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8 이어 IPO 추진...‘장수생’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IPO 예비심사, 통상 45일보다 늦어져
지분 50% 보유 ‘쉐브론’...GS칼텍스 IPO 기류 달라졌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IPO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두 차례 IPO가 무산된 현대오일뱅크는 ‘실현 가능성’을 놓고, 쉐브론의 IPO 기류 변화 얘기가 나오는 GS칼텍스는 ‘추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CI. (자료=각사 제공)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CI. (자료=각사 제공)

탄탄한 재무구조 GS칼텍스...쉐브론, IPO 입장 변화 있나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최근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생존을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는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폐플라스틱 활용 기술 등 친환경 신사업 부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상장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신사업 투자를 위해 IPO로 대규모 자금조달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지점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GS칼텍스의 IPO 추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GS칼텍스가 ‘굳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근거다. 

GS칼텍스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지난해 유동자산은 10조 5063억 원에 달한다. 2020년 유동자산 6조 7975억 원 대비 5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GS칼텍스의 유동자산은 항목별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 791억 원 △매출채권 3조 2398억 원 △단기금융자산 7453억 원 △재고자산 4조 8320억 원 △기타 유동자산 6091억 원 등이었다.

특히 재고자산 항목이 2020년 2조 6634억 원에서 4조 8320억 원으로 8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란 장기 요인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단기 요인 등으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고자산 평가이익이 오른 덕이다.

낮은 부채비율도 GS칼텍스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GS칼텍스의 부채비율은 111.8%다.

에쓰오일(167.5%)과 SK이노베이션(152.4%), 현대오일뱅크(222.3%/2021년 3분기 기준) 등의 부채비율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GS칼텍스의 IPO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외국계 기업 쉐브론(Chevron) 때문이다. 2003년 LG칼텍스정유 당시만 해도 쉐브론은 IPO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법인세 1900억 원을 반납하더라도, IPO를 추진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쉐브론은 LG칼텍스정유가 상장을 전제로 1900억 원 세금을 감면받은 걸 토해내더라도 경영간섭과 감시를 피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쉐브론은 매년 GS칼텍스에서 나오는 1800억 원 규모의 배당금 가운데 50%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 쉐브론이 GS칼텍스가 상장으로 주주 감시 아래 투명 경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GS칼텍스 일감 몰아주기 조사 착수가 시발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GS칼텍스 측은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조사 결과 무혐의로 나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2·2018 ‘쓴맛 본’ 현대오일뱅크, 세 번째 도전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IPO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시 한 번 IPO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세 번째 도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이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호기라고 보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 정제마진 개선으로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만큼, 정유업계 사이클의 고점에 맞춘 호기라고 보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조 14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6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은 공모가액 기준으로 최대 9조 원대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을 최대 10조 원까지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필요한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조달을 IPO로 확보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태양광 패널 소재와 온실가스 자원화, 바이오 항공유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90%를 1800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을 블루수소와 친환경 화학소재, 화이트 바이오 등 3대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키로 했다. 또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해 오는 2023년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3대 친환경 미래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반면 정유사업 매출은 45%로 낮춘다. 이처럼 친환경 분야로 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IPO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높은 부채비율도 IPO 추진 배경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222.3%)은 국내 정유4사 가운데 가장 높다. 또 국내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상태다. 보통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보고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만 가능해진다면, 부채비율 감소와 신사업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던 현대오일뱅크 IPO는 시계제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정유업계 사이클의 고점임에도 불구하고, 통상 45일이 소요되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신청서를 제출한 현대오일뱅크는 2월 초 예비심사 통과 결과를 전달받았어야 하지만, 아직 한국거래소로부터 아무런 결과 통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가 상반기 중 상장할 것이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 등 신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하기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며 “통상 45일 정도 걸리는 상장예비심사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나 희망 공모밴드는 한국거래소의 결과 통보 이후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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