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배출 전혀 없는 ‘꿈의 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내연기관 구동부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전환 효율 높아
수소차는 비싸다? 기술 개발 통해 전기차 수렴할 전망
미국·독일·중국·일본 등 앞다퉈 글로벌 수소차 선점 나서
수소차 ‘세계 1위’ 현대차그룹...이달 차세대 기술력 공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송 수단을 보는 것이다. 한 사회가 사용하는 수송 수단이 그 사회의 전·후방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인류의 주요 수송 수단은 에너지원에 따라 기원전 마차에서부터 18세기 증기기관을 거쳐, 19세기 내연기관 등으로 변천을 겪었다.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수소차 '넥쏘(NEXO)'.(사진=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수소차 '넥쏘(NEXO)'.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에너지원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분야도 역시 수송 산업이다. 각국은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수소차)를 수소경제의 첨단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3만 개의 크고 작은 부품이 필요한 지금의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오염물질 전혀 없고 에너지효율은 높은 ‘꿈의 자동차’


수소차(FCEV)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만든 전기를 연료로 삼아 모터를 구동하는 전기자동차의 일종이다. 기존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차처럼 피스톤 왕복운동 등 구동부가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전환 효율이 높다.

수소차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60% 수준이다. 수소차의 에너지효율은 천연가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자동차보다 8%,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보다 1.5배 높다. 또 배출물은 물과 수증기밖에 없어 친환경적이다.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내부구조.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내부구조.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수소차는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시스템과 수소저장장치, 전장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다시 △연료전지 스택 △수소공급장치 △공기공급장치 △열관리장치 등으로 이뤄졌다.

사용하는 전해질이나 연료에 따라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알칼리 연료전지(AFC) 등으로 나뉜다. 이런 다양한 연료전지 스택 가운데, 수소차에는 주로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가 사용된다. PEMFC가 △낮은 작동 온도 △높은 출력 밀도 △짧은 시동시간 등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비싼 차’ 또는 ‘보조금이 없이는 상용화되지 못하는 차’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연료전지 스택에 사용되는 귀금속 ‘백금’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7년 대한민국 산업부는 수소차 기술 개발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오는 2022년까지 △수소차 내구성(10만km30만km) △연료전지 스택 출력 밀도(2kW/L4kW/L) △연료전지 스택 백금 사용량(60g/대20g/대) 등 목표 수치를 밝혔다. 자동차업계는 향후 기술 개발에 따라 수소차 가격이 전기차 수준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독일·중국·일본 등 글로벌 ‘수소차’ 경쟁 심화


수소차의 비전을 본 세계 각국은 앞다퉈 수소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내연기관차 규제와 수소차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캘리포니아주와 코네티컷주, 메릴랜드주, 뉴욕주, 오리건주 등 미국 8개 주에서 ZEV(Zero Emission Vehicle) 규정을 도입했다. ZEV는 신차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미국은 △2022년(수소차 3만 대, 수소화물차 5만 대, 수소충전소 165개소, 일자리 5만 개, 연간 투자 10억 달러) △2025년(수소차 15만 대, 수소화물차 12.5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일자리 10만 개, 연간 투자 20억 달러) △2030년(수소차 120만 대, 수소화물차 30만 대, 수소충전소 4,300개소, 일자리 50만 개, 연간 투자 80억 달러) 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독일은 △2025년(수소차 65만 대, 수소충전소 400개소) △2040년(수소차 18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수전해설비 10GW 보유) 등을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독일은 정책 달성을 위해 약 9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은 △2025년(수소차 20만 대, 수소스테이션 320개소) △2030년(수소차 80만 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스테이션 900개소) △2040년(가솔린 차량 완전 대체) 등의 수소 모빌리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2025년(수소차 10만 대,수소충전소 300개소) △2030년(수소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등 수소 산업 발전 계획을 밝혔다.

각국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GM, 토요타, 혼다, 다임러, 상하이자동차, 창청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韓 R&D 늘리고, ‘세계 1위’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수소차 기술 공개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20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제정했다. 한국은 2020년 5,879억 원이었던 수소경제 예산을 2021년 7,977억 원으로 증액했다. 한국 정부의 수소경제 역시 ‘수소 모빌리티’가 중점이다. 올해 예산 가운데 전체의 42% 이상인 3,375억 원이 수소차 관련 예산이기 때문이다.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 좌담회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 좌담회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 사업의 비전과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수소 모빌리티를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조 연설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친환경 시대를 준비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체제를 갖추고 투싼 수소차를 선보인 바 있고, 2018년에는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했다. 

넥쏘는 지난해까지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를 지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업체별 수소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가 다시 1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 도요타에 내줬던 왕좌를 넥쏘 2세대로 되찾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향후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으로 수소경제 실현을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크기와 가격은 낮아지고, 출력과 내구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1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했다. 내구성도 2배~3배 높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를 선점하기 위한 민간 분야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정의선 회장의 발표 다음 날인 8일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두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GS그룹 등 15개 기업들은 일산 킨텍스에서 한국판 수소위원회(Korea H2 Business Summit)를 발족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3개 그룹이 주도한 한국판 수소위원회는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43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더불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가 투자를 도모하기로 뜻을 모았다.
 


※참고자료
김명환,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 동향, 공업화학 전망, 24권, 4호, pp.22-35, 2021.  
이병희 외, 수소경제를 위한 국가R&D과제에서 연료전지전기차의 지식구조 탐색, KISTI, 2021.
이신근 외,수소생산 기술동향, Clean Technol, 23권, 2호,pp.121-132, 2017.
조만 외,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최신기술, 에너지공학, 23권, 3호,pp.132-145, 2014. 
부경진,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 에너지공학, 15권, 2호, pp.83-95, 2006.
이종태, 수소엔진 및 수소자동차의 개발현황, 한국수소에너지학회지, 4권, 1호, pp.51-64,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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