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노조, 금감원·금융위 IPO 철회 탄원서 제출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 회장 지분율과 기업가치 상관없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년 2월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IPO 계획을 놓고 현대엔지니어링 노사가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는 지난 23일 금융위원회 등에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 계획이 철회돼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 11.72%→4.45%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모집매출 주식은 총 1600만주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이 주관하고 공모가는 5만 7900원~7만 5700원이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금액은 9264억 원에서 1조 2112억 원에 달한다. 희망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6조 5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모집매출 1600만주 가운데 75%인 1200만주가 구주매출로, 신주 모집은 25%인 400만주 규모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의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유주식의 60%를 구주매출로 매각한다.
이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정 회장은 최대 4044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분율이 4.45%로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재계는 정 회장이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등을 추가로 매입해 경영권 승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노조 “구주매출 75% 공모는 대주주 이익 챙기기”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이번 현대엔지니어링의 유가증권 상장 계획이 대주주의 자기이익 챙기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시장건전성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주매출이 75%에 이르는 공모 구조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의선 회장은 단순한 개인주주가 아닌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상장 신청과 함께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며 “최대주주의 지분 유지는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과 함께 상장 이후 투자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의 현대엠코와 합병 전후로 배당금이 수백억 원으로 증가했다면”서 “정의선 회장의 지분 매각은 배당성향에 악영향을 끼쳐 소액주주들의 투자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금은 현대엠코와 합병 전에 △2006년 11억 원 △2007년 20억 원 △2008년 40억 원 △2009년 40억 원 △2010년 60억 원 △2011년 20억 원 △2012년 20억 원 등 수십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합병을 1년여 앞둔 2013년 배당금이 797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 △2014년~2018년 870억 원 △2019년~2020년 1087억 원 등으로 배당금이 증가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 “공모 계획은 한국거래소의 철저한 심사를 받은 것”
노조의 지적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9일 뉴스포스트에 “코스피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낮아진다면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상장 이후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 개발과 투자를 통해 회사 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제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주매출은 주주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공모 계획은 한국거래소의 철저한 심사를 통과해 승인받은 내용”이라면서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진다고 기업가치도 낮아진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배당성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일정한 배당 규모를 유지해 왔다”며 “상장 후에도 배당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