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 하루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사명 변경
한국신용평가, 두산중공업 신용등급 ‘긍정적’ 재평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두산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이 20대 대선 결과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최종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원자력 주기기 수주 호재가 예상되면서다. 두산중공업도 29일 주총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등 새 시대 준비에 분주하다.

두산에너빌리티 CI. (자료=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CI. (자료=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중공업, 대선 하루 앞두고 ‘두산에너빌리티’ 사명 변경


두산중공업은 20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사명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두산중공업 이사회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업계에서는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원자력 발전 산업의 정상화를 공약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승부수가 통했다고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결합한 조합어다. 또 둘의 결합을 의미하는 ‘Enable’의 의미도 포함한다. 이번 사명 변경은 제조업 의미가 강했던 기존 두산중공업 사명을 변경해, 향후 원자력과 풍력 등 ‘에너지’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사명은 회사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부합하고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하는 사명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표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동시에 지구는 더욱 청정해 지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과 수소, 해상풍력, SMR(소형모듈원전)을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3D 프린팅과 디지털, 폐자원 에너지화 등 신사업도 확대하는 중이다.

두산중공업의 사명 변경은 지난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지 21년 만이다. 두산중공업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15조원 규모 원자력 주기기 수주 예상...베트남 풍력도 호재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대 대선 결과로 기대되는 두산중공업의 최대 호재는 역시 원자력 주기기 수주다. 앞서 윤 당선인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주장키도 했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이른 시일 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20대 대선 과정에서 한·미 원자력 협력 관계를 동맹으로 격상시키고,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이상의 수주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70% 초반을 유지했던 ‘원전 가동률’도 85% 수준으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윤용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약 15조 원의 원자로 주기기 수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발전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기대할 만하다. 윤 당선인은 차세대 원전인 SMR의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겠다고 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SMR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등 그동안 상업운전이 가능한 SMR 주기기 개발에 노력해왔다.

베트남 풍력 발전설비 증설에 따른 호재도 예상된다. 베트남이 0.3GW인 자국의 풍력 발전 용량을 오는 2030년 18GW로 높이겠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현지의 중공업 부문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두산중공업 수주물량 대부분이 원전이나 화석연료 발전 설비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수소 가스터빈과 SMR, 해상풍력 발전 기술을 적극 개발해온 만큼 이들 신사업에서 점차 수주 성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23개월만에 채권단 관리 졸업한 두산중공업...신용평가 등급 오를 듯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 노형을 최초로 적용한 프로젝트다.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자재를 제공한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 노형을 최초로 적용한 프로젝트다.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자재를 제공한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87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또 지난 2월에는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8779억 원 △매출액 11조 2836억 원 △당기순이익 6458억 원 등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나아진 실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20년 △영업손실 1345억 원 △당기순손실 8384억 원 등의 실적을 낸 바 있다.

개선된 영업실적 등을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은 올해 2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긴급운영자금 3조 원을 모두 상환했다. 지난 2020년 3월 긴급 자원 지원을 요청한 지 23개월 만이다.

두산중공업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2020년 클럽모우CC를 1850억 원에 매각했고, 유상증자로 1조 2125억 원의 채무상환자금을 확보했다. 2021년에는 두산의 ‘아픈 손가락’ 두산건설의 지분을 2580억 원에 매각했고, 같은 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도 8500억 원에 넘겼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은 최근 10년 동안 채권단 관리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기업이 됐다. 

실적 개선을 위한 두산중공업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1000억 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원전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스탠스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채권 발행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기관들이 두산중공업 주식과 채권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사모채 시장에서 50억~1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만 이어왔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도 오를 전망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꿨다. 한국신용평가는 “대규모 자구 노력을 통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데다 비용 구조 개선, 수주 잔고 확충으로 실적 변동성을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산성이 높은 원전 사업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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