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교수 “코레일 적자는 당연...철도사고는 구조적 문제”
“철도 선진국 독일 철도회사 400개...다양한 사업자 나올 것”
김포골드라인 해결책은 “열차 간격 6분에서 90초로 줄여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코레일은 구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원가보다 훨씬 밑도는 요금을 받으니까요. 2000원 받아야 할 요금을 1250원으로 받고 있어요. 철도 자체가 대국민 서비스 성격이 강한 까닭에, 전 세계 어디서나 철도 운영 부문은 적자죠.”
류재영 전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국민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적자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저렴한 요금구조를 유지하면서 시민과 화물을 싣고 달리는 철도 운영의 특성상 이는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실정”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지난 1979년 서울지하철 2·3·4호선과 2·3기 지하철 계획을 시작으로 1984년 중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 계획을 이끌었다. 1991년에는 호남고속철도계획에 참여하는 등 굵직한 국가교통체계 설계에 참여한 교통·물류 분야 베테랑이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여의도침례교회 도서관에서 류재영 교수를 만나 최근 교통·물류 분야의 이슈로 떠오른 △코레일 적자와 철도사고 △철산법 개정안 △김포골드라인 문제 해결방안 등을 짚어봤다.
― 코레일이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적자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코레일은 매해 1조 원 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다. KTX 고속철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라고 보면 된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 등 국철은 성인 기준 1250원을 요금으로 받는다. 흑자를 보려면 2000원 이상 받으면 되지만, 대국민 서비스인 철도의 특성상 요금을 제값에 받지 못한다. 이런 공공요금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코레일 적자는 당연하다. 이는 전 세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인 형편이다.”
― 구조적인 문제라지만, 코레일은 부채가 18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만성적자를 다소나마 해결할 방향을 제언한다면.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열차와 철로 자체는 혐오시설로 분류된다. 도시를 단절하고 소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철도역은 ‘역세권’으로 불리며 굉장한 특혜를 가진 곳으로 분류된다. 역이 있으면 주변 땅값도 올라가는 부양효과도 있으니까.
프랑스에서 제일 큰 부동산재벌은 프랑스철도청(SNCF)이다. 철도역 주변 부지 개발과 개발 이후 운영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사철(민영철도)에는 전부 백화점이 입점해있다. 수요가 몰리는 역의 특성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최근 코레일이 용산정비창 부지를 수조 원대에 매각하려고 하는데, 매각 금액을 통한 적자 해소 방안도 있다.”
― 코레일이 관리하는 열차의 탈선 등 철도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은 이를 이유로 해임되기도 했고. 코레일 철도사고 원인을 어떻게 보나.
“유지보수비 투자가 부족한 게 사고의 원인이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인색한 공공기관 평가와 동결된 철도요금이 있다. 코레일 사장 입장에선 철도사고 책임을 전적으로 본인이 지는 게 억울할 수 있다.
정부는 실적치로 평가하니 코레일은 철로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최대한 열차를 많이 투입하고 있다. 철로와 열차 바퀴에 감가상각이 일어나면 유지보수를 해줘야 하는데, 유지보수비용이 늘어나면 경영평가가 좋지 않으니 이 비용을 또 아끼게 된다. 십여 년째 동결된 철도운임 때문에 코레일의 자체 유지보수 비용 조달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 편집자주 : 실제 코레일은 최근 안전설비설치비와 철도안전교육훈련비 등을 계획보다 예산을 적게 투입했다. 코레일의 안전설비설치비는 2020년 계획대비 61%(144억 원), 2021년 85%(184억 원) 등이었다. 철도안전교육훈련비도 계획대비 예산집행이 2019년 13%(586억 원), 2020년 30%(240억 원), 2021년 83%(978억 원) 등이었다.
― 최근 ‘철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철저한 상·하분리로 철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철도와 철로를 코레일이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해서 관리해야만 한다는 건 후진적인 사고방식이다. 철도 선진국인 독일은 400개 철도회사가 있고, 영국은 30개 철도회사가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GTX 등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하는 만큼, 철로의 유지·보수를 코레일만 독점하지 말고 상황과 환경에 맞게 위탁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철도 운영과 철로 유지·보수의 주체가 코레일이어야만 한다는 주장은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 광역버스, 마을버스 등을 모두 코레일이 운영해야만 한다는 얘기와 같다.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 편집자주 :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산법 개정안’은 현행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에 명시된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내용으로 철산법이 개정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뿐만 아니라 국가철도공단 등 타 기관도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된다.
― 최근 김포골드라인이 ‘김포골병라인’으로 불리며 높은 혼잡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50만 명에 달하는 김포시 인구와 어울리지 않는 2량 경전철이 왜 들어섰나.
“김포골드라인은 지하철 9호선과 5호선 연장 등의 분담구조를 가지고 첨예하게 입장이 나뉘다가 결국 연장 대신 2량 경전철을 신설하면서 탄생했다. 2량 경전철이 공사비가 저렴하고 터널 단면도 적으니 공사 기간이 짧았던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김포시의 인구 구조를 보면 당연히 중량전철을 깔았어야 했다. 현재 역사 플랫폼 구조상 열차 확장도 불가능하다. 9호선이나 5호선 연장은 언제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고. 당시 김포시장의 공약 달성을 위한 지자체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 김포골드라인의 높은 혼잡도, 해결방안이 있을까.
“현재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등 피크시간에 ‘6분 간격’으로 운영 중이다. 이론적으로 김포골드라인의 최소시격은 ‘1분 30초’까지 가능하다. 열차 배차를 늘리면 현재 최소시격의 1/4 정도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열차 차량 부족과 차량기지 부족, 승강장과 통로 용량 부족이다. 우선 열차를 추가 공급하고 이를 주차할 차량기지와 선로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차량기지외 추가 부지확보가 필수적이다. 이후 열차 추가 배차에 따른 플랫폼과 이동 및 대기통로, 고속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계단실과 대합실, 안내시스템 등의 보강이 뒤따라야 한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출구 보강도 필수적인데, 특히 김포골드라인 중 풍무역은 출구가 두 개밖에 없어 다른 역들보다 적기 때문에 정차역에서 여객 처리 동선과 용량을 추가 확보해 설치해야 한다.”
※ 편집자주 : 현재 2량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피크시간에 6분 간격으로 운영 중이다. 반면 열차당 8량 편성에 김포골드라인보다 훨씬 큰 대형객차로 운영되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피크시간 열차 최소시격은 3.5분에 불과하다. 이외 피크시간 열차 최소시격은 서울지하철 2-3-4호선은 2.5분, 서울지하철 5-6-7-8호선은 2분, 무인운행 신분당선은 1.5분 등으로 계획됐다.
※ 류재영 교수 약력
2018.07-現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급행버스사업체 평가위원회 위원장
2012.01-2014.02 기획재정부 공기업평가위원(건설, 교통부문)
2009.10-2011.12 국토교통부 규제개선감사위원회 교통물류분과위원장
2006.05-2007.08 행정안전부 자전거정책평가위원
2000.03-2002.03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평가위원
1996.01-1998.06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 항만분과 위원장
1995.09-1999.02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실무위원회 위원
1991 호남고속철도계획 참여
1988.09-1989.12 건설부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 위원
1984 중부, 중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 계획 참여
1979 서울지하철 2, 3, 4호선 및 2기, 3기 지하철 계획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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