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美법인 찾아 HBM 사업현황 보고받아
‘메모리 반도체 맏형’ 삼성전자,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시설투자
삼성전자 19일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내년도 HBM 전략 나올듯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왼쪽 세번째)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부 및 기업간 MOU 체결식을 마친 뒤 최태원(왼쪽) SK 회장,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맨 오른쪽) ASML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왼쪽 세 번째)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에서 한-네덜란드 정부 및 기업간 MOU 체결식을 마친 뒤 최태원(왼쪽) SK 회장,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맨 오른쪽) ASML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와 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승기를 잡은 SK를 삼성이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수준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투자 여력이 큰 삼성이 내년부터 HBM 시장에서 SK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커지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승기 잡은 SK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업턴’이 가시화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AMD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10배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부품이다. 기존 D램 대비 가격이 2~3배 비싸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선두 SK하이닉스와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승기를 잡은 건 SK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단독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 HBM인 HBM3를 미국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SK하이닉스는 HBM3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95%로 끌어올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5세대 HBM인 HBM3E를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도 최근 HBM 사업 현황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를 찾았다.

이날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찾아 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기존 사업구조 외에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 이어 가우스랩스를 찾은 최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LLM도 접목하고, 향후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가우스랩스는 SK가 2020년 설립한 첫 AI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가우스랩스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수율을 개선 중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도 신설했다.


‘주머니 두둑한 추격자’ 삼성전자...증권업계 “내년 HBM 점유율 뒤집힐 것”


지난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10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HBM 후발주자인 삼성은 SK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 중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도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등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도전장을 낸 AMD가 HBM 공급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주요 공급사로 선정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으로부터 다양하게 공급받겠다”고 밝힌 만큼 후발주자 삼성전자의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삼성전자는 AMD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등 10여 개사로 HBM 공급처를 늘려나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HBM 전략은 오는 19일 예정된 하반기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주재하는 해당 회의에서 삼성전자는 내년도 HBM 사업 방향과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시장 타개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이후 HBM과 관련한 추가적인 조직개편 가능성도 있다. 경계현 사장이 올해 연말인사에서 유임되며 새롭게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직도 겸하게 된 만큼,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권한과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서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HBM 생산능력은 최대 2만 5000개/월, SK하이닉스는 3만 5000개/월 규모로 SK하이닉스가 앞섰지만, 증권가는 내년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이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내유보금 등 투자 여력이 SK하이닉스 대비 월등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HBM 고객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는 HMB3 시장에 삼성전자가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HBM 최대 생산량이 2024년 4분기 15~17만 장/월,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이 12~14만 장/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은 145조 65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둑한 주머니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상반기 역대 최대인 25조 3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90% 이상을 반도체 시설투자에 집중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투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차입했다.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 대부분이 미국과 아시아법인 등 해외에 묶인 상황이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하면 향후 삼성의 투자 여력은 더욱 큰 셈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7~49% 수준으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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