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고 늘고 효율도 떨어질 것...일원화된 운영체제 필수”
철도업계 관계자 “철도공단이 유지보수 맡으면 사고 줄어들 것”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 철산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 입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대전 동구 중앙로 소재 ‘철도 쌍둥이 타워’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권한을 내줘야 하는 코레일은 울고, 권한을 뺏는 철도공단은 웃는 양상이다.
코레일 독점 ‘철도 유지보수 권한’ 박탈하는 ‘철산법 개정안’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철산법 개정안)의 내용은 단순하다. 현행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에 명시된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조 의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철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처럼 단순한 철산법 개정안이지만 우리나라 철도계에 던지는 충격은 적지 않다. 해당 내용으로 철산법이 개정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뿐만 아니라 국가철도공단 등 타 기관도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되는 까닭이다.
일부 철도 전문가들은 조 의원의 철산법 개정안이 달라진 국내 철도산업 환경 변화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코레일에 철도산업 유지보수를 독점위탁하도록 한 근거가 “철도시설의 유지보수는 철도운영자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SR과 공항철도(AREX), 서울교통공사 등은 물론 향후 GTX 등 다수 철도운송사업자의 등장이 예고된 까닭이다.
다양한 민간·공공기관에서 운영을 맡는 상황에서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만 독점위탁해야 하는 명분이 없다는 말이다.
법안 취지에 대해 조 의원도 “향후 국가철도와 지방교통공사의 철도, 민자철도의 연계구간이 증가할수록 안전하고 유기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며 “철도산업의 환경변화에 맞춰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철도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방안에 대해 정책적인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제38조 단서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말 철도 유지보수와 관제 업무 이관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6월 확정될 전망이다.
철도공단, 철산법 개정안 통과되면 1조원씩 코레일에 지급하던 비용 아껴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철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1조 원 규모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철도공단이 코레일에 유지보수비 명목으로 1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코레일 입장에선 매년 1조 원의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철도공단이 지난해 코레일에 지급한 시설유지비용은 9234억 원이었다. 지난 2021년 8948억 원 대비 3.1%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철도공단이 코레일에 주는 시설유지비용 대부분이 인건비와 경비로 쓰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9234억 원의 시설유지비용 가운데 인건비는 5539억 원, 경비는 1459억 원으로 모두 75.7%를 차지했다. 정작 시설유지비용에서 보수비는 2236억 원으로 24.2%에 불과했다. 철도시설 노후화로 안전등급 ‘C’ 이하 시설이 54.7%에 달하지만, 낮은 보수비 책정으로 설비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산법 개정안 통과로 철도공단이 유지보수까지 맡게 되면 철저한 상하분리(열차·철로의 관리·책임 분리)가 가능해져 첨단시설 투자로 유지보수 효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공단이 철로를 건설·개량하는 기관인 만큼, 수익을 위해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이 철로를 관리하는 것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 A씨는 26일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그간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이 직접 철로의 유지보수까지 맡으면서 효율이 떨어지고, 가혹한 철로 사용으로 대형 철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철로를 건설하는 철도공단이 코레일에 1조 원 가까운 위탁 비용을 지급하는 대신 직접 유지보수를 하면 철로 생애주기 관리로 효율이 늘어나고, 대형 철도 사고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레일이 △경부고속선대전-김천구미역 KTX 열차 궤도이탈 △경부선 대전조차장역 SRT 열차 궤도이탈 △남부화물기지 오봉역 직원 사망사고 등 철도사고로 질타받은 배경에 불분명한 상하분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지난 2018년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 책임 소재를 두고 법원에서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반면 이번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코레일은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운행과 유지보수 업무는 밀접하게 연관돼 철도 안전을 위해선 일원화된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라며 “다수 기관이 유지보수를 맡으면 책임 있고 안정적인 유지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결국 사고가 증가해 안전이 저해되고 비용도 늘어 효율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 B씨는 “이번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이 적극적”이라며 “김 이사장의 숙원 사업인 만큼 철도공단이 개정안 통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4일 철도노조는 서울역 앞에서 철산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철도노조는 “철도산업 특성상, 운행 및 유지보수 업무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38조 단서조항은 열차안전을 지키기 위해 2003년 사회적 갈등과 고통 속에서 당시 노무현 정부, 국회, 철도공사 노사간 논의 끝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03년 입법 당시와 철도환경은 변화했지만, 세월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가치는 안전이고, 열차의 안전을 위해 ‘운행과 유지보수 업무의 유기적 통합, 일원화’는 지켜져야 한다”며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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