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를 진단하다..."시민 주거안정 목적 퇴색“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공성 위기를 진단하는 토론회가 13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렸다.

이날 ‘SH공사 공공성 위기 긴급토론회’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자리는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너머서울 △서울환경연합 △용산정비창공대위 △주거권네트워크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 서울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마련됐다.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고, 김하늬 너머서울 집행위원장을 좌장으로 이원호 용산정비창공대위 위원장, 이상현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상철 소장은 ‘개발사업 수단으로서 SH공사, 한계에 직면한 공공성’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SH공사가 서울특별시 조례에 규정된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 서울주택도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1조에 규정된 ‘시민의 주거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목적이 퇴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SH공사가 주거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 대신 스스로 일반 기업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SH공사의 회계연도 구분회계 재무정보를 보면 지난 2021년 매입주택부에 매입임대주택 물량 축소와 공공주택공급부에 임대료 인상이란 기능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의 민간사업자의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SH공사가 등장하면서, 공기업의 담보 기능이 시민이 아닌 민간 기업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SH공사가 임대주택 매입의 지역 편중과 공실관리 노력 대신 △서울 리버버스 △수상관광호텔 △서울링(대관람차) 등 개발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원호 용산정비창공대위 집행위원장은 ‘SH 서울투기도시공사로 전락하나’라는 토론 주제 발표를 통해 SH공사가 서울시 투기개발의 선봉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과거 SH공사의 무리한 PF 사업으로 2012년 공사설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이 발생하며 535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전례가 있다”며 “대표적인 사업이 세빛둥둥섬 조성사업과 용산국제업무지구 PF 사업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과거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참여해 손실을 발생시킨 SH공사가 다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토건 상업 개발의 선봉이 됐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따르면 선투자 사업비가 14조 3000억 원 규모인데, 사업시행자 업부문담을 고려하면 SH공사가 선투자 사업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구조로 사업 실패 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서울항과 서울 리버버스 사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울시가 490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조성할 예정인 ‘서울항’과 서울항을 오가는 서울 리버버스에 SH공사가 참여하는 방안이 공공성은 물론 사업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상현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대표는 ‘SH공사를 앞세운 ‘공공성 워싱’’ 토론 주제 발표를 통해 “SH공사는 2023년 3월 자체 검토를 거쳐 한강개발사업을 전담하는 TF 조직을 신설하고 주요 시행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서울 리버버스 사업을 위해 이크루즈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항과 리버버스에 대한 SH공사 참여는 사업의 사업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서울항은 이미 지난 2011년 서울시의회가 사업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가 있고, 서울시에 따르면 리버버스도 교통과 관광수요를 모두 합한 승선율이 43% 수준에 불과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의 수익을 보장하는 사업구조도 문제지만 서울항과 리버버스 프로젝트 모두 서울시 기후예산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사업’으로, 서울시의 기후위기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상충돼 공공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SH공사 공공성 위기 진단 토론회’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건설 및 토목, 엔지니어링, 시민단체, 언론 관계자 등이 참석해 성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