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美 연준 금리 ‘빅스텝’으로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에 상장철회
이정희 중앙대 교수 “Fed 긴축으로 전 세계 투자 위축, 러-우 사태도 영향”
SK쉴더스 “에스원보다 높은 기업가치 책정은 당연...저조한 해외투자 문제”
SK스퀘어 “원스토어 등은 해외투자 구조 달라...연내 상장 무리없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SK스퀘어가 자존심을 구겼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의 자회사로, SK스퀘어 자회사 가운데 IPO에 도전한 첫 사례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SK스퀘어가 IPO를 자진 철회하면서, 원스토어 등 SK스퀘어 나머지 자회사들과 올해 6~7월로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 등의 상장 여부도 시계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스퀘어 CI. (자료=SK스퀘어 제공)
SK스퀘어 CI. (자료=SK스퀘어 제공)

SK쉴더스, Fed發 투자심리 위축에 상장철회


이달 조 단위 IPO 예상으로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發 긴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다.

이날 SK쉴더스는 공시를 통해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투자 청약기간을 불과 사흘 앞두고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힌 것이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와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제공)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와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제공)

업계에서는 SK쉴더스의 이번 IPO 철회 배경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안정한 국제정세 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Fed는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통상 Fed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조정한다. Fed가 0.5% 포인트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한 ‘빅스텝’은 22년 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도 올랐다. 우리은행과 KB국민,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연 3.6∼4.978% 대비 상단 기준 1.612%포인트 올랐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9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Fed가 금리를 큰 폭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전 세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가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 러-우 사태가 정리되지 않으면, 위축된 글로벌 투자심리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쉴더스 상장철회 후폭풍...SK스퀘어 주가 ‘역대 최저’ 기록하기도


SK쉴더스는 ADT캡스와 SK인포섹을 합병한 보안 전문기업으로, SK스퀘어의 자회사다. 서빙로봇과 무인매장 관리, 스마트홈 설비 및 보수, 융합보안 등 기존 물리보안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다방면의 온·오프라인 통합보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쉴더스의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 뒤 재상장한 이후 줄곧 주가가 약세를 유지했다. SK스퀘어는 이번 SK쉴더스 상장으로 주가 반등의 기회를 노렸지만,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한 6일 SK스퀘어의 주가는 4만 8250원에 거래되는 등 재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SK쉴더스의 상장철회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가 고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던 것이다. SK쉴더스가 제시한 공모가 시가총액 3조 원이 기존 보안 대장주인 ‘에스원’보다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에스원의 시총은 2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SK쉴더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SK쉴더스는 물리보안에 더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에스원과 안랩을 합친 만큼의 기업가치가 있다”며 “에스원보다 기업가치가 4~5천억 원 높게 책정된 시장 평가에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미국발 금리인상 등으로 당초 큰 관심을 보였던 해외투자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게 문제였다”며 “상장 재추진 일정은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IPO 앞둔 원스토어·11번가 등 SK스퀘어 나머지 자회사에 ‘우려 시선’ 


9일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IPO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스토어 제공)
9일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IPO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원스토어 제공)

문제는 SK스퀘어의 상장철회로, IPO를 앞둔 SK스퀘어 나머지 자회사들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 연내 자회사 상장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SK스퀘어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원스토어 등 나머지 자회사들은 SK쉴더스와 달리 해외주주 등 투자자 구성이 달라 연내 상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현대오일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연내 상장을 계획을 밝힌 기업들의 IPO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IPO 삼수생’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통상 45일이 소요되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일정이 기약 없이 늘어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현대오일뱅크와 아람코 양사가 체결한 주주협약 내용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예비심사를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전까지는 공모가 밴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거래소가 아람코와의 주주협약 등을 문제라고 지적한 적도 없고, 해당 이유로 예비심사가 늦어진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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