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시대’ 막오른 현대차그룹...미래 모빌리티 공략 방점에 ‘로봇기술’
-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계 21세기 초부터 로봇기술 투자
- 두산인프라코어 매각한 두산그룹...미래 먹거리로 로봇기술 투자
- 두산로보틱스-협동로봇, DMI-드론, DLS-물류자동화 솔루션 공략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내 로봇산업 시장은 중국과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글로벌 5위권 수준이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선두엔 현대자동차그룹과 두산그룹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을 위해, 두산그룹은 캐쉬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로봇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밝힌 UAM, PBV 기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모형도.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밝힌 UAM, PBV 기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모형도.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 3개 자회사로 세계 드론 시장과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자율주행과 웨어러블 로봇기술에 집중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변화를 발표하며, 글로벌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를 밝혔다. 뉴스포스트가 국내 로봇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완성차업계의 미래 먹거리 ‘로봇기술’...현대차그룹 꾸준한 투자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완성차의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21세기 초부터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로봇기술을 완성차와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까닭이다. △센서 인지 기술 △최적 구조 설계 △신호처리 제어 기술 등 로봇기술은 자율주행차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으로 재편되는 완성차업계의 핵심 미래 기술이다.

하반신 마비자를 걷게 하는 ‘착용로봇’.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하반신 마비자를 걷게 하는 ‘착용로봇’.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978년 국내 최초로 산업 현장에 로봇을 도입했던 현대차도 웨어러블 로봇 등 로봇기술에 꾸준한 투자를 해온 바 있다. 

2014년 현대차그룹은 노약자와 장애인 등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이동 약자를 위해 보행보조 착용로봇 개발에 착수해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 2015년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 박람회’에서 보행보조 착용 로봇을 공개했다. 

착용로봇은 인체의 동작 의도를 감지해 인체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는 착용시스템이다. 센서와 모터, 감속기, 배터리, 제어기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올해 1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발표한 현대차그룹이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착용로봇은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 복지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선도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였다.

상향 작업용 착용 로봇 ‘벡스(VEX)’.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상향 작업용 착용로봇 ‘벡스(VEX)’.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엔 노동자를 배려한 로봇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생산라인에서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며 장시간 일하는 상향 작업(Overhead Task) 근로자들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인 ‘벡스(VEX)’를 자체 개발한 것이다. 

VEX는 조끼형 외골격 착용 로봇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물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위쪽을 보며 팔을 들어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재밌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VEX의 개발 배경을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산업용 로봇과 함께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로봇기술을 위해서”라고 설명한 것이다. 로봇 도입으로 19세기 초 일어난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되레 로봇기술로 불식한 것이다. 

VEX는 산업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전기 공급이 필요 없는 형태로 개발된 게 특장점이다. 근로자가 오랜 시간 반복작업을 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가벼운 무게와 작은 부피, 높은 안전성이 필수인 까닭이다.

구명조끼 형태인 VEX는 중량이 2.5kg에 불과하다. 기존 타사 웨어러블 로봇 제품 대비 42%가 가벼워졌다. 또 착용자의 체형과 근력, 작업 용도에 따라 길이는 18cm, 강도는 6단계, 각도는 3단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VEX는 최대 5.5kgf까지 힘을 발휘하는데, 이는 보통의 성인이 3kg 공구를 들었을 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미국 조지아 기아차 공장 생산라인에 VEX를 시험 투입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존 제품 대비 동작 자유도가 높고 근력 지원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선 시대 막올랐다...현대차그룹 로봇기술 상전벽해 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CES2020 개막 하루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CES2020 개막 하루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로봇기술 투자는 정의선 회장의 취임으로 한층 공격적으로 변모했다. 지난 1월 ‘CES2020’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비전을 제시한 정의선 회장은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의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의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인수에 참여한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 등으로 구성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왼쪽)과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왼쪽)과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 합의를 통해 로봇 부품 공급과 로봇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 등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UAM, PBV, 스마트팩토리 등 로봇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 영역에서 그룹 차원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 이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의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기술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 영역에서 높은 시너지 창출하고, 그룹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그룹, 드론·협동로봇·소프트웨어 삼박자로 로봇 시장 공략


두산그룹은 최근 그룹의 캐쉬카우였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 등으로 흔들렸던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은 거의 달성한 상황이다. 

산업 현장에 투입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산업 현장에 투입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그룹의 캐쉬카우를 떠나보낸 이후 미래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로봇과 수소, 물류 등 3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로봇 시장 공략에 한층 집중하는 모양새다. 두산그룹은 이를 위해 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문홍성 사장에게 두산로보틱스·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 3개 자회사를 총괄하도록 했다.

지난 2015년 7월 설립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 강점을 가졌다. 2017년 협동로봇 출시 1년 만에 국내 1위를 달성했고, 현재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는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올해 7월에는 A시리즈 4종과 H시리즈 2종 등 모두 6종의 협동로봇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A시리즈는 낮은 가격이 특장점이다. 또 첨단 세이프티 알고리즘을 적용해 ‘안전성능수준 평가’에서 최고 레벨을 획득한 바 있다. 

팔레타이징 작업을 수행 중인 H시리즈. (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팔레타이징 작업을 수행 중인 H시리즈. (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H시리즈는 가반 하중 25kg으로, 전 세계에 현존하는 협동로봇 가운데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안정적으로 다루면서도 로봇의 무게는 해당 분야 평균의 절반 수준인 75kg이다. 6개 모든 축에 토크 센서를 탑재해 펜스 없이 비좁은 공간이나 이동로봇에 유연하게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6년 설립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은 수소연료전지 기반 드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2019 드론쇼코리아’에서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날 DMI는 부산 벡스코에서 약 300km 떨어진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있는 드론을 원격조종하는 시연도 선보였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드론.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드론.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DMI는 지난달 11월 수소드론을 활용해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비행 시연에도 성공했다. 해상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인명구조를 돕는 수소드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DMI 수소드론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4월 제주 부속섬에 공적 마스크를 배송하기도 했고, 9월에는 한라산에 응급구호품을 배송하는 등 제주도에서 다양한 구호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5월에는 물류 센터에서 이뤄지는 물건의 입고와 이동, 저장, 반출 등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위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을 설립했다. 올해 11월 DLS는 자율이동로봇(AMR)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 기플러스와 물류 자동화로봇의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DLS는 물류 전 과정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합해 턴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커머스와 중대형 물류 창고 운영 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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