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산업1팀 팀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는 삼풍백화점 참사 28주기가 되는 해다. 삼풍참사는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참사로, 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기자가 삼풍참사 취재 도중 만난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오늘날에도 오롯이 그날의 비극을 받아내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삼풍참사를 기억에서 지운지 오래다. 삼풍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매년 6월 29일이면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의 삼풍참사위령탑을 찾아 헌화하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1995년 6월 29일 삼풍참사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삼풍참사는 경제성을 위해 기둥을 빼는 등 다방면의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다. 수차례에 걸친 붕괴 조짐에도 경영진은 백화점 영업을 지속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이런 터무니없는 배짱 영업은 이들의 뒤를 봐준 수십 명의 공무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풍참사가 발생한 지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그간 ‘명품 건설사’, ‘1군 아파트브랜드’로 알려진 곳들의 시공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시작으로 주택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수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LH가 발주한 91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16.5%에 해당하는 15개 아파트 단지의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보강철근이 누락됐다.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의 상당수가 LH 퇴직자들이 취업한 업체에서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문제가 된 15개 단지 가운데 14개 단지는 전관업체에서 설계를 맡았고, 8개 단지는 전관업체가 감리를 맡았다. 건설업계 전반에 퍼진 전관예우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높아지는 시민들의 불안감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전한 것이다. 정부는 LH에 이어 지하주차장에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293개 민간아파트단지도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처벌과 규제만으론 부족하다. 30여 년 전 삼풍참사의 그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부실시공의 근저에는 건설사들의 안전성을 도외시한 지나친 경제성 추구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의 무게중심 설정이 여전히 잘못됐다.
최근 압구정현대 재건축 취재 도중 국내 굴지의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들었던 “조합원들은 공사비만 적게 책정하면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하는 전언이 현재의 국내 건설업계 인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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