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매입 제한 없는 현대차 중고차사업...가격 올라 소비자 피해”
현대차 “기존 중고차판매업 진출 아냐...수입차 인증중고차 개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7일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중고차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의 발표 열흘 뒤인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소매시장 진출을 허용키로 하면서, 기존 업계 종사자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강행하는 등 논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중기부 “기존 중고차판매업, 소상공인 비율 낮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중고자동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심의위원회는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중고자동차판매업에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소상공인 연평균 매출액이 크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낮아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규모의 영세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중고차판매업에 생계형 적합업종을 적용하면, 되려 대기업을 역차별한다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또 대기업의 중고차판매업 시장 진출을 막으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중기부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판매업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중고차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판매업 계획 밝힌 현대차, ‘5년·10만km’ 기준 제시
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중고차사업 방향을 발표하면서 “구매한 지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의 자사 인증중고차만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밝힌 인증중고차(CPO)는 그동안 수입차 브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제조사의 자체 인증중고차를 국내 브랜드에서 실현하는 제도다.
현대차는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여개 항목에 달하는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인증중고차를 중고차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정밀한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매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차는 타던 중고차를 현대차에 판매하면, 판매자가 현대차에서 신차 구입 시 할인 혜택을 주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는 “특히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상생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상생안을 준수하고, 매매업계와 함께 중고차산업 발전에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연도별 시장점유율을 △2022년 2.5% △2023년 3.6% △2024년 5.1% 등으로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또 현대차 브랜드의 인증중고차 이외의 물량은 경매 등 절차로 기존 중고차판매업계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중고차업계 “현대차가 ‘매입 제한’ 없는 게 문제”
현대차가 밝힌 중고차사업 방향에 대해 기존 중고차업계는 “결국 연식 5년 이내 ‘상품성 좋은’ 중고차를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고차업계는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 중고차만 취급 △판매자에 ‘보상판매 프로그램’ 제공 △모든 브랜드에 ‘매입 제한’이 없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25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가 말하는 이른바 ‘인증중고차’가 판매 대수에서는 15%만 차지하지만, 연식이 낮고 주행거리가 짧아 상품성이 좋다”며 “그만큼 판매 회전율과 마진이 높아, 판매 전체 금액에서는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총 판매 대수는 적지만, 판매 금액 대부분을 현대차가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지 사무국장은 “현대차의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문제”라며 “결국 신차 할인 혜택으로 판매자들이 모두 현대차에 중고차를 넘기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고차는 매입이 가장 중요한데, 현대차가 중고차 매입에 브랜드와 대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중고차판매업의 매입을 어렵게 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작 기존 업계를 보호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매입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양질의 10% 자사 중고차를 가져가고, 매각 차액을 위해 경매에서 ‘던지는’ 나머지 90%의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기존 중고차판매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지 사무국장은 “결국 현대차의 중고차 매입 과점으로 중고차 가격이 오르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중고차판매업의 양극화와 공멸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중고차사업 진출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존 중고차판매업에 진출하겠다는 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처럼 자사 브랜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 심의위원회는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는 않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현재 당사자 간 자율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중기부는 향후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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