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잡기...美 연준 지난해 3월부터 금리인상 기조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글로벌 각국 기준금리 인상 릴레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으로 얼어붙은 국내 주택시장 경기
정비사업 인기도 시들...부동산 PF 한국경제 새로운 뇌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국내 건설·부동산 분야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한파와 건설사 폐업,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 도미노 같은 붕괴가 이어졌다. 주택시장 불황으로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노른자위 정비사업 수주도 나서지 않으면서 내년 국내 건설·부동산 분야 전망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져온 글로벌 긴축, 부동산 시장 강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21개월째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연 0.2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9일 기준 연 5.5%(상단)까지 올랐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국의 유동성이 미국으로 흡수되는 것을 우려한 세계 각국도 연준에 맞춰 금리를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해 7월 연 0.5%에서 올해 9월 연 4.5%까지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한국은행도 지난해 2월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연 3.5%까지 올린 뒤 동결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촌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촌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주택시장은 다운사이클로 접어들었다. 2년 가까이 고금리가 이어져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부담은 늘고, 높은 금리에 주택시장 신규 유입자들의 진입도 막힌 까닭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연령대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은 최근 1년간 2배로 늘었다. 지난해 9월 0.12%였던 주담대 연체율은 0.24%로 뛰었고, 연체액은 7600억 원에서 1조 5600억 원으로 불었다.

늘어난 금융 부담은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08% 떨어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각각 0.26%, 0.12% 떨어지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20% 떨어지며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중소건설업 폐업신고 늘고, 대형 건설사도 정비사업 눈치싸움


고금리에 따른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른바 ‘로또청약’으로 불린 분양시장도 수요가 메말랐다. 분양시장 축소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미착공 사업장도 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 3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1조 2000억 원 늘었다. 연체율도 올해 2분기 대비 0.24%p 증가한 2.42%를 기록했다.

건설업 폐업신고 건수도 늘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9일까지 건설업의 폐업신고 건수는 3368건에 달한다. 일부 업종만 폐업하거나 업종전환을 위한 폐업도 포함한 수치이지만, 지난해 2678건과 2021년 2630건 등에 비하면 올해 폐업신고 건수는 700여 건 늘었다.

대우건설이 단독입찰한 서울 여의도 재건축 정비사업 '써밋 더 블랙 에디션'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단독입찰한 서울 여의도 재건축 정비사업 '써밋 더 블랙 에디션'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분양시장 불황에 대형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최종 입찰 전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조합은 지난 17일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총회에는 351명 가운데 297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83%가 찬성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이지만 이는 대우건설이 해당 정비사업에 단독입찰했기에 가능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개최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10여 곳의 건설사가 대우건설과 함께 참여했지만,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는 최종 입찰에서 발을 뺐다. 이는 현대건설이 단독입찰한 성동구 응봉1 주택재건축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당초 GS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의 참전이 예상됐던 중구 신당9구역과 노량진1구역 등의 정비사업도 최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되기도 했다.


미 연준 총재, 내년 기준금리 인하 시사...국내 주택시장 영향 촉각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내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연준 산하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메일 데일리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다. 

이날 데일리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과 실업률 관리의 균형을 강조하며 “과도한 긴축을 막기 위해 내년에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연준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한 점도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며 3%대로 진입했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는 연 3.62~5.58%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 기준으로 연중 최저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내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국내 주담대 금리도 점차 떨어져 주택시장과 분양시장 동력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데일리 총재의 발언이 나온 18일 뉴욕증시 주요지수도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6p 오른 37,306.02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도 전장 대비 21.37p 오른 4740.56에, 나스닥지수는 90.89p 오른 14,904.81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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