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민생토론회서 도시재생 패러다임 전환 ‘뉴:빌리지 사업’ 발표
‘한강의 기적’ 영등포·구로 도심쇠퇴...尹 “제2의 한강의 기적 이룰 것”
尹, 도시재생 서울로 확장...마포·홍대·남산 등 서울 전역 도시재생 나선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PF 위기에 10년 묵은 도시재생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대규모 부동산PF을 일으키기 어려워져 1군 건설사들조차 서울 노른자위 정비사업을 마다하면서다. 단순히 물리적 도시정비가 아닌 도시쇠퇴의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도시재생, 뉴스포스트는 3부에 걸쳐 국내외 도시재생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문화적 상상력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촌 주민들도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뉴:빌리지 사업’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2024.03.19.


尹 “도시재생 사업 재편...실제 민생을 살리는 방향”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정부의 새롭게 개편한 도시재생 사업 비전을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한 21번째 민생토론회를 진행한 자리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도시재생이라면서 추진한 사업들이 실제 주민의 삶에 도움이 됐느냐.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민생에 도움이 되고 민생을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완전히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단독주택과 빌라촌 주민들도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뉴:빌리지 사업’, 약칭 뉴빌 사업을 도입하겠다”며 “집을 다시 짓고 싶어도 엄두조차 못 냈지만 이제 몇 가구만 모여도 뉴빌 사업을 통해 깨끗한 새집과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빌 사업은 주로 10호에서 50호 규모의 노후화된 단독주택과 빌라를 새로운 타운하우스와 현대적인 빌라로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이 노후주택 정비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주고 주차장, CCTV, 운동시설을 포함한 주민 공동시설 설치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윤 정부의 도시재생 방향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편해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향후 10년간 이 사업에 10조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배경엔 서울 영등포와 구로 지역의 도심쇠퇴가 있다. 이들 지역은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으로 수출 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끈 핵심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도시공간 기능 변화와 국내외 산업 지형의 변화로 원도심의 노후화와 도심 공동화 등 도심쇠퇴의 전형적인 현상을 겪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영등포와 구로를 포함한 서울시 전체가 도심쇠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인구와 위상에 걸맞은 문화예술 인프라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노후화 공간 리모델링과 국립 문화예술시설 조성 지역 일대를 묶어 문화예술 거점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마포·홍대 일대를 ‘당인리 문화창작 발전소’ 설립을 계기로 청년 복합예술 중심지로 조성하고, 서울역과 명동, 남산 일대는 ‘서울역 복합문화공간’과 ‘남산 공연예술창작센터’로 조성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尹정부 도시재생 ‘지방에서 서울로’...서울시 ‘휴먼타운 2.0’으로 발맞춘다


19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21번째 민생토론회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참석해 도시재생에 대한 각론을 밝혔다. 이날 박 장관과 유 장관은 도시의 활력을 되찾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시 공간·거주·품격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민생을 되살리는 원도심 재생 △중·서민층의 거주비 부담 완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품격 혁신 등 세 가지 주제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문화예술인, 주택 및 도시계획 전문가, 노후지역 거주자 등 서울 시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 지역을 방문해 클라우디오 스펠두티 시장의 안내을 받으며 빈집을 재생해 지방도시의 인구 유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1유로 프로젝트’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 지역을 방문해 클라우디오 스펠두티 시장의 안내을 받으며 빈집을 재생해 지방도시의 인구 유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1유로 프로젝트’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뉴빌 사업은 ‘뜬금포’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도시재생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22년 도시재생사업을 전면 개편하고 신규 사업지를 발표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제31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서면심의를 거쳐 새 정부의 첫 도시재생사업으로 총 26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사업지는 △지역특화재생 15곳 △우리동네살리기 10곳 △혁신지구 1곳 등 26곳으로, 지역별 △전북 4곳 △부산·강원·경남 3곳 △대구·경기·충북·충남·전남 2곳 △인천·경북·제주 1곳 등이었다. 26곳 중 23곳(88%)이 비수도권이었고 지방 중소도시(인구 50만 명 이하) 비중이 57.7%에 달했다. 해당 도시재생 사업비는 국비와 민간자본 등 1조 5300억 원 규모였다.

19일 윤 대통령과 정부가 밝힌 도시재생 개편안 ‘뉴:빌리지 사업’과 종전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차이점은 지방도시 중심에서 서울시로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윤 정부의 첫해 지방도시에 방점을 찍은 도시재생에서, 인구 1000만 명 수도 서울로 도시재생 사업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199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서울시의 인구 문제와 이로 인한 공동화 현상, 도심쇠퇴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내 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전용차선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내 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전용차선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의 발언에 하루 앞선 18일 서울시도 도심쇠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재생 사업 스탠스에 변화를 줬다. 이날 서울시는 그간 재개발이나 모아타운 추진이 어려였던 다가구와 다세대, 연립주택 등의 정비를 지원하는 ‘휴먼타운 2.0’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세훈표 도시재생 사업인 ‘휴먼타운 2.0’은 최소 1500㎡ 이상의 부지에 중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모아타운과 달리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후 저층 주거지로 고도지구와 경관지구, 1종주거 등 각종 규제 등으로 정비가 어려웠던 소규모 노후 저층주택을 정비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휴먼타운 2.0’ 사업은 지난 2010년 오세훈 시장이 처음 도입한 ‘휴먼타운 1.0’에서 현재의 주거 실정을 반영해 재탄생했다. 기존의 ‘전면 철거형’ 아파트 개발 방식이 아닌 개별건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그간 재개발이 어려웠던 종로구 신영동 214번지, 구로구 구로동 85-29번지, 중랑구 망우동 422-1번지 등 시범사업지 3곳을 선정해 우선 추진한다. 향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등에서 대상지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대통령의 뉴빌 사업 구상이 발표된 지 하루만인 20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 신규사업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자체 실행계획 사전컨설팅과 접수에 나섰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HUG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우리동네살리기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개최하고 선정규모와 방식, 절차, 주요일정 등을 안내했다.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사업은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노후주택을 수리하거나 공터와 빈집을 활용해 주차장, 쉼터를 조성하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HUG는 오는 4월 5일까지 신규사업 공모를 신청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전컨설팅을 진행해 지자체 실행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2024년에는 총 10곳 내외의 신규사업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대상지에는 2025년부터 4년간 국비 약 500억 원을 지원(지방비 40~60% 매칭)한다. 사업당 국비 지원액은 최대 50억 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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