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레이·브라운·블루 등 생산 방식 따라 친환경 수준 달라
미국·EU·중국·일본 등 ‘수소 공급’ 정책 천자만별
한국은 ‘그레이 수소’로 ‘그린 수소경제’ 교두보 만든다
산·학·연 ‘원자력’ 활용한 ‘그린 수소’ 기술 개발 나서기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수소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수소경제’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 친환경 에너지 목표 달성은 물론 새로운 산업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McKinsey)는 ‘수소경제’ 세계 시장이 2050년 2조 5,000억 달러의 부가가치와 3,000만 개의 누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소경제’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수소경제’ 기획 기사에서 국내외 ‘수소경제’의 생산과 활용 분야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수소경제’의 전망을 들어본다.
‘수소’는 정말 친환경 에너지? 생산 방식 따라 다르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수소는 사실 생산 방식에 따라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린 수소 △그레이 수소 △브라운 수소 △블루 수소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린 수소’는 우리에게 친숙한 친환경 에너지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떄문이다.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만든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 ‘수전해((2H2O →2H2 + O2)’다.
‘그레이 수소’와 ‘브라운 수소’는 석탄이나 갈탄,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 가스를 만들거나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 생산한다. 철강인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수적인 부생수소도 ‘그레이 수소’다. 이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처럼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로 훨씬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다. ‘그린 수소’에 비해 친환경성은 떨어지는 반면 경제성은 뛰어나다.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수소경제’ 달성을 위해선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게 당연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수전해 기술’을 사용한 ‘그린 수소’ 생산은 현재 단가가 매우 높다. 또 전력 소모량도 커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EU ‘그린 수소’, 중국 ‘복합 생산’, 일본 ‘수소 수입’
미국과 중국, EU, 일본 등 해외 국가들도 수소의 생산과 공급 방식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그린 수소’의 생단 단가가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민·관 파트너십’을 체결해 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수소 생산은 친환경 생산 방식인 풍력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생산한 뒤 천연가스 인프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EU는 이를 위해 ‘그린 수소’의 생산 설비와 충전 설비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투자 규모는 최대 4,7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수소 생산 정책은 복합적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와 메탄 개질을 활용한 ‘그레이 수소’를 양축으로 하는 수소 생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풍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과 메탄 개질을 활용한 ‘그레이 수소’ 제조 기술을 중점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필연적인 ‘그레이 수소’지만 생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의 주요 수소 생산 방식은 개질을 활용한 ‘그레이 수소’다.
일본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의 방점을 ‘수소경제’에 놓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채택한 일본의 수소 생산 계획은 ‘수입’이다. 호주의 갈탄 등 해외 미이용 에너지를 활용해 ‘국제 수소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오는 2030년 연간 30만 톤의 수소를 해외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폐플라스틱과 부생수소 등 자국 내 미이용 자원을 활용해 수소 공급의 일부분을 충당할 전망이다.
韓, ‘그레이 수소’로 시작해 ‘그린 수소’ 달성...원자력 ‘그린 수소’ 계획도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혁신성장전략 투자방향’에서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이듬해인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정부는 2040년까지의 수소 공급 전략을 밝혔다.
한국 정부의 수소 공급 전략은 ‘그레이 수소’로 수소경제 규모를 키우고, ‘그린 수소’로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생수소와 추출수소 등 ‘그레이 수소’를 초기 수소경제의 핵심 공급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한 한국은 수소 생산의 90% 정도를 부생수소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약 5만 톤의 부생수소를 초기 수소경제 준비 물량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천연가스 공급망에 대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해 추출수소의 안정적인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초기 ‘그레이 수소’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그린 수소’ 산유국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MW급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향후 국내 수소 공급 목표치와 수소 가격은 △2022년(연 47만 톤/kg당 6,000원) △2040년(연 526만 톤/kg당 3,000원) 등이다.
한편 지자체와 산·학·연이 함께 원자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 한국원자력연구원, 포항공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상북도, 울진군 등 7개 기관은 지난 6월 원자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으로 만든 전기와 열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들 7개 기관은 △고온가스로 활용 수소 생산 △고온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 사업화 협력 △원자력 활용 그린 수소 생산 실증 연구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참고자료
임동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 리더십,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논문집, 31(3) pp.265-275, 2020.
김종원, 우리나라 수소경제 추진의 발자취, 전기저널, pp.20-29, 2019.
배용호, 수소경제 주요 계획과 미래 전망, FUTURE HORIZON, pp.24-31. 2019.
대한민국 정부,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이행현황 및 향후계획(안), 2020.
대한민국 정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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