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적자경영’ 코레일, 간부들에 ‘공짜 임차’ 제공
고속철 발주에 외국업체 참여, 韓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철도부품 비대위 “유럽·일본 빗장 잠그는데...코레일 되레 풀어”

여야가 오는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정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승인은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뉴스포스트는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들을 미리 살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국정감사에서는 코레일의 적자 경영과 부채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20년 만의 ‘대목’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고속철 입찰에 외국업체가 참여하면서 국내 열차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사옥. (사진=코레일 제공)
코레일 사옥. (사진=코레일 제공)

부채만 18조6천억 코레일...방만경영 질타할 듯


코레일은 2017년 이후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코레일은 2017년 46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8년 399억 원 영업손실 △2019년 1083억 원 영업손실 △2020년 1조 2113억 원 영업손실 △2021년 8881억 원 영업손실 등을 기록했다.

2021년 기준 코레일의 부채 총계는 18조 6607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287%다. 천문학적인 부채와 5년 연속 이어진 적자경영에 코레일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36곳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인 ‘E등급’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코레일에 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 등의 성과급을 반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코레일 국감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측 모두 코레일의 인건비와 성과급을 놓고 ‘방만 경영’을 지적한 만큼, 올해 국감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인건비 비중이 지난해 48.1%로 다른 공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부채가 18조 원에 인건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방만경영 하는)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앙 의원도 “코레일이 지난해 1조 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성과급 736억 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국감을 앞두고 코레일 방만 경영과 관련한 의원실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코레일이 1~3급 간부들에게 서울과 경기 등 전국에 걸쳐 201억 2700만 원 상당의 ‘공짜 임차’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1급(단장) 간부에게 실거주지와 30km 떨어진 서울 용산 주상복합아파트를 전세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대부분 1인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의 오피스텔을 제공하고 있다”며 “수해와 태풍 등 자연재해나 불시의 철도사고에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간부를 대상으로 초기 지휘공간 개념의 임차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코레일 고속철 입찰에 ‘스페인 업체’ 참여...“한국만 빗장 풀어”


코레일이 실적 규정 빗장을 풀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고속철도 산업에 외국 업체가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해당 내용도 국감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도업계 일각에선 세금까지 투입해 키워놓은 국내 고속철 산업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올해 하반기 중 오송선 고속차량 120량 등 총 136량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발주금액은 7000억 원 규모다. 여기에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 탈고(TALGO)가 컨소시엄을 맺고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부품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전문 업체로, 고속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해 납품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지난 2020년까지 고속차량 입찰에 시속 250~300㎞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고속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지난해부터 해당 규정을 삭제했다.

코레일은 기술 평가를 통과한 업체 가운데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곳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탈고가 해당 입찰에서 응찰가를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탈고가 수주전에 참가하면 국내 유일 철도차량 업체인 현대로템과 수주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철도부품산업보호비대위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철도 부품산업 보호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도부품산업보호비대위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철도 부품산업 보호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내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철도차량 부품업체 191개사 소속 노동자 5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비대위는 “정부는 국내 고속차량 입찰에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진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2조 7000억 원짜리 국산 고속철도차량 기술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도 전에 시장에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이어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단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해외 업체에 사업을 맡긴다면 고속차량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부를 것”이라며 “유럽이나 일본 등 철도 선진국들은 자국 고속차량 기술 보호를 위해 시장 입찰 자격 조건을 제한하는데, 한국만 반대로 입찰 자격 요건을 오히려 낮춰 ‘무방비 상태’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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