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산업1팀 팀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 하자 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자동차 결함이 발생했을 때 심사하는 국토부 위원회에서 현대차와 이해관계가 얽힌 위원들이 현대차 하자를 심의해서다.

제척 사유 규정을 어긴 위원회 운영에 국토부는 "위촉 기준을 개선하고 규정을 어긴 위원들을 해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자동차리콜센터)'에서 지난 5년간 현대차와 이해관계자가 얽힌 위원들이 현대차의 제작 결함이나 환불·교환 안건을 심의하는 등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는 자동차에 하자가 발생하면 귀책사유를 따지고 제조사와 차주를 중재하는 위원회다. 현재 자동차와 법률, 소비자 분야의 전문가 60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출범 뒤 5년간 100여 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이 가운데 40%가 현대차 사례였다. 문제는 현대차 출신이거나 현대차 협력업체 대표 등을 지낸 위원들이 현대차 사례를 심의했다는 점이다. 5년간 현대차와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 17명이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들이 심사한 안건 중 70%는 제조사 하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자동차리콜센터 위원은 심사 대상인 자동차 제작사에 종사했거나 용역·연구지원을 받는 등 이해관계자 얽히면 직무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자동차관리법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위촉 기준을 개선하고 규정을 어긴 위원들은 해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자동차리콜센터의 규정을 벗어난 위원 활동은 완성차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팩트'였다. 문제는 해당 자동차관리법 규정을 지키며 위원회를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현대차그룹과 얽히지 않은 제조사 종사자들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업계 관계자 A씨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점유율 80% 이상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이해관계가 없는 자동차 전문가나 엔지니어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규정을 지킨답시고 엔지니어적 이해가 없는 소비자 단체 관계자들로 위원 구성원을 전부 채우면 국토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현대차나 기아 등 현대차그룹 출신 위원들이 자사 자동차의 제품 결함을 심사하는 게 오히려 전문성을 담보한다고 본다"며 "해당 차에 대한 이해도는 만든 제조사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다만 지금껏 위원회 운영을 보면 현대차 출신들이 이른바 '전관'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객관적인 평가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연구용역을 진행한 경험이 풍부한 업계 관계자 C씨는 "위원회 소속 교수나 엔지니어들 가운데 현대차나 기아에 제조 결함 귀책사유가 있다고 '양심선언'할 수 있는 위원들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러면(제조사에 귀책사유를 돌린다면), 현대차나 기아에서 연구용으로 제공하는 자동차를 더 이상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대차를 거스르면 연구가 불가능해진다"고 학계와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업계 지배적인 위치에 기인하는 자정작용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자동차리콜센터의 공정한 운영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에 있다. 국토부가 위원 선정 과정에서 학계와 엔지니어적인 이해, 소비자 입장 모두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가능한 전문가들을 선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기자에게 "자동차와 모빌리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진 전문가인지에 판단은 해당 인물의 그간의 이력을 보면 되는 아주 쉬운 문제"라며 "현재 국토부 위원들을 보면 자동차나 제조 결함과 관련한 이력이 전무한 경우가 많은데, 국토부나 제조사에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쉬운 길을 애써 어렵게 돌아가는 국토부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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