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극복하고 영업이익 흑자전환...온라인경마 정착 숙제
온라인경마 시범사업 나선 마사회, 불법경마 근절 나섰다
사감위 매출총량 규제? 어쨌든 정부·마사회 모두 ‘꽃놀이패’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올해 1월 4일 마사회 본관에서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올해 1월 4일 마사회 본관에서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마사회의 오랜 숙원인 ‘온라인 경마’가 오는 6월 본격 시행된다. 이번 온라인 경마 시행이 내년 2월 임기만료를 앞둔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의 ‘라스트 댄스’인 셈이다. 정 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사회의 영업이익 적자 상황을 타개하고 흑자 전환을 이뤄낸 전례가 있는 만큼, 마사회의 온라인 경마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마사회법 개정...온라인 경마 6월 본격 시행


‘온라인 경마’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통과가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 근거를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뒤 같은 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1년의 유예기간을 기다린 해당 개정안은 오는 6월 본격 시행된다. 

수년째 발이 묶였던 해당 개정안 통과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2019년 12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한국마사회는 2020년 영업이익 적자 4603억 원, 2021년 영업이익적자 4179억 원 등을 기록해 마사회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온라인 마권 발매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또 경마업계에선 이미 스포츠토토나 복권뿐만 아니라 경륜과 경정 등 경마와 같은 경주류의 사행산업도 온라인 발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경마만 온라인 발배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경마 선진국인 일본 등도 온라인 경마를 허용하는 해외사례도 마사회법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해당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마권 발매 근거를 신설과 함께 마사회가 매년 매출총량 관리와 과몰입 예방조치, 장외발매소 감축 조정 등의 건전화 방안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온라인 마권 발권을 일반발권 기준인 만 19세보다 상향해 만 21세부터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전자마권 실명제도’ 도입으로 청소년의 마권 구매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도록 했다. 일반마권과 달리 경주당 5만 원의 상한을 정한 것도 특기할 만한 제한 사항이다.


 정기환 회장, 건전한 온라인 경마문화 조성 숙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올해 1월 경기 과천 소재 한국마사회 사옥에서 열린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매출 회복을 위해 쉼 없이 달렸다”며 “숙원사업인 온라인 발매 시행을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완료하고 시범운영까지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자를 이어가던 마사회의 영업이익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22년 2월 이후 연간기준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정 회장의 신년사 며칠 뒤 한국마사회는 2024년 온라인 마권 발매를 대비한 IT 인프라 구축 용역 공고를 내기도 했다. 안정적인 온라인 경마 시행을 위한 정 회장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6월 본격 시행을 앞둔 온라인 경마에 앞서 한국마사회가 이미 시범운영에 돌입한 까닭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수도권 사업장 이용자 9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마권발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온라인 마권 발매 시범운영 참여자 1380명의 추가모집 신청을 받았다. 마사회의 올해 온라인 마권 발매 목표는 3500억 원 규모다. 

경마 현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경마 현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올해 3월부터 마사회는 온라인 경마 본격 시행을 대비해 불법경마에 따른 국민 피해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24년 불법경마 대응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추진 내용은 △불법경마 감시 및 단속체계 고도화 △불법경마 예방홍보 및 국민 참여 신고체계 확립 △유관기관과의 협력 기반 공고화 등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오는 6월 온라인 마권 발매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온라인 발매의 성공적인 정착과 건전한 레저문화 조성을 위해 불법경마 및 유사행위 등을 빈틈없이 모니터링하고 단속역량을 총결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불법경마의 9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진 점에 착안해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불법단속 체계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본인인증 절차 강화는 물론 경주영상 및 배당화면의 무단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영상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워터마크를 삽입해 유출 경로를 추적한다. 또 불법경마 사이트 자동 탐지 프로그램 상시 운영, 불법경마 홍보성 스팸문자 분석을 통한 웹사이트 데이터 추출 등 ICT 기술 기반의 단속 활동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마사회는 국민들이 불법경마 근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들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불법경마 사이트 및 홍보글 등을 신고하는 국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불법경마 신고포상금제도’를 상시 운영한다. ‘국민 참여 모니터링단’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의 불법경마에 대한 경각심도 높일 예정이다.

불법경마 운영자와 관련자 사법처리도 강화한다. 마사회는 수사기관과의 상시 공조를 통해 불법경마 운영자 및 홍보자 외에도 이를 이용하는 이들까지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당국에 적극적인 사법처리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마사회는 단속을 피해 해외 서버를 운영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확산하는 불법경마 사이트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총량 규제 경계에 선 ‘온라인 경마’...어찌 됐든 정부·마사회 이득


문제는 지난해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온라인 경마’가 지금에 와서는 도입 취지에 모호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 도입 당시 마사회가 마주했던 문제들이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다. 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매출총량 규제도 ‘온라인 경마’를 해석의 경계에 서게 한다.

‘온라인 경마’ 도입의 가장 큰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실적이 곤두박칠쳤던 마사회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사회는 정 회장의 취임 이후 오프라인 경마만으로 실적이 흑자로 전환됐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완전히 앤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마사회의 연간매출은 다시 7조 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경영정상화라는 구호가 더 이상 ‘온라인 경마’ 도입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마사회가 오프라인 경마 발권과 함께 온라인 경마 발권으로 마냥 실적을 올릴 수도 없다. 사감위의 매출총량 규제 때문이다. 사감위는 매년 사행산업(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 복권 등) 전체 매출총량을 당해연도 예상 GDP의 0.51%로 설정하고 있다. 사행산업이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없도록 규제하는 셈이다.

매출총량 규제가 있는 한, 온라인 경마로 마사회의 경영실적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마사회가 온라인 경마 도입 이후 경마 장외발매소 축소에 나선 이유다.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대신 오프라인 매출을 줄이겠다는 제스처다.

사행산업 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사감위의 매출총량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인의 선택에 따른 산업활동 참여 행위를 거시적 규제로 제한하는 기형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국마사회 사옥. (사진=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사옥. (사진=한국마사회)

다만 현행 사감위의 매출총량 규제 아래서도 온라인 경마를 통한 이득은 정부와 마사회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총량 규제의 맹점 때문이다. 현행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르면 매출총량 규제를 어겨도 과징금 등 제재 조치 규정이 없다. 

매출총량제 자체에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마사회가 기존 오프라인 경마 7조 원 매출에 온라인 경마로 7조 원의 추가매출을 올려도 실효성있는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마사회의 매출 상승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도 가진다. 마사회가 매년 순매출의 0.35~.0.5%를 ‘중독예방치유부담금’으로 부담하는 만큼, 사행산업 중독 치료 기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사행산업 업계와 달리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사감위 매출총량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개정안이 지난 2019년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매출총량을 위반한 사행산업 사업자에 대해 초과분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류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초과분의 50% 이상이 마사회에 남는 데다, 나머지 50% 미만의 초과분이 과징금으로 정부의 일반회계(또는 특별회계, 기금)에 세입 등으로 편입되는 만큼 온라인 경마로 인한 매출 증대는 마사회는 물론 정부 재정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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