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취임한 최태원 회장, 25년만 재계 2위 도약
승부사 최 회장, 내부 반대에도 '그룹 효자' 하이닉스 인수
유일한 약점 노소영 관장, 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이혼으로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해 7월 1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1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최근 수년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의 맏형으로서 국내외 재계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이후 현재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최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목발 투혼’을 발휘한 일례가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취임 24년 만인 지난 2022년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SK그룹을 국내 재계 서열 2위에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다. 당시만 해도 SK그룹은 재계 순위 5위에 불과했다. 최 회장의 비즈니스 감각과 오너십은 ‘불과’라는 표현이나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가당치 않은 20여 년이 넘는 세월이 증명한 셈이다.

SK그룹 오너로서 최태원 회장의 유일한 약점은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이후 불거진 가정사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과 최 회장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이혼 이슈가 수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근 노 관장이 재산분할 요구액을 현금 2조 원으로 상향하는 등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재판은 SK그룹의 오너십 리스크로까지 번지고 있다.


25년 세월이 증명한 최태원 능력, 하이닉스 인수가 ‘신의 한 수’


지난해 9월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취임 25주년을 맞았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1998년은 대한민국에게도, 국민에게도, 재계에게도, SK그룹에게도, 혹독했다. 1997년 찾아온 외환위기에 김영삼 정부는 그해 11월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다음 해인 1998년 대우그룹(재계순위 3위) 등 국내 재계 30위권 그룹 가운데 11곳이 부도 사태를 맞아 해체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당시 재계순위 5위였던 SK그룹 회장에 오른 최태원 회장도 그룹을 둘러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취임일성으로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 혁신적 변화를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히고 SK그룹 전체의 혁신을 추진했다. 이후 24년 만인 2022년 SK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순위 2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순위를 맞바궜다. 2010년 이후 공고했던 재계 서열이 깨진 것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자산과 반도체 매출 증대, 계열사 물적 분할에 따른 신규 설립,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성장 등을 배경으로 재계 순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의 해상풍력발전과 폐기물관리 회사 등 친환경부문에서 새로운 매출 증대를 이뤄내기도 했다.

특기할 점은 SK그룹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SK그룹은 전년 대비 계열사가 38개 늘어난 186개를 기록했다. 반면 2위에서 3위로 밀려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2022년 기준 57개로 전년 대비 4개 늘어난 데 그쳤다. SK그룹의 계열사 증가는 최태원 회장의 다양한 신사업 의지와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과 2022년의 SK그룹을 비교하면 더 드라마틱하다. 1998년 SK그룹은 △자산총액 32조 8000억 원 △매출 32조 4000억 원 △영업이익 2조 원 등이었다. 반면 2022년 SK그룹은 △자산총액 327조 3000억 원 △매출 224조 2000억 원 △영업이익 18조 8000억 원등으로 성장했다.

재계에서 SK그룹의 질적·양적 성장의 뿌리에 최 회장의 오너십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승부사 기질을 가진 최 회장의 오너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SK하이닉스 인수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사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정유)과 SK텔레콤(통신) 등 양대 축으로만 그룹의 미래를 떠받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최 회장의 신의 한 수’였던 SK하이닉스는 지난 25년간, 그리고 현재까지도 SK그룹의 가장 큰 성장동력과 캐시카우로 작동하고 있다. 


대통령의 딸과 재벌 2세 세기의 결혼, 파국으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화촉을 올렸다. 현직 대통령 노태우의 딸 노소영 관장과 재벌 2세 최태원 회장의 결혼은 세기의 결혼으로 불렸다. 그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은 SK그룹이 현재까지 끊임없이 ‘정권의 특혜로 성장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것이 세간에 드러난 계기는 최 회장 본인에 의해서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을 통해 배우자 노소영 관장과 별거 중이라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혼외 자녀를 인정하면서 노 관장과 성격차이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매듭짓고 결자해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노 관장은 이혼 거부 의사를 밝히다가 2019년 법원에 최 회장에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 절반(649만여 주)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K 주식을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는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위자료는 1억 원, 재산분할은 현금 665억 원만 인정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지난해 12월 나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23일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당시 해군 중위)가 어머니 노소영 관장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대강당에서 열린 청해부대 19진 '충무공이순신함' 입항환영식에 참가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5년 12월 23일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당시 해군 중위)가 어머니 노소영 관장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대강당에서 열린 청해부대 19진 '충무공이순신함' 입항환영식에 참가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절반 가량을 요구하는 노 관장의 요구가 SK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노 관장은 재산분할 액수를 1조 원대에서 2조 원대로 더 높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은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의 형태를 최 회장 보유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두 사람의 이혼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8일 인지액을 47억여 원으로 상향 보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노 관장이 지난 5일 항소취지 증액 등 변경신청서를 낸 결과로, 보정된 인지액을 민사소송 인지법과 가사소송수수료 규칙을 토대로 역산해 보면 노 관장의 청구액은 2조 30억 원으로 계산된다.

재계와 법조계는 노 관장이 1심에서는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 현물로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최근 SK의 주식 가치 하락 등을 반영해 현금으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조 원대에 달하는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액은 18일 SK(034730)의 종가기준 15만 12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최 회장의 보유 주식(약 1300만주)을 모두 처분해도 지급할 수 없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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