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HDC현산이 시공...현대건설 명분 약해
HDC현산, 해운대 아이파크·수원 아이파크시티 등 화려한 트랙레코드
최근 서울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압구정 2~5구역을 1만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만들겠다는 신속통합기획안 구상을 밝혔다. 신통기획이 확정되면 2~5구역 조합들은 내년 시공사를 선정한 뒤 2025년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2031년에 입주한다는 목표다. 뉴스포스트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시공사별 수주 유불리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는 명칭은 그 전통에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마치 오늘날의 압구정현대를 현대건설이 시공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압구정현대는 지금의 현대건설이 아닌 HDC현대산업개발(옛 한국도시개발,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이 시공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부분의 단지가 현대건설이 아닌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에서 탄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970~80년대에 시공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재도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 ‘강남 부촌 1번지’ 등으로 불리며 명품 아파트의 입지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세월 명성을 지킨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업계의 맏형 현대건설보다 이번 재건축 시공사로 명분이 가장 크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HDC현대산업개발보다 압구정현대 재건축 수주전에서 전통과 명분이 부족한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압구정현대 3차부터 14차까지 우리가 시공...세간에 잘못 알려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난 1976년 1·2차 준공을 시작으로, 1987년 14차까지 모두 6148세대로 조성됐다.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현대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을 위해 주택사업부를 확대 개편한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확대된 회사가 1976년 출범한 한국도시개발(現 HDC현대산업개발)이다.
당시 ‘현대’라는 브랜드와 강남 압구정이라는 입지를 보고 중산층이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몰렸다. 1977년 압구정현대 5차 분양 당시 정치인과 언론인, 고위 공무원 등에 특혜 분양한 사실이 밝혀지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명품이미지가 더 공고해지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에도 압구정 현대아파트에는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무현 전 한라그룹 부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최세창 前 국방부장관, 김진태 前 검찰총장, 방송인 유재석, 배우 차태현 등 정·재계 인사는 물론 언론·방송인, 문화계 종사자 등이 거주했거나 현재 거주하고 있어 ‘강남 부촌 1번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장 이후 대한민국 건설 업계에서 건설사 이름을 단지에 붙이는 관례도 굳어졌다.
세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1차부터 3차까지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조성했고, 한국도시개발은 4차부터 14차까지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압구정현대 시공사에서 잘못 알려진 상식”이라며 “1차부터 2차까지만 주택사업부가 조성했고, 이후 3차부터 14차까지 지금의 HDC현대산업개발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이 사업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현재의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십 년 명품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부분을 시공한 만큼 재건축 수주전에서 명분이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HDC현산 ‘화려한 트랙레코드’ VS 현대건설 ‘디에이치’ 하이엔드 브랜드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 아이파크 △수원 아이파크 시티 등 그간 아파트는 물론 도시개발사업 시공 분야에서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이파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발군으로 해운대 아이파크가 꼽힌다. 2007년 착공해 2011년 완공된 해운대 아이파크가 국제도시 부산이 세계에 자랑하는 해운대의 상징이자 부산의 랜드마크가 된 까닭이다.
해운대 아이파크 시공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벤스킨트와 협업했다. 이 협업으로 부산의 바다와 바닷바람, 햇빛과 일조량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건설이 가능했다.
해운대 조망권을 확보한 해운대 아이파크는 최고높이 298미터, 72층의 초고층으로 시공됐다. 대지면적만 3만 6918㎡미터로 용적률은 899%에 달한다. 해운대 아이파크 3개동에 163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009년 착공한 수원 최초의 민간주도형 도시개발사업인 수원 아이파크 시티(수원시티)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요 트랙레코드 가운데 하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11·12단지를 끝으로 모든 단지 분양을 끝냈다. 수원시티는 서울과 수원, 동탄을 잇는 경부축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요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시티 역시 세계적 건축 명장인 벤 판 베르켈이 설계를 맡았다. 조경 또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조경 설계가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담당했다. 100만㎡ 대지 위에 펼쳐진 수원시티의 아파트와 주상복합에는 6658세대가 입주한다.
더블스킨 공법을 사용해 외관 위에 한 층의 레이어를 입힌 예술적인 입면 디자인은 수원시티를 아파트를 넘어선 작품으로 평가하는 요소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5가지 타입의 입면 디자인과 차별화된 색채계획으로, 각 건물의 개성을 극대화했다. 수원시티는 설계부터 시공, 분양까지 주거공간, 상업 및 공공시설, 하천과 공원이 함께 개발되는 친환경 미래도시로 계획됐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밝힐 수 없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 수주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과 명분,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이 내년 압구정현대 재건축 수주전 출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건설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지난 2015년 4월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다. ‘유일한’이라는 뜻인 ‘THE’에 ‘현대(Hyundai)’와 ‘하이엔드(High-end)’를 의미하는 ‘H’를 합친 단어다. 이런 뜻을 담아 디에이치 브랜드 슬로건도 ‘단 하나의 완벽함’이다.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입지와 단지의 상품성이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잇는 강남 H라인과 여의도·용산·성동을 잇는 한강변 H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6대 광역시는 지역별로 가장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사업지에만 디에이치를 적용한다. 실제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 아파트 모두 국내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단지들이다.
디에이치 브랜드가 최초로 적용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반포 삼호가든맨션3차 아파트를 지하4층~지상35층, 6개동, 총 848세대 규모로 재건축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외관과 조경, 커뮤니티 등 타 단지와는 차별화 되는 거주 환경을 자랑한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지난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기도 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주출입 문주는 지난 1953년부터 독일에서 매년 개최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디에이치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도 디에이치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단지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33층, 23개 동, 총 1320세대 규모의 단지로 들어섰다. 단지 조경부터 세대 내부까지 디에이치만 브랜드의 차별화된 가치를 담아 대한민국 프리미엄 주거 공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도 지난 2020년 미국 아키타이저 조경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아키타이저 디자인 어워드는 매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5000여 개 작품을 출품해 수상작을 가리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이다.
당시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미세먼지 저감 상품 ‘클린존(Clean Zone)’을 출품해 본상인 ‘파이널리스트(Finalist)’에 선정됐다. 이는 국내 아파트 조경 디자인으로는 유일한 수상이었다.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이 압구정현대 수주전에 힐스테이트가 아닌 디에이치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론칭한 지 8년 안팎으로 브랜드 역사는 길지 않지만,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야심작인 만큼 압구정현대 수주전에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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