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서 팔아치운 ‘외국인 거래대금’ 절반 ‘LG엔솔’
국민연금 등 연기금 대규모 순매수에 기사회생
우크라 사태發 원자재 위기에 중국 추격 ‘바짝’
차두원 소장 “중국 배터리 업체 강세 지속될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외국인과 개인의 ‘팔자’에 한때 100조 원 미만으로 떨어졌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시총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로 LG엔솔 주가가 영향을 받은 탓이다.
역대급 IPO 대어로 꼽히던 LG엔솔은 지난 1월 27일 상장 당시 시총 118조 1700억 원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2위에 올랐던 LG엔솔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개인 “팔자”...연기금 “사자”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은 LG엔솔 주식 643만 2926주를 순매도했다. 거래대금 2조 9471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던진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모두 5조 7808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외국인이 판 코스피 주식 가운데 절반 이상이 LG엔솔 주식이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1조 657억 원에 달하는 LG엔솔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타법인 투자자들도 879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출렁였고, LG엔솔 시총은 한때 100조 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4일 100조 2690억 원이었던 LG엔솔 시총은 다음 거래일인 같은 달 7일 96조 8760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LG엔솔 시총은 13거래일 동안 100조 원 미만을 유지했다. 특히 15일에는 시총 84조 1230억 원으로 장을 마감해 상장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1분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꾸준히 LG엔솔 주식을 사들여 모두 3조 178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2273억 원을 순매도한 개인투자자 물량 절반을 연기금 등 기관이 받으면서 충격을 흡수했다.
현재 LG엔솔의 시총은 지난달 25일 이후로 100조 원을 회복한 상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사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하지만 LG엔솔 주식 매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삼성전자(1조 9718억 원)와 SK하이닉스(5164억 원), 네이버(1819억 원), 현대차(1668억 원) 등을 순매도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LG엔솔 한 종목을 위해 다른 종목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해당 비판에 대해 한 연기금 관계자는 5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벤치마크에 따라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시장에 신규 상장되는 종목을 일정 부분 편입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갖고 있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매매 시점이나 수량 등은 해당 종목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 사태發 원자재 가격 상승...LG엔솔 글로벌 점유율 줄어
업계는 외국인과 개인의 LG엔솔 주식 순매도 배경에 국내 배터리 3사 대비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기업 CATL이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CATL과 BYD를 필두로 다수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하락하거나 정체 상태였다. LG엔솔은 20.7%에서 13.8%로 점유율이 줄었고, 삼성SDI도 6.0%에서 3.8%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그나마 SK온이 5.4%에서 6.5%로 점유율이 소폭 상승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CATL은 27.5%에서 34.4%로, BYD는 6.9%에서 11.9%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올랐다.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산 니켈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약 11%를 차지한다. 특히 순도가 높은 니켈은 러시아가 세계 1위 생산국가다.
LG엔솔이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을 원료로 하는 NCM 배터리가 주력인 만큼, 니켈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리튬과 인산 등을 원료로 하는 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기업들은 국내 배터리 3사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이날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과 상용화에 몰두하고 있다”며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국 내 트랙레코드와 시장을 바탕으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향후 LG엔솔 등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시장에 자리 잡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글로벌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외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5일(현지시간) 착수한 전기차 배터리 조사도 악재다. 이날 NHTSA는 전기차 화재 위험과 관련해 LG엔솔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13만 8324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향후 NHTSA는 LG엔솔의 배터리를 구매한 타 자동차 업체들에도 연락을 취해 안전한 리콜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LG엔솔 측은 “NHTSA의 이번 조사는 자동차 업체가 리콜을 실시할 경우 후속 조치로 해당 부품업체에 대해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품이 공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반적인 절차이고, 이번 조사 역시 이의 일환”이라며 “GM의 볼트, 현대차의 코나와 아이오닉 등 기존 주요 리콜에 대해서는 NHTSA 공식 절차가 이미 완료됐고, 차량 고객사와 합의도 마무리된 사안으로 추가적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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