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등 차기 총수들 부회장 승진에 2년...허세홍 ‘사장만 4년째’
경쟁자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선임
국제유가 휘둘리는 정유사 한계극복 나선 허세홍, 비전 속속 구체화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부회장 승진 전망이 있었지만 유임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부회장 승진 전망이 있었지만 유임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한해를 선기후인(先己後人)의 자세로 경영실적을 쌓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GS그룹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유력했던 허 사장이 유임되면서다. 

그해 정기인사에서 허 사장은 유임됐지만, 허 사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오너 후보로 꼽히는 GS건설 허윤홍 미래혁신대표는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GS그룹이 본격적인 오너 4세 승계 구도에 돌입한 만큼, 허 사장 등 차기 총수 후보군에 속한 오너 4세들의 성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른 차기 총수들을 의식하지 않는 허 사장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회장에 2년 걸린 차기 총수 김동관·정기선...허세홍 ‘4년째 제자리’


지난해 GS그룹과 계열사들의 연말인사에서 특기할 점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유임이다. 재계는 2019년 GS칼텍스 사장으로 취임했던 허 사장이 GS그룹 및 계열사의 2024년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유력하다고 봤지만 결국 유임됐다. 

1969년생인 허세홍 사장의 승진 시기는 다른 그룹의 차기 오너들과 비교해서도 늦은 감이 있다.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0년 10월 한화솔루션 사장에 선임된 지 2년 뒤인 2022년 8월 한화솔루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등을 겸하고 있다. 19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지난 2021년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년 만인 지난해 11월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허 사장과 함께 GS그룹의 유력한 차기 오너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는 지난해 10월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간 번번이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GS건설의 일부 사업만 담당했던 허윤홍 사장이 허세홍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실적 쌓기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오너 4세 실적 경쟁 구도 속에서 정유사 대표이사인 허세홍 사장은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허 사장이 마주하는 실적 악화의 문제 대부분이 정유업계가 근본적으로 가지는 한계에 기인하는 까닭이다. 국제유가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상황에서는 정유사 CEO가 발군의 경영 능력을 갖췄다고 한들,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정비사업 외에 해외 플랜트 등 건설사 대표로 여러 돌파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허세홍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신성장동력 집중하는 허세홍, 정유사 한계 극복 관건


지난 2019년 허세홍 사장의 GS칼텍스 대표이사 취임 이후 연결기준 GS칼텍스의 매출액은 △2020년 22조 3010억 원 △2021년 34조 5380억 원 △2022년 58조 5320억 원 등을 기록하며 우상향했다. 하지만 국제유가하락 국면에서 GS칼텍스는 다른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기름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직면했다.

실제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 GS칼텍스는 2020년 22조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같은 해 영업이익은 9190억 원 적자를 봤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국제유가가 상승세였던 1분기에 영업이익 3068억 원을 기록했던 GS칼텍스는 유가가 하락한 2분기엔 영업손실 192억 원을 기록했다. 다시 유가가 오른 3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올해 공시를 앞둔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국제유가하락 국면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허세홍 사장이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부터 연구개발비를 증액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부문 투자의 성과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부문이 아직 크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GS칼텍스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516억 원 △2020년 557억 원 △2021년 563억 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GS칼텍스의 연구개발비는 796억 원으로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허 사장은 친환경 연국개발비를 늘리고 있다. 국제유가하락 사이클에서 정유사의 운명인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탱크 슬러지 처리와 폐수처리장 개선 등 바이오 기술 연구개발비가 대표적이다. 

또 GS칼텍스는 2019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출범하기도 했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119개 주유소와 LPG 충전소 248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아직 정유사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정도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아니지만, 허 사장의 신사업 청사진들이 속속 구체화하는 것이다.

지난 2일 허세홍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략 측면에서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친환경 규제 사전 대응, 그리고 인접영역 신사업 성장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과 같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나아가 수소, CCUS, White Bio 등 저탄소 영역에서 규모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친환경 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이다.

이어 허 사장은 “이러한 전략 실행을 통해 회사는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에너지 전환에 균형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사가 가지는 근본적인 실적 하락 사이클을 지속가능한 신사업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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