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 지난해보다 20% 줄어
쏘카·현대오일뱅크·컬리 등 하반기 조 단위 대어들 대기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분기 공모주 시장은 IPO 기업수와 공모 규모 감소 등으로 쪼그라들었지만 하반기 교보생명과 현대오일뱅크, 컬리 등 대어들의 상장이 예고돼 있어, 이들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내 상장을 예고하고 있는 기업들. (시계 방향) 쏘카, 현대오일뱅크, 컬리, 케이뱅크. (사진=각 사)
연내 상장을 예고하고 있는 기업들. (시계 방향) 쏘카, 현대오일뱅크, 컬리, 케이뱅크. (사진=각 사)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32곳(스펙 제외)으로 지난해 상반기(40곳)보다 20%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 ▲코람코더원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3개사가 상장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 청담글로벌 등 29개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올 1분기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76:1로, 2021년의 1154:1을 하회하며 기관투자자 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IPO 종목들의 공모가 대비 시가 상승률 평균도 2021년의 54.4%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진 43.9%를 기록하며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2분기 수요 예측 평균과 청약 평균 경쟁률은 각각 993:1, 1535:1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수요예측에서 흥행 성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원스토어, SK쉴더스, 태림페이퍼 등 4개의 기업이 상장 계획을 접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 두 기업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이들 모두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상반기 공모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5조 6167억 원)보다 143% 증가한 13조 6475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의 모집이 12조 7500억 원에 달해 흥행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한파를 맞은 시장 분위기 속에도 연내 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다. 우선 카셰어링 업체 쏘카(So car)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4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쏘카는 24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455만 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 4000~4만 5000원이며, 시가총액은 1조 5944억 원 규모다. 상장 예정일은 8월 18일로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 각각 맡았다.

현대중공업 그룹 정유사 현대오일뱅크도 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심사 통과는 현대오일뱅크가 2021년 12월 13일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지 6개월 만이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6개월 내 공모를 완료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2012년, 2018년 상장을 추진하다 중도 철회한 현대오일뱅크는 이번에는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30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JP모건, 씨티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장외주식 거래시장 기준으로 현재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6조 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잠정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었다”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시장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케이뱅크와 29일 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오일뱅크, 8월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쏘카 등이 침체된 IPO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보생명, 컬리, 골프존카운티, 바이오노트 등도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SSG닷컴, CJ올리브영 등도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IPO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등 증시 환경이 좋아져야 IPO 시장도 괜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컬리, 교보생명 등 조 단위의 대어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슬로우하게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