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성장했지만...‘양날의 검’ 된 가장 자산 거래소 제휴
업비트 계좌 연동 포함된 예수금, 전체 예수금의 58% 달해
내달 금감원·한국은행 공동검사도 부담...첫 경영 전반 검사
지난 2017년 국내 은행 산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오직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비대면으로 영업하는 인터넷은행은 보수적이었던 금융업계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활기를 불어넣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2017년 4월과 7월 영업을 개시한 후 2021년 10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가 출범하며 빅테크의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뉴스포스트는 금융권 디지털 혁신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인 인터넷은행 3사를 살펴보고, 향후 발전 방향 등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은행(이하 케이뱅크)이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은행업은 지점 영업이 필수라는 공식을 깬 인터넷은행은 점포 운용 비용이 들지 않아, 이를 바탕으로 한 낮은 금리와 지역 제한이 없는 활동 영역 등을 강점으로 출범 초기 가파른 성장세를 달렸다.
‘깜짝 실적’...실탄 부족 발목 잡아
케이뱅크는 2015년 11월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를 받고, 본인가와 영업준비를 거쳐 2017년 4월 영업을 개시했다. 당초 2017년 목표를 여신 4000억 원, 수신 5000억 원으로 잡았지만 출범 이후 100일 만에 전체 대출 6500억 원, 예‧적금 잔액 6100억 원을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가 케이뱅크의 발목을 붙잡았다. 자본 부족 문제가 드러나면서 예상보다 빨리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된 것. 2017년에 약 1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대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2018년 8월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에 나섰다.
출범 초기 20여 사에 달하는 주주구성 등으로 인해 케이뱅크는 효율적인 지배 구조를 갖추기 어려웠고, 일부 주주들이 불참하면서 300억 원 규모의 전환주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출범 후 4년만에 흑자 전환
자본이 부족해진 케이뱅크는 판매하고 있던 대출상품의 취급한도를 정하고, 소진되면 대출상품 판매를 중지하는 등 출범 1년 만에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됐다. 2020년에 들어서야 비씨카드가 34%, 우리은행이 19.9% 지분을 확보해 지배 구조가 단순화됐다.
한때 적자폭이 1000억 원대까지 커졌지만, 2021년 출범 후 4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계좌 개설 수는 올해 3월 말 750만 명을 넘어섰는데, 특히 지난 2020년 7월 대출 재개 이후 지난 2021년에만 가입자 수가 6초에 1명씩 늘며 고객이 498만 명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225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가계대출 급증에 힘입어 이자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해 1년 만에 취급액 1조 원을 넘겼다. 전세대출도 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 출시 반년 만에 6000억 원을 내줬다.
그 결과 출범 첫해인 2017년 134억 원이었던 이자수익은 지난해 1980억 원으로 15배 가까이 늘었고, 2017년 86억 원 손실이었던 비이자수익은 196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연내 상장 목표 IPO 성공할까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이 같은 성장을 이끌어냈다. 케이뱅크를 통해 원화를 입금해야 업비트에서 가상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해 업비트 계좌 연동이 포함된 예수금이 전체 예수금(11조 3175억 원)의 58.7%에 달하는 6조 649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 예수금은 4조 6682억 원을 기록했는데,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경우 개인 예수금이 전체 예수금의 99% 이상을 차지하며 케이뱅크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업비트와의 제휴로 상당한 외형 확장을 이뤘지만,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 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커,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 역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 금액 규모는 5조 56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 전체 예치금(11조 4999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실제로 최근 테라·루나 코인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상 자산 시장이 휘청이자 케이뱅크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케이뱅크는 가상 자산 거래소 관련 예치금 중 10%가량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시장 변동에 따라 대규모 예치금 인출이 발생할 경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낸 케이뱅크는 이르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대내외적 악재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만큼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내달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검사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7일부터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공동검사를 받게 된다. 케이뱅크는 2021년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와 유동성리스크 등 부문 검사를 받은 적 있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검사는 설립 이후 처음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코인 시장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거래량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IPO도 일정대로 차분히 잘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검사의 경우 한 달 전 예정돼 있던 부분으로 시기상의 문제보다는 계속 준비해왔기 때문에 충실히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