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尹 당선 이후 ‘공교로운‘ SMR 행보
“원전은 친환경 청정에너지...수소경제 연계”
두산에너빌리티, 美 기업들과 SMR 협력
한수원, SMART 개량 ‘혁신형 SMR‘ 개발
삼성중공업, ‘해상 SMR’ 시장 공략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최근 국내 기업들의 SMR 기술개발과 투자가 활발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강국’ 재도약을 위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공약하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중공업)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SMR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기업들은 물론, SK그룹과 삼성중공업 등도 국내외 SMR 기업에 지분 투자계획을 밝히거나 기술협약을 맺고 있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MR 기술개발에 가장 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그룹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미국의 SMR 개발 업체 ‘테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최태원 SK 회장이 ‘테라파워’ 지분 투자 후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설’도 돌았다. ‘테라파워’는 지난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3500만 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업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14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국내외 70여개 SMR 업체 가운데 한 곳에 지분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테라파워도 후보군 가운데 하나일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이어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소경제와 연계된 SMR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지난 3월 대선 결과나 EU택소노미 결정과 무관하게, 원전은 친환경 청정에너지라는 게 SK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최근 SMR 지분 투자 행보가 내달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에 발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EU택소노미는 유럽연합이 지난 2020년 6월 발표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규정한 내용이다. 원전과 천연가스는 기존 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12월 초안에 포함된 뒤 올해 2월 규정안에 확정 포함된 바 있다.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협력계약 체결식을 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협력계약 체결식을 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그간 SMR 기술개발과 협력에 힘써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미국 SMR 업체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7월 뉴스케일파워에 6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고, 그해 9월 또 다른 미국 현지 업체 ‘엑스-에너지’와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SMR 기술개발에서도 글로벌 사업자로 거듭나고 있다”며 “뉴스케일파워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외 70여개 SMR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 세계최초로 표준인가를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SMR인 ‘SMART’를 개량해 ‘혁신형 SMR’(i-SMR)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한수원 주도로 ‘SMR 국회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지난해 두 차례 개최된 해당 포럼은 내주 제3차 개최를 앞두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028년 인허가를 목표로 혁신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예산의 예비타당성심사 절차가 진행 중으로, 통과되면 혁신혁 SMR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오는 2030년까지 한수원의 SMR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 MSR 개발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선박 추진연료 MSR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협약을 맺었다. 

CMSR은 일반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또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높은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SMR의 장점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이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SMR의 장점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이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한편, SMR은 증기발생기와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원자로다. 통상 전기출력이 100MWe~300MWe 사이인 원자로를 말한다. 글로벌 SMR 시장은 오는 2034년 65~85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많은 원전 국가에서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초기 SMR 모델 ‘SMART’ 개발에 돌입했고, 2012년 7월 세계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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