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 전쟁 중인 국가 방문 ‘이례적 행보’
해마다 커지는 우크라 전쟁 복구 비용...2023년 기준 672조원
현대건설 SMR·공항·전력, 삼성물산 ‘스마트시티’ 등 참여 기대
코스닥 상장 국내 기업 참여도 활발, ‘SG’ 본격 재건사업 첫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내수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활로를 열고 있다. 670조 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전력과 원전, 공항, 도로 인프라 등 다양한 부문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한 尹, 이례적 행보 뒤엔 ‘실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5일(현지시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를 방문한 최초의 사례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서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또 양 정상은 지뢰제거 장비 지원 등 인프라 재건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부차와 이르핀 등 미사일 공격을 받은 지역을 둘러보기도 했다. 모두 민간인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지금 상황은 과거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70여 년 전 한국이 북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았으나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오늘날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부흥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민감한 외교관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 대통령의 행보 뒤엔 일찍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한국 기업들에 먹거리가 될 것을 내다본 ‘실리’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이 한국 기업들의 큰 먹거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지속된 전쟁으로 전선이 확장되면서 피해가 누적돼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집행위원회,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와 재건사업 규모를 평가한 ‘RDNA(Rapid Damage and Needs Assessment)’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3차 RDNA까지 발표된 상태다.
RDNA3는 올해 2월 발표됐는데,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드는 비용을 향후 10년간 총 4860억 달러(한화 약 672조 원)로 추산했다. 이는 1년 전 RDNA2에서 추산한 4110억 달러보다 18.2% 증가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주택·에너지·수자원 등 피해극심...韓 기업 활약 기대
RDNA3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년 전에 비해 주택(Housing)과 수자원 및 위생(Water Supply and Sanitation), 농업(Agriculture), 에너지 및 채굴(Energy and Extractives) 등 부문에서 피해가 증가했다. 모두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장점을 가진 분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화 극복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이후 한국 기업들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선두에는 현대건설이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 전문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소형모듈원전) 20기를 건설한다. 현대건설은 같은 해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과 원전사업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내 원전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23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에 참가해 우크라이나 전력공사와 1조 원 규모의 송변전 시설 건립과 보수공사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가운데 에너지 부문에 해당하는 송변전 사업은 우크라이나 주요 산업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이외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보리스필 수도공항 인프라 확장사업’ 추진 협약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023 우크라이나 재건 박람회’에 참여해 모듈러 건축과 비료·화학 사업부문의 MOU를 두 건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향후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시 내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주택과 병원, 학교 등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물산도 우크라이나 최서단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기반 시설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도시로 재건사업을 통해 인프라와 ICT 부문을 모두 복구한다는 목표다.
지난해부터 HD현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지역에 자사 건설장비와 지뢰제거 장비를 투입하는 등 재건사업 수주에 앞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기증된 건설장비는 HD현대건설기계의 30t급 크롤러 굴착기 2대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21t급 휠 굴착기 2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2.5t급 지게차 1대 등 총 5대다. 우크라이나의 광물 채취 인프라 부문이 전쟁의 참화로 피해가 극심한 만큼, HD현대의 육상부문 계열사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10대 그룹사와 10대 건설사 외에도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 국내 기업들의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 참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부토건과 SG(에스지이)다.
최근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현지 건설사와 함께 주택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현지 건설사 부도바(BUDOVA)와 우크라이나 주택사업 추진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에 따라 삼부토건과 부도바는 우크라이나 내 주택사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두 기업은 컨소시엄이나 합작법인을 구성해 주택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5일 SG는 우크라이나 현지법인에 1차 출자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출자금은 등기처리 및 초기 비용 집행을 위해 우선 사용될 예정이다. SG는 이후 순차적으로 출자금을 납입해 에코스틸아스콘 생산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SG는 우크라이나 도로 복구사업과 재건사업 추진을 위해 현지법인인 에스지이 우크라이나(SG Ukraine) 설립을 결정한 바 있다. 올해 2월에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현지 아스콘 공장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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