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 시대 저물고 친환경차로 바뀌는 글로벌 스탠드
- GM·BMW 등 유수 기업 수소연료전지차 실패...현대차는 다를까
- 국내서도 ‘전기차 충전소’ 2만개 이상인데 ‘수소충전소’는 24개 불과
- 테슬라·BYD 전기차 집중할 때 현대차는 두 마리 토끼 쫓는다

국내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중심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판매량 감소와 실적하락으로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소유 개념에서 공유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맞닥뜨린 새로운 위기다. 이에 연간 400만 대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판매량 기준 국내 1위 자동차 업체이자, 글로벌 6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위기와 생존전략에 대해 5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차 대해부] ① 文정부 ‘수소경제’ 발맞춰 수소차 드라이브
[현대차 대해부] ② ‘미래 모빌리티’ 판도라 상자 열었다
[현대차 대해부] ③ 고강도 체질개선 숙제 푼다...정의선의 승부수
[현대차 대해부] ④ 김필수 “현대차그룹, 제 몸 태우는 촛불 되지 말아야”
[현대차 대해부] ⑤ “정의선 리더십이 엘리엇 쫓아내...우버·현대차는 윈윈”

서울 양재 소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이상진 기자)
서울 양재 소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가 간 제조업 경쟁력의 우위를 살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각 국가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집합인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의 꽃인 까닭이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약 2만 5,0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액셀레이터를 밟는 까딱하는 발끝 한 번에 2만 5,000개로 이루어진 근육을 육감적으로 움직이는 쇳덩어리는 과학이 만들어낸 새로운 육지 동물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최근 이 거대한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심장에 해당하는 내연기관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대기질을 악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다. 여기에 석유와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희소자원의 무기화를 우려한 전 세계 각국이 미리 내연기관 자동차의 제재에 나서 내연기관차의 음울한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을 초과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해 규제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에 내연기관차로 출시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내연기관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인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 정부의 ‘수소경제’에 발맞춰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하다가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 수소연료전지차는 ‘오래된 미래’...유수 기업 도전했지만, 시장성 없어 실패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서야 주목받았지만, 사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십 년 전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시도했다가 상용화에 실패한 바 있다. GM과 BMW 등 유수의 기업이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 엔진 개발에 도전했다가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이들은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시장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BMW는 지난해 9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 ‘BMW i Hydrogen NEXT’를 공개하기도 했다. BMW는 2025년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인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시장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BMW i Hydrogen NEXT' 콘셉트카. (사진=Wikimedia Commons)
'BMW i Hydrogen NEXT' 콘셉트카. (사진=Wikimedia Commons)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가 어려운 배경에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경제·과학기술 정책의 영향도 컸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조시 W 부시 대통령은 수소차 개발을 강조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은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수소연료전지는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당시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계획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수표가 됐다.

우리나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소경제를 강조하며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군불을 지피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없던 일이 됐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수소경제 개념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지난 2019년 1월 18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천 대에서 오는 2040년 620만 대로 확대하고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수소경제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이다.
 

▲ 현대차, 정부 ‘수소경제’ 스탠스 맞추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 뛰어들어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현대자동차는 연이어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계획을 발표하며 화답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2019년 1월 24일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고, 2월 14일에는 어린이 박람회를 통해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안전 기술력을 공개했다.

제2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 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 '넵튠'.
제2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 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 '넵튠'. (사진=뉴스포스트DB)

또 현대차는 같은 해 4월 11일에는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국내 독자 기술 기반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범사업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5월 3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 수소충전소 착공식을 하고 넉 달 뒤인 9월 완공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 오찬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수소경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8일 스웨덴 정밀 코팅 분야 기업 ‘임팩트 코팅스’와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을 공동개발하는 MOU도 체결했다.

문제는 현대차의 의욕적인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직조된 데다가, 이런 경향에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인 테슬라, 중국 기업인 BYD와 베이징자동차 등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은 모두 전기차를 주력으로 개발한다. 이들 기업은 자국의 배터리 기술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BYD는 본래 배터리 개발업체로 시작했지만, 2003년 시안친촨(西安秦川) 자동차 지분의 77%를 인수하며 자동차 개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이브리드차종 개발로 시작한 BYD는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기차가 잘 팔리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2.1배 늘었다. 2018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 모두 25만 7,861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가 5만 2,370대가 팔리며 판매량이 112.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소연료전지차는 798대 팔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실적대로라면 수소연료전지차가 아니라, 전기차 개발에 전사적인 노력을 쏟아야 할 상황이었다.

정부의 수소경제 스탠스에 맞춰 현대차가 공력을 쏟은 수소연료전지차는 시장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소충전소 확보도 안 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충전소를 오는 2022년까지 310개소, 2040년까지 1,200개소 확충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수소충전소 설치 현황(왼쪽)과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오른쪽). (편집=이상진 기자)
국내 수소충전소 설치 현황(왼쪽)과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오른쪽). (편집=이상진 기자)

하지만 2020년 1월 7일 기준으로 국내 수소충전소는 전국을 통틀어 2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24개 충전소 가운데 ‘상암수소충전소’는 ‘사용불가’ 상태다. 수소충전소 위치도 서울과 부산 울산 등에 몰렸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우에는 단 한 곳의 수소충전소도 없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소 부족으로 국내에서조차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를 합쳐 2만 863개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상황만 봐도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와 시장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 삼성SDI 등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배터리 굴기’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국내 전기차 시장 생태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를 의식했는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 △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수소연료전지차 2종 등 44개 차종으로 모델을 확대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수료연료전지차와 전기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게 된 것이다.
 

▲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살리고 싶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한명훈(친환경 자동차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2015)은 “2020년 국내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은 약 5천억 규모로 예상되나 높은 자동차 가격과 수소 스테이션의 부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가격과 기술력 부족, 수소 인프라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료전지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환경적 장점이 있다”며 “연료전지 스텍 부문 비용이 점차 떨어지고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규모의 경제로 원가가 크게 내려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차가 시장성을 확보해 상용화되기까지, 그러니까 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까지, 수소 인프라 형성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수소경제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정부는 기본적인 수소충전소도 확보하지 않은 채 말만 앞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2020년 친환경차 수출 1호 '니로'에 기념 깃발을 달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2020년 친환경차 수출 1호 '니로'에 기념 깃발을 달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평택·당진항 자동차 전용부두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트럭 넵튠과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니로 등 친환경차 수출 성과를 크게 상찬했다.

현장 방문 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친환경차 전비도 달성했다”며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수소충전소 확충으로 친환경차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향민(친환경차의 선택속성에 따른 정부지원정책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2017)은 “정부지원정책의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비싼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친환경차를 구매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지원정책 수준을 크게 높이는 것이 친환경차의 활성화에 도움이 됨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첨단인 자동차 산업,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선봉인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친환경차 모델의 예봉인 수소연료전지차의 시장성 확보를 위해 말이 아닌 실질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정부, 「수고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2019.
도고레 에드가, <자동차산업 국제경쟁력 비교 연구, 한·중·일·독·미국을 중심으로>, 동아대학교 대학원, 2018.
김향민, <친환경차의 선택속성에 따른 정부지원정책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17.
한명훈, <친환경 자동차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기업경영대학원, 2015.
환경부 전기차충전소·수소차충전소 위치정보(https://www.ev.or.kr/h2monitor)
한국전력공사 전기차충전기 현황(https://evc.kepco.co.kr:4445/service/service04.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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