해상 비즈니스’에 이어 지속가능한 육상 비전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또 CES 2024의 핵심 주제가 인공지능(AI)인 만큼, 재계는 HD현대가 이에 따른 ‘맞춤형 비전’도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3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등은 그간 이를 위한 포석을 깔아뒀다.

지난달 26일 HD현대는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포스코홀딩스와 ‘자원 개발 및 공사 현장의 무인화 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무인화 기술의 첫 단계로 원격제어를 활용한 무인 건설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실증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HD현대 건설부문 계열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이 참석했다. 3사는 건설장비의 스마트 기술과 원격제어를 포함한 무인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원 개발과 공사 현장의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무인화 장비 기술을 개발한다.

최근 HD현대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건설기계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고 나서기도 했다. 기존 해상 비즈니스에 집중한 그룹 내 역량을 육상 비즈니스로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HD현대는 “그룹 핵심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 사업의 직무 이해도를 높인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등 그룹 건설기계 3사에 한정해 실시하던 건설기계 자격 취득 지원 제도를 내년부터 그룹사 전체 임원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지원 대상 자격 면허는 3톤 미만 소형 굴착기와 지게차 등 2종이다.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임원이면 누구나 소속이나 담당업무와 관계없이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교육은 HD현대인프라코어 안산 기술교육센터와 HD현대건설기계 음성 글로벌교육센터에서 작업 안전과 장비 기술 및 원리 등 이론 교육과 실제 장비를 운전하는 실습 교육을 포함해 1박 2일간 진행한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룹의 통합형 리더로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춰야 하는 임원들이 자사 장비를 직접 학습하고 체험하며,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그룹의 비전인 미래 산업 생태계 개척에 속도를 더할 수 있는 그룹 내 사업 간의 시너지 확대 방안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3사 출범 2년 만에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 부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그룹 사업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연계 방식을 도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매출 4조 7802억 원, 영업이익 5025억 원을 기록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는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CES 2024 참석에 앞서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극복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9일 HD현대가 우크라이나에 기증한 건설장비가 전쟁 피해지역의 긴급 복구를 위해 출발한 것이다.

이날 HD현대는 한국 부산신항에서 기증 건설장비 5대를 선적하고, 출항을 완료했다. 해당 장비들은 오는 12월 폴란드에 도착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예정이다. 기증하는 건설장비는 HD현대건설기계 30톤급 크롤러 굴착기 2대와 HD현대인프라코어 21톤급 휠 굴착기 2대, HD현대사이트솔루션 2.5톤급 지게차 1대 등 총 5대다. 

해당 장비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피해지역 중 하나인 미콜라이우주(州)의 긴급 복구를 위해 투입된다. 지난 9월 HD현대는 우크라이나와 복구용 건설장비 기증협약을 맺은 바 있다.. 향후 HD현대는 우크라이나 딜러 네트워크를 활용한 유지보수 서비스와 전후 재건에 필요한 건설장비도 공급한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의 첨단에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자원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정기선 사장은 지난 21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카타르 LNG운반선을 수주하는 등 기존 강점인 해상부문 글로벌 비즈니스도 가속화하고 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LNG운반선 17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5조 2000억 원으로,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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