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5개 크기’ 서울시 시유지 가운데 가장 넓은 ‘서울혁신파크’
서울시, 최대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조성 등 부지개발 계획안 추진
“도심지에 죽은 공간, 주민발의 조례 청구로 도시재생 새 역사 쓸 것”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PF 위기에 10년 묵은 도시재생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대규모 부동산PF을 일으키기 어려워져 1군 건설사들조차 서울 노른자위 정비사업을 마다하면서다. 단순히 물리적 도시정비가 아닌 도시쇠퇴의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도시재생, 뉴스포스트는 3부에 걸쳐 국내외 도시재생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서울시 시유지 중 가장 넓은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방안, 시민들이 직접 결정해야죠” - 김종민 ‘혁신파크공공성을지키는서울네트워크(혁신파크네트워크)’ 집행위원장

22일 김종민 혁신파크네트워크 집행위원장(녹색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서울혁신파크 개발을 주제로 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22일 김종민 혁신파크네트워크 집행위원장(녹색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서울혁신파크 개발을 주제로 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종민 집행위원장(녹색정의당 정책위의장)은 22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의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장 15개와 맞먹는 가장 넓은 시유지의 개발 계획 추진 과정에서 정작 서울시민과 은평구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은 향후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서울시민과 은평구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주민발의조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파크네트워크는 서울혁신파크 입주단체 대표 3인을 포함해 서울 지역 내 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조직이다. 혁신파크네트워크는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은평구민을 포함한 서울시민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추후 주민발의제도를 통해 서울시의회에 조례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여의도 국회에서 김 집행위원장을 만나 도시재생 활성화 국면에서 대표적인 사업으로 주목받는 서울혁신파크 프로젝트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022년 5월 12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등록 서울시선관위에 후보자 등록을 위해 방문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를 하는 서울혁신파크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5월 12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등록 서울시선관위에 후보자 등록을 위해 방문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를 하는 서울혁신파크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계획에 대해 평가한다면.

“서울혁신파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다. 오세훈 시장은 2022년 7월 서울시장이 되고 5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계획을 내놨다. 내용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시민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편집자주: 서울혁신파크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했다. 부지 규모는 약 11만㎡로 서울시의 시유지 가운데 가장 넓다. 본래 국립보건원 자리였던 곳을 2009년 서울시가 매입해 서울혁신파크로 조성했다. 서울혁신파크는 지난 10년간 서울시민과 은평구민들에게 녹지공간과 쉼터, 사회적 실험공간을 제공해왔다. 

― 서울혁신파크에는 여러 사회적·문화적 실험을 했던 기업이나 단체들이 입주했었는데,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혁신파크 부지활용 계획을 발표하고 2023년 12월 31일부로 화장실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물을 폐쇄했다. 당시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했던 500~600개의 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쫓겨났다. 현재는 단 3곳만이 남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마디로 도심지에 죽은 공간, 유령마을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 서울혁신파크를 서북권의 新경제생활문화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반기는 주민들도 있을 것 같은데.

“초창기엔 지역구 정치인이나 구청장은 물론 주민들도 반겼다. 부동산값이 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적극 찬성한다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하지만 점차 이게 주민들의 삶의 질과는 상관이 없다는 걸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다. 집 앞에, 동네에, 서울시에 있던 녹지공간과 저층 위주의 자연친화적 건물, 그곳에 들어섰던 여러 기업, 문화공간, 배움터들이 사라진다는 게 문제다. 60층에 달하는 고층 랜드마크 건물은 원주민과 지역주민을 위한 게 아니라 시공사와 금융사, 거기에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의 몫이지 않겠나.”

편집자주: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활용 계획’을 발표하며 산업과 주거, 상권이 함께 조성되는 복합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인 서울UIC캠퍼스와 주거단지 ‘골드빌리지’, ‘60층에 달하는 코엑스급 랜드마크’ 등으로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서울 서북권의 新경제생활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의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 서울시 안이 아니라면, 바람직한 서울혁신파크 부지개발 방향을 어떻게 보는지?

“서울혁신파크 공간을 ‘서울시민공유필드’로 공간으로 창조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서울시 등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 방식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도시재생 방법으로 공간을 재구성하자는 거다. 시민공원 수준을 넘어서 서울시민이 소유하고 시민이 직접 도시재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민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 시민들의 의견수렴에서 서울시 안으로 추진하자는 결론이 날 수도 있지 않나.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혁신파크네트워크는 특정한 개발안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건 서울시가 시민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발 방향을 정하라는 거다. 지자체장의 독단적인 로드맵이 아니라. 시민과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서울시 안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그 방안대로 추진하는 게 민주주의 방식이지 않겠나. 어떤 방향이든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옳은 결론을 내리리라고 본다.”

― 도시재생법상 ‘도시재생지원센터’ 설치는 강행규정이 아닌데, 향후 서울혁신센터 개발에 주민의견을 담보하는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시민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대안으로 현재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의 공간을 시민들이 직접민주주의로 구현하는 최초의 사례이자, 도시재생에서 일부 적용했던 커먼즈운동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될 거다. 현재 은평지역사회, 서울시민사회, 학계·전문가그룹이 망라돼 서울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조례 청구를 준비 중이다. 서울혁신파크의 주민주도 개발에 대해 2만 명의 서명을 받은 전례가 있어 가능하다고 본다.”

편집자주: 1999년 도입된 ‘주민발의제도’는 지역주민이 지방자치단체에 조례의 제정, 개정, 폐지를 직접 청구하는 제도다. 주민발의 조례를 청구하기 위해선 시·도 또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00분의 1 이상, 시·군·자치구에서는 50분의 1 이상 등 주민들의 서명이 필요하다. 기준을 충족하는 서명을 받아 조례안이 청구되면 지방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 끝으로 도시정비 사업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 다른 얘기지만, 도시정비 이슈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용산정비창 부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부지를 마천루를 높이고 국제금융도시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도 있는 서울 한복판 용산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개발을 지자체장의 로드맵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를 청년과 신혼부부, 육아하는 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단지 공급에 주력하는 개발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제언하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