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서도 회의적이었던 신사업...권혁운 회장 비전 통했다
건축폐기물부터 폐배터리까지...미래차 시장 포석 깐 IS동서
창립사상 첫 ‘2조 클럽’ 입성 IS동서, 환경 부문 매출로 ‘대박’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이에스동서 본사 전경.  (사진=아이에스동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이에스동서 본사 전경. (사진=아이에스동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내 도급순위 30위권인 아이에스동서(IS동서)가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비율을 높이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아이에스동서가 중견 건설사들의 미래 청사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우리 계열사에 넣어야 하나” 의심 딛고 신사업 추진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사진=아이에스동서)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사진=아이에스동서)

아이에스동서는 2011년부터 비건설 부문인 환경 부문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신사업 분야 투자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등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보다.

신사업 투자 초기 건설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성장일로를 걷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비건설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에 대한 의문이었다. 뉴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당시 아이에스동서 임직원 내부에서도 “우리 계열사에 넣어야 하나”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고 한다. 신사업 초기에 매출 비중이 너무 낮아서다. 

하지만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아이에스동서는 환경 부문 투자를 지속해 △국내 건설 폐기물 처리 1위 인선이엔티(2019년) △폐기물처리업체 코엔텍과 파주비앤알, 영흥산업환경(지난 2020년) △환경에너지솔루션(2022년) 등을 인수했다. 

이후 아이에스동서는 자회사 인선이엔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체질에 나섰고, 향후 폐기물·폐배터리 등 친환경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인선이엔티의 그룹 내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아이에스동서는 환경 전문 사모펀드 이앤에프프라이빗에퀴티(E&F PE)가 발행한 이앤에프다이아몬드사모투자합작회사의 출자지분 453억 2683만주를 인선이엔티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451억 5900만 원이다.

이에 따라 아이에스동서의 향후 환경 등 신사업부문 인수합병은 인선이엔티에 방점을 찍고 추진될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이준길 인선이엔티 대표이사를 사내이사와 아이에스동서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해외 환경 부문 포트폴리오도 이미 씨앗을 뿌려놓은 상태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1월 북미 배터리 리사이클링 회사 리씨온(Lithion)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리씨온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면서 향후 리씨온의 기술로 한국 내 독점 사업권 계약과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에 합의했다. 향후 리씨온의 이사회 합류를 통해 경영권에 적극 참여하고 글로벌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당시 건설업계와 완성차업계는 아이에스동서의 리씨온 지분 투자를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배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봤다.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의 규모가 상승할 것을 대비해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아이에스비엠솔루션 화성 폐배터리 부지. (사진=아이에스동서)
아이에스비엠솔루션 화성 폐배터리 부지. (사진=아이에스동서)

실제 아이에스동서는 북미 폐배터리 투자 1년 4개월 뒤인 올해 5월 자회사 아이에스비엠솔루션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 최초로 경기 화성 내 8250㎡ 부지에 연간 7000톤 분량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공장 착공에 나선다고 밝혔다.

화성공장은 자동차의 사용 후 배터리 처리를 위한 전용 공장으로, 국내 폐배터리 전처리 시설로는 최초다. 완공되면 재료 투입부터 니켈·코발트·리튬 등이 혼합된 고품질 블랙매스 생산까지 한 번에 처리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연내 준공해 2024년 1분기 정식 가동이 목표다.

아이에스동서는 화성공장 건설로 △인선모터스(폐배터리 수집·운반·해체) △아이에스비엠솔루션(전처리, 파쇄·블랙매스 생산) △아이에스티엠씨(후처리, 탄산리튬 및 전구체 복합액 생산) 등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아이에스티엠씨는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지 스크랩 처리를 위한 재활용 관리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자회사 계약을 바탕으로 아이에스동서는 연내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검토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아이에스동서, 건설폐기물·폐배터리 분야 신사업 호실적


아이에스동서의 환경 부문 포트폴리오 확대는 호실적을 거두며 옳은 방향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환경 부문 성장세를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초로 연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서며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아이에스동서는 매출 2조 278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 1조 6084억 원 대비 41.6%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3107억 원에서 11% 증가한 3450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1106억 원에서 2048억 원으로 85.1% 상승했다.

특히 환경 부문 매출 상승이 눈에 띈다. 환경 부문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18.5%를 차지했다. 아이에스동서의 환경 부문 매출은 연도별도 △2019년 953억 원 △2020년 2085억 원 △2021년 2464억 원 △2022년 4227억 원 등으로 우상향 중이다.

반면 건설 부문 전망은 밝지 않다. 아이에스동서의 올해 1분기 건설 부문 매출은 35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4542억 원보다 22.4% 줄었다. 같은 기간 건설 부문 영업이익은 1038억 원에서 668억 원으로 35.6% 줄었다.

아이에스동서가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사진=아이에스동서)
아이에스동서가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사진=아이에스동서)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특히 아이에스동서가 볼트온 전략을 통해 공격적인 M&A를 단행해왔던 환경부문(인선이엔티, 환경에너지솔루션)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부의 실적 호조가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인선이엔티는 지난해 4분기 일회성 요소가 제거되어 금번 1분기부터는 경상적인 영업이익률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률 35%를 기록하며 고마진세를 재확인시켰다”며 “이러한 신사업 부문(환경, 2차전지)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올해 26%, 2024 년 40%, 2025년 5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택 부문 부진으로 건설 부문 외형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올해 폐배터리 관련 증설과 투자를 진행하고 후처리 시설이 더해지는 2027년 이후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형사는 물론 중견사들도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업이 호황이었던 수년 전부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아이에스동서 전략이 지금 들어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011년부터 경영진의 선견지명 아래 지속적인 환경 부문 신사업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성장하는 폐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향후 추가적인 환경 부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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