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 “NCS 도입 후 토익 등 영어 기준 삭제”
LH “영어는 가점 사항일 뿐...제출하지 않아도 지원 가능”
부동산원·강원도개발공사·충북개발공사도 영어성적 없애
SH “해외 사업 수행 등 위해 공인 영어성적 요구한 것”
SH 주요 추진 사업장 국내 17곳, 해외는 한 곳도 없어

SH 공사 전경. (사진=SH)
SH 공사 전경. (사진=SH)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건설·부동산 공기업들이 NCS 채용을 강화하면서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 요건을 삭제하는 추세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부동산 공기업들 “실제 업무능력과 무관한 영어점수, 가점도 없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건설·부동산 공기업들은 최근 실제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NCS 채용을 도입·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NCS 중심 채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 채용에서도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취업준비생들이 이른바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사교육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 데 따른 변화다.

대표적으로 공인영어성적을 아예 삭제한 건설·부동산 공기업들은 한국부동산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강원도개발공사(GDC), 충북개발공사 등이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전형과 필기시험 과목 안내문. 공인영어성적를 포함한 스펙 위주의 서류전형을 실지하지 않고, 모든 지원자들이 NCS 기반 과목과 전공과목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전형을 시행했다. (자료=GH 채용공고 갈무리)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전형과 필기시험 과목 안내문. 공인영어성적를 포함한 스펙 위주의 서류전형을 실지하지 않고, 모든 지원자들이 NCS 기반 과목과 전공과목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전형을 시행했다. (자료=GH 채용공고 갈무리)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올해 4월 실시한 ‘2023년 경기주택도시공사 신입직원 모집’에서 행정직 6급과 기술직 6급 등 모두 17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는 서류전형을 없애고 모든 지원자가 NCS 기반의 필기시험과 인정검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채용을 진행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GH는 직원을 모집할 때 토익 등 영어점수를 요구하지 않고 가점 사항으로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NCS 기반의 채용 과정을 도입하면서 실제 직무능력과 무관한 영어점수 항목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LX공사도 지난해 하반기 총 54명을 채용하는 신입공채에서 ‘어학성적’ 기재란을 삭제했다. 대신 직무지식검사와 직무능력검사 등 NCS 기반의 필기전형과 역량면접 등을 합산해 적격자를 채용했다.

한국부동산원도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는 ‘2023년 한국부동산원 신입직원 및 경력직원 채용’에서 서류전형에서 공인영어성적 대신 적격심사와 역량평가를 도입했다. 지원자의 △학교교육(50) △직업교육(30) △자격증(20) 등을 평가해 직무적합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직무별로 인정되는 자격증은 △공인회계사·세무사 △감정평가사 △사회조사분석사 △변호사 △공인중개사·주택관리사 등으로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 인정된다.

최근 NCS 기반 채용제도를 도입한 수도권 외 지방자치단체 건설·부동산 공기업들도 공인영어성적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추세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영어점수가 업무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해 토익 점수를 아예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도 “직원 채용에서 실제 업무능력과 무관한 영어점수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대신 채용 분야별로 직무능력과 관련 있는 건축기사, 토목기사, 건설안전기사, 도시계획기사 등 자격증 소지를 필수 자격기준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LH “영어점수는 가점 사항”...SH ‘토익 800점 이상’ 필수 


국토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입사원 채용에서 공인영어성적 기재란이 있지만, 가산점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5급과 6급 모두 영어점수 없이 지원할 수 있다”며 “영어점수는 가산점으로만 활용된다”고 했다.

실제 LH는 올해 상반기 실시한 ‘2023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신입사원(6급) 공채’에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만으로 선발예정인원의 40배수를 선정했다.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은 100점 만점의 자기소개서 외 가산점으로 적용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2023년 하반기 사무·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공인영어성적 제출이 지원자격으로 명시돼 있다. (자료=SH 채용공고 갈무리)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2023년 하반기 사무·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공인영어성적 제출이 지원자격으로 명시돼 있다. (자료=SH 채용공고 갈무리)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오는 10일까지 진행하는 ‘2023년 하반기 서울주택도시공사 사무·기술직 신입사원 채용’에서 사무직 15명과 기술직 13명을 뽑는다. 이 가운데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은 사무직에서 4명, 기술직에서 2명 등이다.

SH는 이번 채용에서도 일반경쟁과 장애인 제한경쟁 입사지원자 모두에게 토익 등 기준점수 이상의 공인영어성적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공인영어성적이 SH의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지원서를 낼 수 없다. 

SH가 요구하는 공인영어성적은 △사무직(일반경쟁) 토익 800점 △기술직(일반경쟁) 토익 700점 △장애인 제한경쟁(사무직·기술직) 토익 500점 등으로 최근 2년 이내 시험 성적이어야 한다. SH 측은 “공사에서 추진하는 해외사업 수행 등을 위해 일정수준 이상의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SH가 밝힌 주요 추진사업은 △마곡 도시개발사업 △창동 도시개발사업 △은평 도시개발사업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 △신내4 북부간선도로 입체화사업 등 서울시 내 국내 사업장 17곳으로, 해외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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