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과 ‘이통사사업권’ 등 둘러싼 특혜 오해
최종건 창업회장·최종현 선대회장 리더십 통해
‘청와대 갑사’·‘워커힐 호텔’ 박정희 정권 역할론
최태원 회장 ESG경영으로 재계 3위서 2위 올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SK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대한민국 재계 순위 2위에 올랐다. 만년 3등에 머물던 SK그룹이 12년 만에 재계서열 2위로 올라온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SK그룹이 가져온 재계 순위 지각변동에 새삼 SK의 성장배경에 정권의 후광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K가 정권 덕에 고래(유공)를 삼켰다”거나 “이동통신 특혜로 SK가 성장했다”는 등을 주장하는 식이다.

SK그룹이 정권의 후광으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했다는 지적은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


선경(SK) ‘유공 인수’ 특혜 의혹


노태우 정권이 선경(現 SK그룹)의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가장 널리 알려진 오해다.

SK는 1980년 10월 유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기준으로 매출 1조 원 규모의 유공 인수전에 최종적으로 선경과 삼성, 남방개발 등 3곳이 후보망에 올랐다. 그해 12월 23일 선경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유공을 인수한다. 선경은 유공 인수로 단번에 재계 5위권 그룹으로 도약한다. 

그러자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재계 순위 20위권 안팎이었던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 게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노태우 정권 덕분이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선경의 유공 인수가 특혜라고 하기에는 의문점이 많다. 당시는 노태우가 아닌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던 까닭이다.

사실 선경의 유공 인수는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역할이 컸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계획 아래 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정부가 투자한 대한석유공사가 존재했지만, 최종건 창업회장은 개인 사업자로 대한석유공사 규모의 정유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창업회장의 계획에 따라 선경은 이미 1973년 7월 1일 ‘선경석유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하루 1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원유공급 확약을 받기도 했다. 이후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도 미국 시카고대와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중동지역 인사들과 인맥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부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 민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소요 원유의 장기적·안정적 확보능력 △증설 및 비축사업을 계획기간 안에 완공시킬 수 있는 자금조달능력 △산유국에 대한 투자유치능력 △정유회사의 경영관리능력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업의 성실성 △산유국과의 교섭능력과 실적 등을 인수 자격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최종건 창업회장부터 최종현 선대회장까지 선경이 이미 튼튼하게 다져놓은 조건들이었다. 


SK, 특혜 시비에 ‘이동통신사업권’ 두 차례 반납


SK의 이동통신사업권 인수를 놓고도 현재까지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SK는 1991년 4월 대한텔레콤(주)를 설립하고 이동통신사업 진출 기반을 다졌다. 대한텔레콤은 국내외 정보통신분야 조사용역과 경영진단, 컨설팅 등 사업을 영위했다. 

1992년 6월 대한텔레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신청해 8월 20일 최종사업자로 선정된다. 이를 두고 노태우 정부(1988.02-1993.02)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SK는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다. 

SK는 김영삼 정부(1993.02-1998.02) 시절 제2이동통신 신규 사업자 선정에 재차 도전하지만, 다시 스스로 사업자 도전을 포기한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던 최종현 선대회장이 특혜 시비를 의식해 물러난 것이다. 

이후 SK는 1994년 제1이동통신인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공개입찰에 참여해, 마침내 통신사업에 진출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노태우 정부에서 이뤄진 SK의 제2이동통신 사업권 선정이 특혜라고 지적하며 반대한 바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뤄진 SK의 통신사업 진출에 특혜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SK 성장에 박정희 정권 역할론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이 1960년대 초 선경직물 수원공장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SK 제공)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이 1960년대 초 선경직물 수원공장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SK 제공)

역대 정권 가운데 SK 성장에 역할을 한 것은 사실 박정희 정권이다. SK가 박정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약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선경직물은 재계서열에 들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경직물 인수 이후 기업성장에 몰두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1961년 9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선경직물 수원공장을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민정이양 이후인 1964년 10월 다시 수원공장을 방문하는데, 이는 선경의 신뢰도 향상과 제품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64년 방문 당시 박 대통령과 동행한 육영수 여사에게 선물한 한복 옷감은 ‘청와대 갑사’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최종건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워커힐 호텔’ 인수에 “세계에서 제일가는 호텔로 만들어 달라는 조건” 하나만을 붙여 운영권을 넘긴다. 1973년 1월 형식상 진행된 입찰에서 26억 3200만 원에 낙찰받아 10억 원만 일시불로 납입하고, 나머지 대금은 향후 10년간 분할납입하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SK가 1973년 설립한 ‘선경석유주식회사’도 박정희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루어졌다. 일본 데이진社의 오야 사장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선경과 정유회사 합작투자 의사를 밝혔다. 이후 SK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최종건 회장의 꿈이었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김영삼 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을 420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며 “지배주주가 될 수 있는 가격의 7배에 달하는 인수 가격을 지불하고도 아직도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유공 관련 특혜 시비는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SK 특혜에 대한 시선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슬로건, 최태원 회장 ‘석유에서 사회적 가치까지’ 확장


최태원 SK회장이 중국 상하이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포럼 2019'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SK 제공)
최태원 SK회장이 중국 상하이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포럼 2019'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SK 제공)

SK가 12년 만에 재계 3위에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회적 가치’ 중심의 경영이 있다. SK가 사회적 가치와 환경, 지배구조 등 혁신을 기반으로 바뀌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구조로 체질을 바꾼 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SK가 영위하는 비즈니스의 초석을 다졌다면, 최태원 회장은 SK를 글로벌 ESG경영의 첨단에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평소 최태원 SK 회장이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SK 지주사와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를 위한 행보도 활발하다. SK는 지난해 10월 전기차배터리와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SK㈜와 SK E&S의 수소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社 공동투자(1조 8000억 원), SK에코플랜트의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기업 테스社 인수(1조 2000억 원) 등 친환경 미래사업 분야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SK의 건설 계열사였던 ‘SK건설’은 지난해 5월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사명까지 변경하는 환골탈태를 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의 배경을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기 위한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SK는 올해 5월 전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가치 총액이 18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7조 원 증가한 수치다.

사회적 가치 지표별로는 △경제간접 기여성과(E): 19조 3443억 원(고용 10조 1000억 원, 배당 3조 4000억 원, 납세 5조 9000억 원) △환경성과(E): -2조 8920억 원(환경공정 –3조 6000억 원, 환경 제품·서비스 8000조 원) △사회성과(S): 1조 9036억 원(사회 제품·서비스 8000억 원, 노동 5000억 원, 동반성장 3000억 원, 사회공헌 3000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도쿄 포럼과 베이징 포럼, 상하이 포럼 등에서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방안을 제시해 글로벌 ‘ESG 리더’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은 상하이 포럼 연설에서 “인류는 지금 글로벌 환경·사회적 위기에 팬데믹까지 더해진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 도전들은 글로벌 사회의 포괄적이고도 조화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교토의정서, 파리협약 등 국제 협력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를 불러온 인간의 행동과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제도와 관리 방안을 찾아 글로벌 사회가 공동협력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신뢰받는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문헌
김성수 외, SK 창업과 성장과정의 경영사적 연구, 경영사학 제27집 제1호(통권61호), 한국경영사학회, pp.163-19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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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SK그룹의 기업 활동과 경영전략, 경영사학 제27집 제1호(통권61호), 한국경영사학회, pp.225-262, 2012.
남명수, SK의 성장과 한국경제발전의 기여도에 관한 연구, 경영사학 제26집 제4호(통권60호), 한국경영사학회, pp.435-456, 2011.
김한원 외, SK그룹 담연 최종건 창업회장의 생애와 경영이념, 45회 무역의 날 기념 특별세션, 2008.
신용대 외, SK그룹 담연 최종건 창업회장의 창업과 기업성장, 45회 무역의 날 기념 특별세션, 2008.
이건희, SK그룹의 제2창업시대의 기업활동과 경영전략, 유라시아연구 제2권 제2호(통권제4호), 아시아·유럽미래학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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