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늘리는 국내 건설사, 현대건설 ‘2088%’ 대우건설 ‘148%’ 증가
SK에코플랜트·아이에스동서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 선점 나선 건설사들도
고금리·고분양가 등 주택시장 한파와 ESG경영 강화로 신사업 확대 영향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포스트DB)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은 해외 플랜트 수주를 확대하고 있고, SK에코플랜트와 아이에스동서는 친환경사업 비율을 늘리고 있다. 최근 주택사업 침체와 ESG경영 흐름을 맞아 뉴스포스트가 국내 건설사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짚어본다. 


3高 한파 지속하는데 서울은 ‘신고가’ 나오기도...‘불확실성 커진 주택사업’


국내 건설업계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퍼진 주택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촉발된 경기침체가 부동산으로 번지며 부산과 대구, 대전 등 지방을 시작으로 ‘대어급 정비사업’ 분양이 미뤄져 국내 정비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시작으로 시공사들이 공사비 대금을 떼일 리스크가 높은 시행사 발주 수주를 꺼리면서 디벨로퍼 시장도 얼어붙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공비가 늘어나면서 분양가가 높아진 게 원인이었다. 청약시장에선 ‘서울에선 국평(84제곱미터) 10억 원이 기본’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고분양가로 ‘로또 청약’도 사라져 부동산 소비심리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고분양 논란에도 ‘청약 과열’과 ‘완판 행진’이 이어지는 등 주택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다.

디벨로퍼부터 정비사업까지 국내 주택사업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분양가의 원인인 건축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서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기본형 건축비(전용면적 60~85제곱미터)는 제곱미터당 194만 3000원에서 197만 6000원으로 올랐다.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해 3월 2.64% 오른 바 있다. 같은 해 7월 1.53%, 9월 2.53% 상승했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각각 1.1%, 0.9% 올랐다.


현대·대우 해외 플랜트 확대, ‘친환경 승부수’ 던진 SK에코플랜트·아이에스동서


주택사업 부문의 불확실성 확대에 국내 건설사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맞서고 있다. 플랜트 분야 장점을 살려 해외 수주 포트폴리오를 늘린 대표적인 건설사들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윗줄 가운데)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아랫줄 오른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인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윗줄 가운데)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아랫줄 오른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인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외 플랜트 분야에서 2억 3409만 달러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51억 2232만 달러를 수주해 2088% 이상 해외 수주가 늘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전체 해외 플랜트 수주는 6억 6874만 달러에 그쳤지만, 올해 9월까지 16억 6428만 달러를 수주해 148% 해외 수주가 늘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시장 수주 확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9월 30일까지 집계 기준 전체 해외 수주 약 235억 3138만 달러 가운데 플랜트(산업설비)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11억 달러 늘어난 11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체 해외 수주 금액의 49%를 차지한다.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대로 ‘파이 키우기’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SK에코플랜트와 아이에스동서가 대표적이다. 특기할 점은 이들 건설사가 주택시장 경기가 활황이었던 시절부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SK그룹의 ESG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건설이 정체성을 ‘건설업’에서 종합환경 디벨로퍼로 재정립한 것이다.

지난 2021년 5월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의 배경을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기 위한 출사표”라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는 볼트온 전략에 따라 환경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의료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등을 달성했다. ‘건설시공사’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자’로 체질 변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사업부문에서 7823억 원, 에너지 사업부분에서 1조 2645억 원 등 매출을 기록했다. 각각 43.7%, 66.5% 성장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SK에코플랜트의 전체 매출 3조 9273억 원 가운데 환경부문은 14.6%, 에너지부문은 17.6%를 차지해 환경·에너지 사업비율은 더 커졌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의 최종 목표는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으로 상장하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상장 첫날 ‘따따블’이 되면 단숨에 코스피 10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SK에코플랜트 상장은 지난해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언제든 상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사 아이에스동서도 지난 2011년부터 환경 부문 투자를 지속해 △국내 건설 폐기물 처리 1위 인선이엔티(2019년) △폐기물처리업체 코엔텍과 파주비앤알, 영흥산업환경(지난 2020년) △환경에너지솔루션(2022년)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아이에스동서는 자회사 인선이엔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체질에 나섰고, 향후 폐기물·폐배터리 등 친환경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해외 환경 부문 포트폴리오도 기대된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북미 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리씨온(Lithion) 지분 투자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환경 부문 성장세를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초로 연매출 2조 원을 넘어서며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아이에스동서는 매출 2조 278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 1조 6084억 원 대비 41.6%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3107억 원에서 11% 증가한 3450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1106억 원에서 2048억 원으로 85.1% 상승했다. 이 가운데 환경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18.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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