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취임시 ‘매출·영업이익·당기순손익 적자’ 흑자 전환...능력 증명
일본에서 첫 사회생활 시작한 허세홍 사장...美·中·日·新 네트워크 강점
업황에 따라 실적 결정되는 정유업...허 사장 ‘저탄소 신사업’ 드라이브

GS그룹 오너4세 승계 구도에 변수들이 더해지고 있다. 유력한 차기 오너 후보자들 외에 승계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던 오너4세들이 GS 지분을 늘리면서다. GS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지 않고 집단경영체제로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보유 지분과 경영실적에 따라 차기 오너가 결정되는 만큼 오너4세들은 지분 확보와 경영실적 달성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뉴스포스트가 승계가 유력한 GS그룹 차기 오너4세들의 행보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GS그룹의 가장 유력한 차기 오너로 거론된다. 미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네트워킹을 두루 갖춘 동시에 GS칼텍스 대표로 보여준 경영 능력이 입증된 까닭이다. 허 사장은 차기 GS그룹 오너로 거론되는 오너4세 가운데 가장 맏형(1969년생)이기도 하다. 다만 GS칼텍스의 정유사라는 특성상, ESG경영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체질 전환과 업황에 따른 실적 하락은 허 사장의 숙제로 남았다.


허세홍 사장, 美·中·日·新 글로벌 네트워크 장점


허세홍 사장이 GS그룹의 가장 유력한 차기 오너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허 사장이 삶과 커리어를 쏟아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이 있다.

1969년생 서울 출생인 허 사장은 첫 사회생활을 일본 오사키 전기(Osaki Electric Company)에서 시작했다. 이후 미국 IBM 미국본사(1998), 뱅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1994년) 등을 거쳐 미국 쉐브론 미국본사(2003년) 등에서 근무하며 미국과 일본에서 양국의 비즈니스를 두루 거쳤다.

허 사장은 39세가 된 2007년에야 GS칼텍스에 입사한다. 당시 허 사장은 GS칼텍스 싱가포르 부법인장으로 입사해 2008년 싱가포르 법인장까지 2년간 싱가포르 현지에서 근무했다.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며 아시아의 금융허브이자 무역허브로 자리한 싱가포르 시장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것이다. 

이후 허 사장은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 본부장을 거쳐 2017년~2018년 GS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복귀한 허 사장은 지난해 3월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에 선출됐다.

허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의지는 교육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허 사장은 글로벌 톱 MBA인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GSB)을 졸업한 지 10년 뒤인 2008년 불혹의 나이에 ‘Harvard-Tsinghua-CEIBS’ 고위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중국 명문대 칭화대와 중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합작투자로 창립된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에서 수학하며 중국 정치·공기업·창업의 중심 북경과 금융·산업의 중심 상해 등 양 지역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았다.


업황 따라 출렁이는 실적과 ESG 체질 전환 등 숙제


허세홍 사장이 그간 GS그룹 주력 계열사 GS칼텍스 대표로 보여준 경영실적은 나쁘지 않다. 2019년 1월 GS칼텍스 대표에 취임한 허 사장의 경영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GS칼텍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은 우상향 중이다.

연결기준 GS칼텍스의 매출액은 △2020년 22조 3010억 원 △2021년 34조 5380억 원 △2022년 58조 5320억 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9190억 원 적자에서 2021년 2조 190억 원, 2022년 3조 9790억 원 등으로 흑자 전환 후 상승 중이다. 당기순이익도 2020년 7750억 원 적자에서 2022년 2조 789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정유업계가 공통으로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GS칼텍스도 갖고 있다는 점이다. GS칼텍스 등 정유업은 사이클에 따른 실적 변동이 심한 데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사업 특성상 환경 부문에서의 ESG경영에 취약하다.

당장 올해 2분기 국내 정유업계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원인이다. GS칼텍스를 포함해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가운데)이 임직원들과 함께 친환경 업사이클링 화분 제작을 위한 병뚜껑을 수집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지난해 5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가운데)이 임직원들과 함께 친환경 업사이클링 화분 제작을 위한 병뚜껑을 수집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허 사장은 GS칼텍스 대표 취임 전부터 정유업의 업황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한계와 ESG경영으로의 체질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저탄소 신사업’으로 잡으려는 구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이 취임한 2019년 이후 GS칼텍스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늘어서다. 

GS칼텍스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516억 원 △2020년 557억 원 △2021년 563억 원 등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는데, 이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허 사장이 강조하는 친환경 연구개발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탱크 슬러지 처리와 폐수처리장 개선 등 바이오 기술 연구개발비가 증액된 것이다.

구체적인 허세홍표 친환경 사업 모델도 속속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는 2019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모빌리티 인프라와 라이프 서비스가 결합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출범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119개 주유소와 LPG 충전소 248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설치된 충전기는 100~350kWh 급의 초급속 충전기로 단시간 내 충전이 가능하다.

허 사장은 폐플라스틱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을 활용한 순환경제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문 업체인 ‘ECO G&R’에 재활용 소재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에 나선 것이다.

양사는 파트너십 체결 이후 시설 지원 및 기술협력을 통해 고순도 MR 원료 생산을 위한 물리적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데, GS칼텍스는 연 1만 톤 수준의 고순도 MR 원료 생산이 가능한 전처리 시설을 지원하고, 생산된 원료가 안정적으로 자사 친환경 복합 수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왼쪽)과 조성배 대한항공 전무가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에 참석하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왼쪽)과 조성배 대한항공 전무가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는 정유와 화학을 넘어서 타 분야와의 신사업 업무협약에도 나섰다. 지난달 29일 GS칼텍스는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 조성배 대한항공 총괄 전무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GS칼텍스는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GS칼텍스는 ‘2022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저탄소 신사업으로 △수소 △EV 충전 네트워크 △물리적·화학적 재활용 △화이트 바이오 △바이오 연료 사업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현재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친환경 복합수지 제품에 대해 GRS 인증을 취득했다. 또 △글로벌 친환경 소재 ‘ISCC PLUS’ △한국비건인증원 ‘VEGAN’ △USDA 바이오 소재 기반 제품 △EU 에코 라벨 △국제 인증 코스모스 유기농 등 다양한 국내외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상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저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탄소 감축 전략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지속가능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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