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4사 12조3천억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잔치
산업연구원 “정유업계, 과도한 가격상승 추가조사 필요”
EU·영국·독일·미국 등 ‘횡재세’ 도입하거나 논의 활발
김우철·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실정에 맞지 않아”
여야가 오는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정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승인은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뉴스포스트는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들을 미리 살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오는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정유4사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횡재세’ 도입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글로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으로 전 국민이 고열을 앓는 동안 정유사들이 고유가를 기회로 천문학적인 실적을 거둔 까닭이다. 현재 국회에는 ‘횡재세’ 관련 의원 법안이 2건 발의된 상태다.
SK이노·GS칼텍스 등 ‘역대급 호실적’...성과급 잔치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2조 3202억 원이다. △SK이노베이션 3조 9783억 원 △GS칼텍스 3조 2133억 원 △에쓰오일 3조 539억 원 △현대오일뱅크 2조 748억 원 등이다.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만 연간 평균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정제마진이 오른 게 호실적의 배경이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원유 가격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다.
정유업계는 통상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 이상이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본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배럴당 5.3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올해 6월 4주차에는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상반기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4사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정유업체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에너지는 1인당 평균 85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1인당 평균 8571만 원, 에쓰오일은 1인당 평균 1억 77만 원 등의 급여를 지급했다. 모두 지난해 상반기 대비 59~84%까지 늘었다. 연말에 성과급이 반영되는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상반기 1인당 평균급여가 5400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10.2% 수준 올랐다.
영국·독일 등 ‘횡재세’ 도입...산업연구원 “초과이윤세 필요”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독점구조에서 과도한 가격상승이 이뤄지는 업종은 ‘초과이윤세’ 등 이른바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식품 분야에 편중돼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폭넓은 서비스와 재화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미국 등과 다른 점이다. 특기할 점은 전력과 가스의 가격 상승률은 비용 상승률보다 26.1%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력과 가스가 한전 등 공기업 주도하는 부문이라 요금인상이 제한된 까닭이다.
반면 석유·석탄제품은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1%p 이상 높았다. 이에 대해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과점적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며 “비용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가격상승이 이 같은 시장구조에 기반한 행태에 따른 것인지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강 선임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실제로 가격상승이 비용 상승 폭에 비해 과도하고, 이것이 해당 업계의 이윤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면, 행정지도나 혹은 초과이윤세와 같은 적절한 정책을 통해 과도한 가격상승이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이 정당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이윤 양편에서 고른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유부문에 대한 ‘횡재세’ 도입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과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미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지난 5월 석유와 가스 기업에 초과이윤세율 40%를 포함해 65%의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도 500만 유로 이상 초과이윤을 낸 에너지기업들에 25%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EU는 각 회원국에 일부 에너지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요청하기로 했고, 미국도 이윤율이 10%를 넘는 석유기업에 대해 42%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립정부’도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4일(현지 시간) “신호등 연립정부가 에너지기업들의 초과 이익에 대해서 만큼은 반드시 과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횡재세’ 국회 법안 2건...조세전문가들 “횡재세 도입에 회의적”
현재 국회에는 2건의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달 발의된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이달 초 발의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안이다.
이성만 의원안은 석유정제업자가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보다 5억 원 이상 초과 소득을 올리면, 그 초과 소득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는 내용이다.
용혜인 의원은 정기국회가 열린 지난 1일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용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서민들에겐 고통을, 정유사들에게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안겼다”며 “정당한 경제활동과 기술 혁신을 통해 얻은 이익이 아닌 횡재이득을 횡재세로 환수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용 의원의 ‘횡재세’ 법안에는 정유4사와 함께 16개 은행도 포함됐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은 ‘횡재세’를 국내에 도입하는 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직접 원유를 채굴하는 글로벌 석유회사들과 정제마진으로만 매출을 올리는 국내 정유사들은 조건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및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외에서 도입되거나 도입 준비 중인 ‘횡재세’라는 개념은 국내 실정과는 전혀 맞지 않는 조세”라고 했다.
이어 “영국만 봐도 5월에 횡재세를 도입했는데, 쉘(로열더치 쉘)이나 BP(브리티시 페트롤륨) 등 북해유전에서 원유를 직접 채굴하는 부문의 이익에만 횡재세를 적용했다”며 “정제마진 부문에는 횡재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선 자연자원을 독점하면서 횡포에 가까운 값을 매겨야 횡재세의 대상이 되는데 국내 정유4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현재 국내 실정에서 횡재세를 도입한다면, 조세의 전가가 일어나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및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정제마진으로 이익을 얻는 국내 정유사들에 횡재세를 적용하는 건 회계적으로 맞지 않다”며 “과세대상이나 과세표준, 세율, 세금의 용도 등이 모두 논란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초과이익을 얻은 금융사나 증권사, 반도체 회사, 일부 IT업종 등에도 횡재세를 부과할 것인지, 부과하면 어느 부분까지 과세대상을 확대할 것인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아 국내 정유사들이 손해를 보면 세금공제나 환급을 해줄 것인지, 공제나 환급의 기간이나 시점은 어떻게 정하는지 등이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횡재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횡재세와 관련해 “검토하거나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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